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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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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동반성장’으로 가는 배- 한장규(경남경영자총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1-04-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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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접하면서 자못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중도실용과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서 출범한 동반성장이라는 배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용어의 의미에서 비롯된 재벌그룹 총수와의 날 선 대립각, 정부 내의 또 다른 목소리, 동반성장위원장의 사퇴 표명과 사퇴 철회 등 자칫 동반성장이라는 거대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일련의 사태가 있었다.

    대·중소기업 간 경영성과를 공유하자는 취지의 동반성장은 1959년 일본의 도요타가 성과공유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고, 60년대 말 자동차 및 전자산업에서 일반화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4년 포스코가 협력회사와의 상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도입, 그 이후 일부 대기업으로 확산됐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세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최대의 화두가 됐고,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일회성으로 그치더니, 올해는 동반성장이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한다. 우리기업들이 규모의 대소를 막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상생도 좋고, 동반성장도 좋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이러한 정책과제들이 제발 일회성으로 그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보자.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경제를 주도해온 건설, 석유화학, 철강금속, 전기전자, 유통, 금융, 자동차, 해운, 조선의 9개 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즉,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인한 역피라미드 형태의 재앙적 인구구조와 생산인구 감소, 정부와 가계의 부채 급증, 부동산 버블 붕괴 등등 우리 경제의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과연 2020년의 한국경제는 일본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기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대·중소기업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이나 독주로 동반성장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실업률에도 인력난을 겪고 있고, 자금을 구하기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은 오늘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협력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명심하고, 성과배분과 납품단가의 탄력성 부여 등에 더 힘쓰고, 더 이상 동반성장의 문제점만 부각하거나 불공정 거래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돼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도록 이제는 냉소적인 자세에서 탈피하고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은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성장과 분배,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이다. 과실(果實)은 나누면 커지는 법, 정부와 대·중소기업 모두가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오직 대화와 타협, 그리고 양보의 길을 걸어야 상생할 수 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라’는 말처럼 모두 합심해 표류하고 있는 동반성장이라는 배를 제 물길로 돌려놓아야 한다.

    G-20 정상회의, FTA 등 우리에게 주어진 호기를 잘 활용해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다 같이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때이다.

    ‘기회가 문을 두드릴 때 뒤뜰에 나가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장규(경남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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