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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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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向日庵) 동백꽃- 양곡

  • 기사입력 : 2011-04-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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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갛게 정신을 비운

    겨울의 끝

    사랑도 팔고 사는

    뒷골목 지나

    막다른 해안가

    적막한 삶의 관음(觀音)

    피를 토하는

    동백꽃 파도

    - 양곡, ‘향일암 동백꽃’ 전문(시집 ‘길을 가다가 휴대전화를 받다’, 2009)



    ☞ ‘동백’ 하면 백련사나 거제 지심도, 여수 오동도도 괜찮고, 선운사의 그것은 서정주의 시와 송창식의 노래 덕분에 해마다 이삼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뻘건 슬픔이지. 사실 선운사는 동백도 괜찮지만 꽃무릇도 그에 못지않다. 아, 지금쯤 여수 금오산 동백들, 모가지 뚝뚝 떨어져 사나이 가슴에 소주잔깨나 들이붓게 만들고 있겠지.

    고향 산청을 지키며, 팍팍한 사람들의 삶을 맑은 정신으로 받아쓰기하는 시인 양곡(본명 양일동).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냐?’고 마당가 목련이 시비를 걸어 와도 품 넓은 지리산의 가슴으로 빚은 막걸리 한 잔에 슬몃 눙치고 돌아앉는 여유를 가졌지만, 쉰이 넘어 홀로 우여곡절의 개인사를 안고 사는 시인.

    꽃을 ‘흉터’로 읽는 시인의 아픔과 슬픔이 그대로 낭자하다. 시인이여, 쓸쓸함도 때로는 아름다움이 되느냐고요? 되고 말고요. 이렇게 우리 무장무장 가다 보면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어올 ‘미황사 노을’을 만나겠지요. 이월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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