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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창녕 우포늪 ‘생명길’

경남의 길을 걷다 (10) 창녕 우포늪 ‘생명길’
갈대 물결·버들 새싹·연초록 풀…
새봄이 그린 풍경화를 만나다

  • 기사입력 : 2011-03-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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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방객이 창녕 목포제방을 지나 우포늪 쪽지벌 사초군락지로 들어서는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수위가 상승하면 이곳은 탐방을 하지 못한다./김승권기자/
     

    화가가 오면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시인이 오면 그대로 시가 되는 우포늪. 누구나 작은 카메라 한 대만 들고 와 눈을 감고 찍어도 작품사진이 되는 곳. 그래서 우포 생명길은 시인의 길이고 화가의 길이고 사색에 잠기는 철학의 길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1억4000만년 전의 태고적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1억4000만년 전의 과거 대신 물과 철새, 갈대가 빚어내는 한 폭의 살아 숨쉬는 동양화가 펼쳐진다.

    바람 부는 대로 일렁이는 갈대의 물결과 그 습지에서 한적하게 먹이를 찾고 있는 고니며, 청둥오리, 이제 막 새싹을 틔우는 버들과 연초록의 풀은 “내가 봄”이라고 탐방객에게 손짓한다.

    먼 길 떠나기가 무어 그리 서러운지 철늦은 청둥오리도 있고,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도 긴 부리를 물속에 넣어 이리저리 흔들며 먹이를 찾고 있다.

    메마른 갈대밭을,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서 천천히 천천히 걷다 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 굳이 새 이름을 알 필요도 없고, 그 많은 수생식물의 이름을 낱낱이 외울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알고 가면 두고두고 친구가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은 덤이다. 사색에 빠져도 좋고, 노래를 불러도 좋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흙의 촉감 또한 도시의 메마른 아스팔트와는 비교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많고 많은 둘레길이 있지만 뚝방길과 솔향기 나는 숲길, 철새, 습지와 그 습지에서 자생하는 수생식물, 누가 심지 않아도 어깨동무해 있는 버들의 군락, 무리 지어 자란 갈대와 억새를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우포 생명길은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 등으로 이뤄진 우포늪을 따라 나 있으며, 우포늪 둘레 8.4㎞ 정도만 나 있는 길이 있다. 여유 있게 잡아 3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30분, 1시간, 2시간, 3시간 등의 적절한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 자전거로 탐방해도 된다.

    우포늪 가는 길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나와 우측으로 약 5.8㎞ 가면 된다.

    생명길은 생태체험관(사진)에서 우포늪 대대제방에서 시작된다. 거꾸로 돌아도 좋다. 코스는 우포늪 생태관 주차장-대대제방-토평천 길(걷기 약 3㎞ 포함)-사지포 제방-주매제방-소목마을-목포제방-사초군락-우포늪 생태관 주차장의 8.4㎞다.

    이날 우포늪 자연생태 해설사 김군자씨와 동행했다.


    우포늪 대대제방 길.

    일제시대 조성된 대대제방 둑방길을 걸어가면 우포늪쪽에 마른 갈대가 아직 바람 따라 일렁인다. 제방 넘어 농경지에는 마늘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나 새봄을 알린다.

    생태의 보고요, 1년 내내 볼거리가 있는 우포늪이지만 이른 봄인 3월께 가장 볼거리가 적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무엇을 볼 것인가 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완연한 봄에는 왕버드나무와 늪에서 자생하는 수생식물이 싹을 틔우는 초록의 우포를 감상할 수 있고, 여름에는 늪을 완전히 뒤덮은 가시연과 여름철새를 볼 수 있다. 우포에는 가시연이, 쪽지벌에는 노랑어리연이, 사지포에는 물옥잠이 유명하다.

    또 가을에는 계절이 풍기는 처연함과 사람 키만큼 자란 갈대밭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고독한 우포늪과 고독을 달래주는 겨울철새 무리들을 만날 수 있다.

    새봄에는 무엇보다 드넓은 우포를 감상할 수 있어 좋다. 봄을 준비하는 들판에서 막 세상을 나오는 생명의 경외를 느낄 수도 있다.

    특히 그늘이 많지 않은 우포 생명길을 걷는 데 방해가 되는 햇볕도 이 시기에는 따뜻한 동반자가 된다.

    대대제방 둑방길은 높은 데서도 우포를 감상할 수 있고, 아직 삭아 내리지 않은 갈대와 억새는 운치를 더한다.

    오른편 멀리 화왕산이 보이고 둑방길을 1㎞쯤 가면 화왕산 자락에 있는 열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우포로 들어온다. 여기서 왼쪽에 있는 사지포쪽으로 접어들면 첫 번째 버들나무 군락이 나온다. 물과 수생식물 억새와 갈대, 또 이름 모를 수생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이국적이다.




    버드나무는 이제 하루가 다르게 물이 올라 연초록의 수채화를 만들어 낸다. 1년 중 새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다. 혼인기를 맞은 새들은 애절한 울음으로, 또는 간절한 세레나데로 구애를 한다. 이 혼인기가 지나면 짝짓기를 한다.

