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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19) 학급에서 논술하기- “얘들아, 밥 한번 먹자”

우리 반 모둠별 음식 만들기…아이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 기사입력 : 2011-04-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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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밥 한번 먹자.”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밥 한번 같이 먹는 건 한 끼의 식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새 학급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학급 행사로도 밥 한번 먹는 게 최고다. 그래서 해마다 3월이면 아무리 바빠도 급우들끼리 밥 한번 먹을 수 있는 학급 행사를 한다.

    올해는 근무하는 학교가 바뀌고 3학년 남학생 반을 맡아서 음식 만들어 먹기가 잘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6~7명씩 번호 순서대로 모둠을 정한 뒤 조장 선출, 만들어 먹을 음식과 역할 분담, 준비물 등을 알아서 의논하라고 했다.

    토요일 4교시를 마치고 음식을 만들어 먹을 계획이어서 목요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불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인 데도 주먹밥, 김밥, 유부초밥, 샌드위치 등과 같은 음식을 만들겠다고 제법 그럴듯하게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정도면 음식을 만들어도 되겠다 싶었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글쓰기 활동이었다. 담임 첫 시간에 1년간 학급 운영에 관해 이야기할 때 독서와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며, 이 결과물로 학급 문집을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독서 부장과 편집위원들을 선정했지만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작년엔 3학년 여학생이라서 A4용지로 1200자 원고지를 만들어 1100자 이상 쓰라고 했는데, 올해는 남학생이라서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800자 원고지를 주고 ‘올해 3학년 때 꼭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쓰라고 했더니, 못 쓰겠다고 아우성이었다. 40명 중에 8명은 글을 제출하지도 않았고 3분의 1은 400자를 겨우 채웠다. 글쓰기 활동이 제대로 될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글쓰기 주제를 작년과 다르게 겪은 일 중심으로 바꾸어 보기로 했다.

    글쓰기 주제인 ‘음식 만들어 먹기’는 작년엔 그냥 학급 활동으로 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활동을 한 뒤 장단점, 개선할 점, 느낀 점 등을 써 보게 했다. 이번에는 글쓰기 주제가 쉬웠던지 학급 전원이 글을 제출했고 내용도 좀 나아졌다.

    아래는 학생들이 쓴 글의 일부분이다.


    김해 월산중학교 3학년 1반 학생들의 모둠별 음식 만들기./월산중 제공/

    김해 월산중학교 3학년 1반 학생들의 모둠별 음식 만들기./월산중 제공/


    ☞ 학생 글 1


    처음엔 짜증났지만 협동심 배워

    토요일 음식 만들어 먹기를 한다고 조원끼리 만들 음식을 정하고 재료들을 조원끼리 정해서 준비하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짜증이 났다. 왜냐하면 조원들을 거의 다 모르고 뭘 해야 될지도 모르고 솔직히 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조원들을 모아서 같이 상의하고 결정하니 쉬웠다.

    그리고 협동심도 늘어가는 것 같고 점점 선생님이 왜 이걸 시키는지 알게 되었다.(생략) 음식을 다 만들고 보니 재료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겨우 만들었는데 선생님께서 드실 걸 만들지 않아 재료를 다시 분해해서 깨끗한 부분들을 조합하여 선생님께서 드실 것과 조원들 것을 다시 만들었다.

    음식을 만들면서 조원들을 알게 되고 지금까지 거의 어머니가 해준 밥만 먹다가 내가 만든 것을 먹으니까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모르는 반 애들과 활동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 학생 글 2

    친하지 않았던 애들과 친해져


    이번 활동을 하고 나서 김밥은 모양보다 맛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김밥을 만들었는데 다음에는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다.

    동진이가 한입을 줬는데 꽤 맛있었다. 간단하지만 안에 넣은 것도 맛있었고 빵도 맛있었다.

    그래도 역시 우리가 만든 김밥이 제일 맛있었다. 다음에 혹시 다시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는 먹고 다른 조와 나눠먹었으면 좋겠다.

    음식을 만들면서 별로 친하지 않았던 애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현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현수는 먹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것을 보고 확실하게 밥덕후라는 걸 알게 되었다.



    ☞ 학생 글 3

    토요일 아니라 평일에 했으면…


    저번주 토요일, 우리 반이 과학실에서 음식 만들기를 했다. 6조로 나누어 친구들과 음식을 만들었는데, 유부초밥, 김밥,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들이 나왔다.

    토요일이라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서로 화합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과학실로 향했다. 그러나 우리 조의 음식 만들기는 순탄치 않았다. 먼저 재료 준비가 부족했다. 치즈, 햄, 빵, 샐러드밖에 들고 오지 않아서 빵 속에 들어갈 속재료가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먹을 때에는 정말 맛있었다. 둘째, 음식의 유혹을 이길 수 없었다. 참자니 너무 배가 고프고 먹자니 지저분해질 것 같았다.(생략)

    이번 행사를 통해 친구들과 더욱 친해지고 화합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행사는 토요일이 아닌 다른 남은 시간에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토요일이라 친구들 모두 빨리 가고 싶어 하고 행사에 참여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또 친구들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하는 축구, 농구 등을 했으면 훨씬 신나고 재미있었을 것 같다. 처음이라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번 토요일 행사는 참 유익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고, 음식도 나눠먹으니 조금 더 친해지고 가까워진 것 같다.(생략)

    배종용 (김해 월산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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