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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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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60) 황강 8 거창군 남하면~주상면

하얀 사과나무꽃 반기고, 천녀·문인석·고인돌 만나 반갑고…

  • 기사입력 : 2011-04-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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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방식 형태를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기시대 무덤 내오리 고인돌.
     

    봄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계절이다. 일상의 여가시간을 산이나 문화유산을 찾아 보내다 보니 주변에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이란 한 살이라도 어리고,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떠나게 해야 한다.

    넓은 시야, 보다 깊은 시선, 보다 높은 안목으로 자기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가게 하는 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자신의 미래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화려한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걸어서 가는 여행이라도 혼자 떠나라고 한다. 여행의 장소는 산이나 들판도 좋고 산골이나 농어촌도 좋다.

    버스로 떠나는 여행도 좋고 느린 기차를 타고 떠나도 좋다. 여행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말하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은 훌륭한 스승이 되고 친구가 되어 준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해주며 삶의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답사기행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이다.


    고분 양쪽에 서 있는 문인석.

    둔마리 고분벽화

    ◇ 둔마리 벽화고분

    화창한 봄날 사적 제239호 둔마리 벽화고분을 찾아 가는 길은 꽃들이 아름다웠다.

    점심을 먹기 위해 가조면 소재지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중년의 건강한 얼굴을 한 제자 이학종(42)군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인근 건설현장에서 토목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넘어 알아보지 못하는데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세상 곳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제자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반갑고 늘 행복하다. 이런 행복은 교직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고귀한 재산이다. 식당 주인은 제자와 만나는 모습이 정겹다고 하며 귀한 두릅 나물까지 내놓았다.

    고분은 가조면에서 거창으로 가는 지방도로 1084호 중간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거창은 사과로 유명하다. 벽화고분으로 가는 곳에는 사과나무를 손질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꽃이 피기 전에 사과가 열리지 않을 것을 떼어낸다고 했다. 둔마리 고분 근방에 10여 대의 승용차 주차장이 있고 주변에 사과나무 과수원이 있어 꽃이 피는 날의 답사는 화려하다.

    고분은 해발 450m쯤 되는 능선에 위치하며 좁은 평지 위에 방형으로 지대석을 설치하고 그 위에 둘레돌을 올려 놓고 흙을 쌓은 방형호석 형태이다.

    석축의 양쪽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문인석이 있다. 고분 내부를 볼 수는 없으나 거창 박물관에 복원된 설명에 따르면 동서 석실의 각 벽에는 회칠을 한 뒤에 벽화를 그렸는데 그 내용은 천녀상과 주악상, 그리고 남녀가 혼합된 무용도이다.

    천녀의 높이는 약 50㎝이며, 빗어 올려 얹은 머리에 둥근 테 모양의 관을 썼고, 관의 양 옆에 깃 같은 장식꼬리가 뻗어 날리고 있다. 얼굴은 타원형에 눈동자가 뚜렷한 소녀상이며 귀에는 귀걸이를 달았다. 두 번째 천녀상은 보살들의 화관과 비슷한 장식을 하고 있어 불상처럼 보인다. 또 다른 천녀상들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손에 지물을 들거나 춤추는 듯한 형상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벽에는 서쪽 실과 통하는 토기 굽에 뚫린 구멍 부근에 주악천녀상이 그려져 있다. 형상은 한 손에 피리를 들고 또 한 손에는 접시에 과일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것을 들고 있다.


    둔마리 고분 전경.

    민속자료 제20호로 지정된 거기리 성황단.

    ◇ 거기리 성황단

    둔마리 고분을 내려와 마을 입구 갈림길에서 남하면 산불감시원 이성자(38)씨를 만났다. 길을 물어보려고 만났는데 대뜸 6년 동안 산불이 나지 않았는데 올해 불이 자주 난다며 모두가 산불 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어려운 가계에 도움이 될까 해서 체험 신청했다고 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일당 3만5000원을 받고 근무하는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했다. 그나마 4월 말이면 끝이 나 걱정이라고 하면서 산불감시원의 처우가 좀 개선되었으면 한다는 소박한 소망을 비쳤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세상살이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는 길로 가라고 일러 주어 거창읍 방향으로 가니 눈에 익은 양평리 석조여래입상이 반겼다.

