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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2세 경영의 연착륙, 지역이 눈여겨보고 있다- 허충호(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11-05-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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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을 앞둔 촉나라 황제 유비가 제갈량을 불렀다. 유비는 “그대가 내 아들을 도울 만하거든 돕고 그럴 만한 재질이 못 되거든 그대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라”고 당부한다.

    삼국지의 한 대목이다. 2세 경영자의 자질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장면이다. 시점을 고대가 아닌 현대로 돌려 보자.

    김해 본산산업단지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A씨. 금속열처리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에게 최근 걱정거리 하나가 생겼다. 예순을 넘긴 나이를 생각할 때 경영권 승계 구도를 짰으면 하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슬하에 딸만 둔 터라 사위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회계사로 자리 잡은 사위의 의중을 몰라 선뜻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대기업의 3세 경영, 중소기업의 2세 경영시대로 접어들었다. 근대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던 당시의 중소기업(오늘의 대기업)들은 이미 2세를 지나 3세 경영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그런 대기업의 틈새를 메웠던 중소기업들도 2세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시험대로 속속 오르고 있다. A씨도 그런 경우다.

    창원국가산업단지의 경우만 봐도 그 흐름이 빠르다.

    창업 106년의 몽고식품그룹과 무학그룹, 삼성공조, 동환산업 등은 이미 오래전에 2세 경영구도를 확립했다. 대략 훑어만 봐도 40여 명의 창업자 자녀가 가업을 승계했거나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자녀에게 회사 지분은 대물림하더라도 필요하면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소신을 밝히긴 했지만 아직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말이다.

    창업자들이 2세 경영에 이처럼 관심을 두는 이유는 자식에게 가업을 인계하고 싶어하는 동양적 사고에 기인한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이런 의식이 창업자의 70~80%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창업자의 연령에 비해 기업의 나이가 적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07년 기준 중소기업 실태 조사 보고’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51.5세다.

    반면 이들 기업의 평균 연수는 11.6년에 불과했다. 50대 초반의 창업자가 겨우 10여 년의 연수를 갖고 있으니,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자녀가 물려받아 보다 장수 기업으로 키웠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2세 경영인들이 마냥 즐거운 심정으로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

    선대 경영자와 비교당하거나 경영부실에 대한 우려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은 못 돼도 최소한 1세대와 비슷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들의 마음 한 곳을 짓누른다.

    경영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만고의 진리다. 무임승차는 할 수 있어도 공짜 점심은 먹을 수 없는 게 경영세습의 현장이다. 가업을 물려주는 만큼 기업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창출해야 하고, 그만한 ‘밥값’을 해야 한다는 것이 창업 세대의 생각이다.

    이제 도내서 점점 더 많은 창업자들이 2세들을 자신의 회사로 불러들일 것이다. 덩달아 기업문화도 많이 바뀔 것이다.

    2세 경영은 새로운 기업환경과 경쟁력을 만드는 동력이 될 수도 있고, 잘 나가던 기업을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창업세대가 불모지에서 한국의 경제를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라면 2세들은 내실과 규모, 질적인 면에서 균형을 잡아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야 할 책무가 있다.

    2세 경영인들의 지혜와 능력에 지역경제의 흥망이 걸렸다. 지역경제계는 2세 기업들의 연착륙 여부를 눈여겨보고 있다.

    허충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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