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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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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고성 상족암길

경남의 길을 걷다 (16) 고성 상족암길
1억년 전 공룡발자국 따라 시간여행
주상절리·자연동굴… 태고의 신비 가득

  • 기사입력 : 2011-05-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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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억년 동안 쌓여 있던 퇴적층이 해풍과 바닷물에 씻기고 깎이면서 만들어진 자연동굴에 서면 신비로운 느낌과 함께 남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을 볼 수 있다./김승권기자/


    지난 2007년 제주 올레길의 등장은 전국을 걷기 열풍으로 이끌었다.

    바다를 끼고 걸으면서 주상절리와 화강암을 감상하는 올레길이 전국의 도보여행자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런데 제주 올레길과 꼭 닮은 길이 경남에도 있다.

    공룡발자국 화석, 주상절리의 병풍바위, 층층이 쌓인 퇴적암, 그리고 바다와 들판을 감상하는 그곳. 바로 상족암길이다.

    고성군이 조성하고 있는 상족암길은 아직 미완성 길이긴 하지만, 올레길 못지않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품고 있었다.

    고성군은 상족암길을 원래 ‘상족암 가는 길’로 조성했다.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 임포마을 선착장에서 출발해 상족암이 있는 공룡박물관까지 약 11㎞ 코스를 조성하고 있다.



    공룡공원으로 가는 길은 한려수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정해 놓은 11㎞의 상족암길 코스를 걷진 않았다. 아직 이 코스가 완성되지 않았고, 현재로선 코스의 절반 이상을 국도변으로 걸어야 해 그다지 보여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꼭 정해진 길만 걸으란 법도 없는 만큼 가장 볼거리가 많고, 아름다운 코스를 선택해 걸었다.

    공룡박물관 관계자와 고성군에 물어 코스를 공룡박물관에서 하일면 춘암리 맥전포항 등대까지로 정했다. 거리는 왕복 약 6㎞. 조성된 상족암길 중 핵심 코스다.

    쉬엄쉬엄 사진도 찍고, 주변 볼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보면 넉넉잡아 3시간이면 충분히 왕복 가능한 거리였다.




    상족암길을 걸으려면 꼭 한 가지 사전에 유의해야 할 게 있다. 흔히 말하는 ‘물때’인데, 만조시에는 해안가로 물이 들어차기 때문에 이 길의 중요한 포인트인 공룡발자국 화석을 볼 수 없다. 혹 간조에 맞춰 길을 걷는다 해도 시각을 따져봐야 한다. 하루 중 물이 빠지는 시간에 걸어야 공룡발자국을 감상할 수 있다.

    13일 정오 즈음 출발지인 공룡박물관에 도착했다. 간조이면서 물이 빠지는 시간이었다. 길을 나서기 전 공룡박물관을 살짝 둘러봤더니 출발부터 볼거리가 넘쳤다.



    고성공룡박물관은 고성의 대표적인 공룡, 이구아노돈의 몸체를 형상화해 만든 국내 최초 공룡박물관인데, 박물관 내부에는 공룡화석 등을 전시하고 있다.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될 야외공원에는 갖가지 공룡모형과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어 특히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문득 ‘상족암길은 가족들이 함께 걷기 좋은 길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코스가 평탄하고, 일부는 나무 데크로 길을 조성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여기에 공룡박물관 야외공원에서 공룡과 함께 사진을 찍고, 공룡화석도 함께 감상할 수 있으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부담 없는 가족 코스로 적극 추천한다.

    탐방객들이 공룡발자국이 있는 해안가를 따라 설치된 데크 위를 걷고 있다.

    한 가족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공룡발자국 위를 걷고 있다.


    공룡박물관에서 상족암길을 따라 나무데크 계단을 내려서면, 가장 먼저 너울거리는 파도를 만난다. 그 앞에 놓인 검은 퇴적암 바닥에 서니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건너 사량도, 욕지도 등 통영의 섬들이 바라다보인다. 바닥에는 동그란 도장처럼 찍힌 공룡 발자국 화석이 파도에 모습을 감췄다 드러냈다를 반복했다.

    파도가 와서 부딪히는 검은 퇴적층의 절벽이 바로 상족암이다. 코끼리 다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오랜 세월 층층이 쌓였던 검은 코끼리 다리 모양의 퇴적층이 도보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 만큼 매력적이다.