    사지포제방에 올라서자 아직 먼길을 떠나지 못한 겨울철새들이 한 무리 보인다. 떠나기가 아쉬운 듯, 지난 겨우내 혹독한 추위를 견딘 이놈들은 몸이 통실통실하게 실해졌다. 겨울철새 사이로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 3마리가 보인다. 멀리 나뭇가지 위에는 흰꼬리수리도 보인다.

    제방이 끝나는 부분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산길이 나온다. 가지가 구불구불한 큰 나무 한 그루가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름하여 사랑나무. 사랑하는 연인들이 보면 하트가 수백 개 보인다는 이 나무는 새해 해맞이 행사 때 소원을 적어 매달아 두면 연인들의 소원이 성취된다고 한다.

    우포늪의 석양사진이 가장 잘나오는 명당자리이기도 하고, 흔히 보는 우포 석양 사진 대부분은 이곳에서 찍는다.

    여기에 위장병에 좋다는 느릅나무 군락도 있다.



    조금 더 가 1080지방도를 굽어돌면 솔향 가득한 솔밭길로 접어든다. 지친 탐방객들에게 휴식을 주는 정자도 있다. 수생식물자생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주매마을이 보인다. 이쯤이 우포늪을 가장 넓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양옆으로 길게 뻗은 우포늪의 정경은 넓은 호수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인다.

    주매제방에서 보면 우포늪을 가로지르는 제방의 흔적이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 시절 농경지 조성을 위해 만들었던 제방이다. 이 제방은 쪽지벌에서 토평천 상류까지 이어진다.

    주매제방을 지나면 1080지방도로와 연결되는데 여기까지가 생명의 길 절반이다. 소목마을에 화장실도 있고, 작은 편의점도 있다.

    소목마을에는 우포에서 어로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많아 붕어를 판매한다는 간판이 눈에 많이 띈다. 붕어탕집도 있고, 붕어중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도 있다.


    탐방객이 소목제방을 지나 숲속 탐방로를 걷고 있다.


    여기서는 숲탐방로다. 생명길 중 가장 숲이 많은 곳으로 그늘을 만날 수 있고, 정자도 있다. 산이름은 우황산으로, 하늘에서 보면 소가 우포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형국을 하고 있는데 소의 목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소목이라는 말도 있다. 우포라는 지명은 소벌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데 소와 관련된 지명 가운데 하나다.

    우측에 있는 목포늪 지명 유례도, 홍수가 나면 이곳으로 많은 나무가 떠내려 왔는데, 주민들이 이 나무를 건져 땔감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목포(나무가 있는 늪)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목포제방 끝에 연결된 큰 도로를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오른쪽에 바로 사초군락지와 연결되는 징검다리가 나온다. 한때 경작지였던 이곳은 현재는 갈대와 억새들이 자리 잡고 있다. 경작지도 방치하니 자연으로 회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의 복원력을 보여준다.

    오른쪽으로 난 작은 실개천 옆으로 줄지어 있는 아름드리 버들은 이곳의 정취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김용균 감독의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촬영지이기도 하다. 조승우(호위무사 무명 역)와 수애(명성황후 자영 역)가 거룻배를 타고 가는 장면이 이곳이다. 여름이 되면 갈대 억새가 사람 키를 훌쩍 넘길 만큼 자라 이 갈대 속으로 걷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비가 많이 온 뒤는 물이 범람해 이 길을 걸을 수 없다.


    오른쪽 쪽지벌을 끼고 사초군락지를 지나면 탐방로가 나오고 조금만 가면 따오기 복원센터(사진)가 보인다.

    2008년 10월에 이곳에 둥지를 튼 양정우와 룽팅은 현재 2009년 새끼 2마리(따루, 다미), 2010년 2마리(다솜이 포롱이) 등 모두 6마리고, 유사따오기는 지난해 6월 16일 일본서 도입했는데 밀집따오기 1쌍, 흰따오기 1쌍이 있다.

    일반인들은 출입할 수 없으며, 우포늪 생태관에서 따오기 생활을 볼 수 있도록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우포늪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망원경이 있어 새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우포늪 생태체험관 노용호 박사가 곤충의 특징을 몸짓으로 만든 생태춤을 추고 있다.

    ◆ 우포늪에서 만난 사람들

    ◇생태체험관 노용호 박사= 우포늪 생태체험관에서 일하는 노용호 박사. 자칫 지루하기 쉬운 생태탐방을 쉽고 즐겁게 하기 위해 자신이 고안한 생태춤을 추며 열심히 우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생태춤은 우포에 사는 곤충의 특징을 몸짓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어린 학생들은 이 춤을 보면 곤충의 특징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노 박사의 생태춤 구경도 할 수 있다.


    우포늪 환경을 감시하는 주영학씨가 낡은 오토바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포지킴이 주영학씨=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우포지킴이 주영학 선생. 오늘도 낡은 오토바이를 끌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다. 시키는 사람도, 지켜보는 이도 없건만 우포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다.

    글=김용대기자 jiji@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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