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0일 (목)
전체메뉴

[투고] 수박의 역사와 두 매국자의 아들- 방종근(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11-05-11 01:00:00
  •   


  • 며칠 전 주말 모처럼 농산물 시장에 들렀다. 어릴 적 여름철에만 볼 수 있었던 수박이 시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수박이 두 사람의 매국자에 의해 전래되고 재배기술이 발전되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1611년 허균이 쓴 ‘도문대작’에서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로 귀화해 3대에 걸쳐 고려인들을 괴롭히며 매국자 역할을 한 홍다구가 처음으로 개성에 수박을 심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홍다구의 조부인 홍대순은 1218년 몽골이 고려를 침공했을 때 고려민을 설득해 자발적으로 항복하게 했고, 1231년 몽골 살리타이가 침공할 때 향도가 되어 길을 안내한 장본인이다. 홍다구의 부친 홍복원은 1232년 고려가 강화로 천도해 대몽항쟁을 할 때 몽골의 사신으로 파견돼 항복할 것을 종용했다.

    수박은 또 한번 매국자의 아들에 의해 재배기술이 발전하게 되었는데 그 주역 역시 일본에서 연구된 ‘씨 없는 수박’을 한국에 접목시킨 우장춘 박사이다. 우장춘의 아버지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했던 핵심인물 가운데 일등 역신인 우범선이다. 우범선은 조선인이면서도 을미사변 때 일본군 지휘관으로 병력을 이끌고 명성황후 시해를 도왔다. 그는 아관파천 이후 일본으로 망명했고, 그곳에서 일본인과 재혼해 우장춘이 태어났다.


    우장춘은 도쿄 국제대 원예과를 졸업하고 일본 농림성 농업시험장에서 육종연구직으로 근무하다 조선인이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으로 승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 1950년 3월 한국으로 온 그는 우리나라 육종연구와 종묘기술자를 양성하는데 기여했다. 그는 한국농업발전의 큰 공로자이기는 하나 매국자의 아들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수박이 두 매국자의 아들에 의해 전래되고 재배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역사를 생각하면 수박처럼 시원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방종근(창원시의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