    이곳 상족암은 미로 같은 자연 동굴을 만들어 놓고, 탐방객들을 기다린다. 이후 펼쳐지는 상족암의 특색 있는 길은 걷기 열풍에 동참해 여러 곳을 걸어본 도보여행자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줄 듯하다.

    해안가를 따라 나무 데크로 이어진 길은 공룡발자국 탐방로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곳은 곳곳에 공룡발자국이 발굴된 지역인데, 지금도 공룡발자국 흔적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길을 걸으며 숨어 있는 공룡 발자국을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초식공룡 조각류의 발자국 무리, 보행렬이 길게 늘어선 초식공룡 용각류의 발자국들을 눈으로 찾으면서 통통거리는 데크 위를 걷다 보면 어느새 경상남도청소년수련원에 도달한다. 짧게나마 해변길로 조성된 이곳은 도보여행자들에게 잠시 동안의 여유로운 휴식공간이 된다.



    병풍처럼 펼쳐진 상족암 앞의 넓은 암반 위에 공룡발자국이 찍혀 있다.
     

    수련원을 지나면 다시 나무 데크의 공룡발자국 탐방로가 이어진다.

    길을 따라 상족암과 공룡발자국이 눈에 들어오는데, 특히 이곳 중간 즈음 붉은색을 띤 울퉁불퉁한 암석이 눈에 띈다. 마치 사춘기 청소년의 여드름처럼 울긋불긋 솟아 있는 신기한 모양이 이채롭다.

    공룡탐방로는 제전마을로 이어진다. 작은 해변을 둔 이곳 마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 숨은 피서지였다. 편의점이 있어 길을 걷다 지친 이들은 잠시 목을 축이거나 쉬어가도 좋을 듯하다.

    상족암 길이 볼거리가 많다는 것은 기암괴석의 종류에서도 나타난다. 혹 제주에서 유명세를 탄 주상절리를 ‘제주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버리는 게 좋다. 검은 퇴적암인 상족암과 공룡발자국 화석을 벗어나면, 고성의 주상절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제전마을에서 바다쪽으로 바라보면, 우뚝 솟아 있는 병풍 모양의 주상절리가 자세히 눈에 들어온다. 이곳 주민들은 이를 병풍바위라 이름을 붙였다.

    탐방객이 병풍바위 위에 설치된 데크를 따라 걷고 있다.


    제전마을을 지나 병풍바위를 향해 이어진 해안가 길을 걸으면, 입암마을에 접어든다. 병풍바위가 자리 잡은 마을인데, 이곳에서 병풍바위 위로 연결해 놓은 데크를 따라 걸었다. 멀리서 보면 병풍 모양의 절벽이었지만, 계단을 따라 오르니 작은 산이었다.

    출발부터 바다만을 보면서 걷느라 조금 지루함을 느끼지나 않았을까.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상족암길의 작은 배려가 느껴지는 코스다.

    솔숲으로 불어 들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30분쯤 걸으면, 그동안 가졌던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훌훌 털게 된다.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느낄 무렵, 어느새 도착지로 정한 맥전포 항구에 도달했다.

    주로 멸치잡이 배들이 정박하는 맥전포항은 요즘 공원을 새로 조성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맥전포항의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만나는 방파제 위 빨간 등대. 그곳에 상족암길의 추억을 새겨 넣는 것은 어떨까.

    공룡박물관에 주차를 했던 터라 다시 걸어서 출발지로 돌아와야 했다. 맥전포 마을 뒤편 국도를 따라 입암마을로 향했다. 입암마을서 경상남도청소년수련원에 이르러 청소년수련원 뒷길로 걸어 올랐다. 그랬더니 앞서 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코스가 나타난다.

    수련원 뒤편 산길을 오르면, 잘 닦아 놓은 산책로와 꽃길이 여행자를 반긴다. 숨이 조금 찰 만큼 산길을 오르면, 공룡박물관으로 진입하는 공룡 모양의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다리 위에서 뛰지 마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어찌 한번 흔들어보지 않을 수 있을까. 길동무와 장난스레 출렁다리를 흔들어보는 도보 여행자들의 동심이 한껏 묻어나는 표정은 상족암길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했다.

    글=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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