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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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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한국인들의 커피 열풍- 송승희(창원문성대학 식품과학부 식품조리과 교수)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은 건 아닌지…

  • 기사입력 : 2011-04-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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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한국인들은 커피 열풍에 빠져든 것 같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장 수 기준 상위 8개를 차지하는 브랜드 커피전문점의 매장 수가 2000개를 넘어섰으며, 현재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에는 언제부터 커피가 들어왔을까? 그 시기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미군이 진주하면서 1회용 인스턴트 믹스커피가 등장했고, 이것이 유출되면서 커피가 한국에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1조원이 훨씬 넘어섰으며 매년 10%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종류별로는 커피믹스가 60%, 커피음료가 26%, 인스턴트커피가 11%, 원두커피가 3% 정도를 차지하며, 카페인의 양에 있어서도 이러한 순이다.

    앞으로 한국 커피 시장이 가야할 길은 원두커피의 비중을 높여가야 하며, 현재 그러한 추세이기도 하다.

    커피에는 카페인이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중추신경을 자극시켜 졸음을 쫓으며 피로 완화 및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이런 이유로 오랜 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고 있다. 커피에는 졸음 방지와 피로 해소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신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10% 정도 올려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으며, 피하지방을 에너지로 변환하여 운동시 지구력을 높인다.

    또한 간기능을 활성시켜 음주후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물질을 빠르게 분해하고 신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여 배설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술을 마신 후에 한 잔의 물과 커피를 마시면 입냄새 감소와 숙취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항산화물질로 알려진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어 항암작용, 동맥경화 억제에도 적당량을 섭취한다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파킨슨병 및 유방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커피의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면도 있다. 그 대표적인 증상으로 중추신경 자극으로 숙면을 방해하며, 위벽을 자극하여 위산 분비를 촉진하므로 속쓰림 증상이 가증될 수 있다. 또한 심장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을 유발시키므로 많은 양의 커피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커피 열풍에 빠져들어간 것일까? 그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사료된다. 드라마나 영화는 인간의 심리에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데, 멋진 남녀가 인테리어가 잘 된 카페에서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인생을 논하며 공부하는 모습은 우리들로 하여금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커피 한잔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식사는 대충 해결하더라도 커피는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마시는 젊은 신세대 주부들의 진풍경이 주위에서 많이 연출되는 상황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무의식적 심리를 ‘파노플리 효과(effet de panoplie)’라고 한다.

    그런데 커피 전문점에 가면 무슨 커피를 마셔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내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할까 한다.

    먼저 새로운 만남의 설렘을 가진 상황에서는 에스프레소에 부드러운 우유거품으로 만든 카푸치노, 인생이 뜻하는 대로 되어 행복을 느낄 때에는 화이트 카페모카와 바닐라라떼, 직장에서 스트레스나 친구 사이의 말다툼 후에는 시원한 초콜릿이 들어간 아이스 카페모카, 우울하고 위로받고 싶을 때는 캐러멜 마끼아또, 기분전환을 하고 싶거나 고통을 잊고 싶다면 커피 원액의 강한 씁쓸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에스프레소를 권하고 싶다.

    봄 기운이 무거운 옷을 가볍게 하고, 나뭇가지에 새순을 돋게 하며,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만연한 이 시기에 우리도 한번쯤 삶의 무게를 벗어 던져버리고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예쁜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거나,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고 거리를 걸으며 봄의 향취에 빠져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송승희(창원문성대학 식품과학부 식품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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