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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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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부적절한 관계- 주강홍(시인·진주문인협회장)

  • 기사입력 : 2011-03-11 11: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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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하 신문에 부적절한 관계로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주재 영사관들의 사랑 다툼이 삼각관계 또는 다중관계로 얽히어 국가의 중요한 정보 유출의 전말과 부정한 방법으로 비자가 발급되고 금품을 수수한 사실들의 치부가 파헤쳐지고 있다.

    고학력의 엘리트들이 그렇게 허술히 한 여자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애원하다시피 한 사랑의 맹세각서 따위는 더 우스우며 아주 개인적인 그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는 과정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용인하며 질투를 하거나 언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6억원의 현금과 손가락 하나를 잘라서 주겠다는 항복문서 같은 결연한 의지의 각서는 얼마큼 자제력을 잃은 강렬한 애정의 표현일까 싶기도 하다.

    건강한 남자가 이국땅에서 혼자 견디다 보면 건강한 여자를 만나 건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라고 자위할 수도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이들이 가볍게 국가의 기밀사항이 한 여자와의 사랑 놀음에 유출되었다는 것은 좀 고민해야 한다. 소설이나 첩보영화에서 익히 봐 왔던 테마가 적나라하게 공개된 셈이다. 그래서 이들 치정 행각이 궁금하고 그 이면을 알고 싶어 한다.

    법조인 친구에게 물어 봤다. 그 각서의 효력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과연 그 각서는 적어도 법률적인 효력이 있는가, 결론은 없다라는 것이다.

    신체를 담보로 하는 약조는 그 자체가 불법사항이며 금전을 제공하겠다는 것도 자의적인 해석이기 때문에 그 외교관은 영리하게 구애의 방법으로 각서를 이용한 셈이다.

    덩이라는 여인의 활동영역이나 영향력이 대단하여 그로부터 도움을 받은 목록을 보면 국가가 능동적으로 접근하여 도움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며 중국 정부도 그의 영향력을 어떠한 이유로 도와주었거나 적어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한 여인의 작은 능력으로 할 수 없는 힘의 표현이 곳곳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적어도 더 큰 정보를 구하고 중국 정부와의 보이지 않는 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정보를 주어야 하는 것이 스파이 세계가 아닐까. 그에게도 명분과 실리의 도움이 있어야 그쪽에서도 행세를 할 수 있고 입지를 굳히며 그쪽 정부의 정보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추리해본다. 대승적 차원에서 관리를 유지했다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세태의 일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과정에서 과연 정보 관계자들은 전혀 몰랐을까? 중국의 공안 당국도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멀리서 흐릿하게 찍힌 사진들이나 여인의 행적이 소상히 나오는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그 여인을 요주의 인물로 관찰했다는 정황이 보인다. 중국 정부도 그렇게 허수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는 없다. 007 영화처럼 고도의 심리전과 첩보전으로 그 관계를 추적했으리란 생각을 가진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한 여인의 애정행각에 영사관 전체가 너무 휘둘림으로써 실정법을 지나치게 위반하고 질투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 수집과 영향력의 확대 유지를 위해 그 여인이 서로 필요했다든가, 관리하며 적어도 건강한 욕구의 출구로서의 해법을 구하고자 했던 것은 고사하고서라도 보복으로 치정의 상대 아내에게 접근하여 불륜의 과정까지 갔다는 기사는 좀 곤란한 것이다.

    역사나 신화나 근대사에서도 문학에서도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는 많다, 산식이 복잡한 사랑이었을지라도 좀 모양새 있는 사랑이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가진다. 손가락을 자르는 약조의 열정적인 사랑을 해 보지 못해 본 관계로 함부로 돌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어쩐지 개운치 않은 사건이다.

    주강홍(시인·진주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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