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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81) 샌델 교수의 하버드 특강 ‘정의’와 논술

논술에서는 어떻게 결론을 이끌어 내야죠?

  • 기사입력 : 2011-03-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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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요즘 EBS에서 앙코르 방송을 하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 교수의 ‘정의’ 강의에 열광하고 있는 고2 학생입니다. 논술과 연관시켜 생각을 넓히려면 그 강의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은지 궁금합니다.

    글샘: 샌델 교수의 강의 방송을 보면서 글샘도 학생들이 논술 공부할 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 단편적인 생각에 치우쳐 있는 학생들에겐 다양한 시각에서 논제에 접근해 볼 수 있는 강의거든. ‘정의’라는 딱딱한 문제를 흥미로운 예제를 곁들여 가며 하버드 대학생들의 답변을 유도하는 강의잖아. 그래서 아예 책까지 구입해 읽을 정도로 나도 푹 빠졌단다.

    글짱: 샌델 교수의 ‘정의(Justice)’는 지난 20년간 하버드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로 꼽히고 있다잖아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은 동의와 반박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마지막엔 중심 내용을 정리해주고요.


    글샘: 그렇지. 샌델은 학생들에게 어떤 상황을 던져놓고, 그 행동이 만들어 낼 세상의 모습에서 도덕성을 찾을 것인지 묻는 ‘결과론적 도덕추론’과, 결과에 상관없이 절대적인 의무와 권리에 따라 도덕성을 판단할 것인지 묻는 ‘정언적 도덕추론’으로 강의를 이끌어간다고나 할까.

    글짱: 제가 기억나는 건 ‘고장난 기관차 강의’예요. 끝까지 다 봤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샌델 교수의 결론이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글샘: 강의 방송을 보긴 제대로 봤구나. 그게 샌델 교수의 강의를 시청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이지. 그 강의를 요약해 소개하면서 생각을 나눠보자꾸나.


    ■ 샌델 교수가 설정한 상황 1

    당신은 기관사다. 달리는 기관차 저 앞에 5명의 인부들이 작업하고 있다. 그런데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시철도가 보인다. 그 앞에는 1명의 인부가 작업하고 있다.

    당신은 핸들을 꺾을 것인가?

    5명을 살릴 것인가? 1명을 살릴 것인가?


    ■ 샌델 교수가 설정한 상황 2

    당신은 다리 위에서 기관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있다. 그런데 그 앞에는 5명의 인부가 작업하고 있다. 당신 옆에는 뚱뚱한 남자가 난간에 기대어 있다. 당신이 그 남자를 철도로 민다면 5명의 인부를 살릴 수 있다.

    당신은 그 남자를 밀 것인가?

    이번에도 5명을 살릴 것이라는 판단에 동의하는가?


    글짱: 이런 상황에서 제가 질문을 받은 학생이라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던데요.

    글샘: 그럴 거야. 도덕적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지. 대부분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런 위험에 맞닥뜨릴 때 한쪽을 선택하는 건 불가능할 거야. 어쩌면 너무 당황해서 이치를 따질 겨를도 없지 않을까. 극단적 상황이기 때문이지. 샌델이 강의에서 그런 예시를 든 건, 그 문제들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하고, 그 이유를 통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하는 공리주의(功利主義)를 비판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거야. 샌델은 공리주의자가 아니라, 공동체주의로 불리는 소위 정의론자로 알려져 있어. 공동체주의는 개인과 사회의 도덕 기준을 종종 혼동하는 것 때문에 구체적 사회 문제에 이르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게 치명적 약점이라고 하지.

    글짱: 그러면 샌델 교수의 ‘정의’ 강의가 논술엔 도움이 안 된다는 건가요?

    글샘: 그건 아니야. 강의에서 나온 여러 생각들을 오늘날 우리 현실에 맞춰 생각해 보는 게 논술과 접목해 보는 길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신종플루 파동 때 ‘백신은 부족한데 누구를 먼저 접종해야 하나’라는 문제가 있었거든. 결과적으로 정부는 노약자를 우선으로 접종했고, 인명 피해는 그나마 최소화했기 때문에 공리주의를 따른 결정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

    글짱: 그렇게 연관시켜 볼 수도 있네요. 그런 경우 말고 또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구제역 살처분도 선택과 결정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구제역이 첫 발생했을 때 경과를 지켜보지 않고 곧장 살처분에 들어가는 게 옳았는지 여부도 마찬가지겠지. 또 소말리아 해적과 협상하지 않고 ‘아덴만 여명 작전’이라는 강제진압을 선택한 우리 정부의 결정도 생각해 볼 만한 사례야. 물론 이러한 결정에는 도덕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법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정의 결과를 놓고 어느 판단이 옳았는지 논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하지만 그 문제를 놓고 학교에서 배운 ‘공리주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접근해 본다면, 학생들에겐 논술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어.

    글짱: 어쨌든 샌델 교수의 강의는, 우리에게 어렵게만 여기던 철학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 건 사실이잖아요? 저도 수업시간에 배운 공리주의가 더 쉽게 와닿았어요. 행위의 목적이나 선악 판단의 기준을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에 두는 사상이라고만 알고 있었거든요.

    글샘: 그건 그래. 샌델이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다기보다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말이야. 문제는 샌델 교수의 주장을 학생들이 마치 진리인 듯 오해할까 봐 걱정이야. 그가 주장한 대로 과연 상인들은 폭리를 취하는 집단일까? 또 금융위기는 정부의 실패가 아닌 탐욕의 결과일까? ‘고장 난 기관차’나 ‘표류 중 식인 문제’와 같은 극단적 사례를 들어 신자유주의와 공리주의를 비판하며 정의론을 일반화하는 데엔 오류가 없을까? 한번 생각해 볼 문제야. EBS 하버드 특강 앙코르 방송이 이번 주 24일까지 밤 9시50분(월~목)에 하니까 다 보고 난 뒤에 의견을 얘기해 보자꾸나. 그런 다음엔 방송보다는 다소 딱딱하겠지만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와 이 책을 비판한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책을 비교해 읽어 보면 어느 정도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거야. 자,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치자.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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