    황강의 본류를 가로지르는 거창읍내 이월교를 지나 김천방향 3번 국도로 향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들판에는 거창의 특산물 딸기를 키우는 온실의 걷어 올린 비닐 틈으로 넝쿨과 꽃들이 수줍은 듯 보이고 있었다. 가로수에는 아직 떨어지지 않은 벚꽃들이 봄이 무르익어 감을 알려주고 있었다. 병풍처럼 둘러 쳐진 높은 산 계곡에 곳곳에서 흘러 모인 남산천을 따라 주상면 거기리로 향했다.

    평화로움이 가득한 거기리 마을 건너편에 민속자료 제20호로 지정된 성황단이 과수원 사이에 있다. 성황단은 마을 입구나 고갯마루에 막돌로 쌓아올린 돌무더기로, 막돌탑이라고도 하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을 모신 곳이다. 흔히 서낭당이라고도 한다.

    서낭당은 경계의 표시이거나 위급할 때 무기로 쓰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다. 돌무더기 옆에는 보통 신성시되는 나무나 장승이 함께 세워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부터 전국으로 퍼졌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정기적으로 제사가 행해졌으며, 국난이나 천재지변이 있을 때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기를 빌기도 했다.

    서낭당은 신성한 영역이자 신앙의 장소였다. 그곳을 왕래하는 사람은 돌, 나무, 오색천 등 무엇이든지 놓고 지나갔다고 한다. 서낭당의 물건을 함부로 파거나 헐지 않는 금기가 있어 왔다. 그래서 마을 곳곳에 있는 서낭당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거기리 성황단은 높이 4.6m, 아래 둘레 24.3m로, 돌무덤처럼 쌓아 올려졌다. 전설에 의하면 500년 전에 마을 뒷산 깃대봉에서 용을 닮은 말이 날아와 억울하게 죽은 마을 아이를 따라 죽어 함께 무덤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완계천 하류에 있는 영귀대.

    ◇ 영귀대·내오리 고인돌

    주상면 소재지에서 지방도로 1089번을 따라 무주 방향으로 향하면 곧 바위에 영귀대라고 쓰인 이정표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덕유산에서 발원해 흘러내리는 완계천의 하류에 있는 경치 좋은 곳이다. 강변에는 계곡 절벽과 어우러진 풍치 좋은 정자가 있다. 여름철이면 계곡의 맑은 물에서 더위를 식히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다.

    고인돌은 완계천을 따라 고제 방향으로 십리쯤 가면 분주하게 대형트럭이 오가는 채석장 입구에 있다. 이정표는 도로 입구에 있었다. 지난번 답사 때에는 날이 저물어 찾지 못했다. 꽃망울이 터져오는 사과나무 사이를 지나 20m쯤 되는 과수원 끝자락에 내오리 고인돌이 있다. 고인돌 인근 사과 과수원에서 불필요한 꽃을 따주며 농약 작업을 하던 이상원(57)씨 부부는 하늘의 뜻이겠지만 올해도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무덤이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4개의 받침돌을 세워 돌방을 만들고 그 위에 거대하고 평평한 덮개돌을 올려놓은 북방식과, 땅속에 돌방을 만들고 작은 받침돌을 놓은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남방식으로 구분한다.

    내오리 고인돌은 덮개돌과 받침돌로 추정되는 석재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모두 3기의 고인돌이 발견되었다. 남쪽에 있는 고인돌은 덮개돌 길이가 2.86m, 너비 2.5m로 북방식이다. 북쪽으로 약 5m 정도 되는 지점에 있는 것은 덮개돌만 땅위에 드러나 있는데, 원래는 북방식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고인돌의 내부에서는 민무늬토기와 돌칼, 돌화살촉 등이 출토되었다.

    ☞ 여행 TIP 맛집

    ▲현대식육식당 : 박영숙 ☏ 055-942-0067. 거창군 가조면 마상리 318-9. 소등심(국내산 한우 200g) 1만9000원. 육회(국내산 한우 200g) 1만7000원. 김치찌개:5000원. 된장찌개 5000원. 산지직송 최고의 국내한우만 고집한다고 하며 인근 산에서 나는 산나물을 반찬으로 제공한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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