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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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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밀양연극촌·고가 탐방로

경남의 길을 걷다 (17) 밀양연극촌·고가 탐방로
찌륵찌륵~ 풀벌레 소리·향긋한 시골 내음
시간이 멈춘 고가에선 마음도 머물다 가네

  • 기사입력 : 2011-05-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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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산저수지를 따라 이어진 탐방로를 걸으면 한적한 시골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성민건기자/
     
    기와집 등 고가의 모습이 잘 유지된 고가촌인 퇴로마을.



    때론 번잡한 유명 여행지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을 찾고 싶을때가 있다. 상쾌하게 다가오는 풀벌레소리를 듣고, 흙냄새, 풀냄새를 맡다보면 도시에서의 찌든 삶을 정화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일테다.

    그렇기에 잘 꾸며놓진 않았지만, 정겨우면서도 수수한 시골길이 때로 더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밀양연극·고가 탐방로는 이런 우리내 시골마을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처럼 유명하지 않아 탐방객들로 북적이진 않는다. 그러나 차분히 시골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나름의 멋을 가진 코스이다.

    약 7㎞의 길지 않은 이 코스는 주로 농업용 임도를 따라 걷는다. 가산저수지 둘레를 따라 걷는 3시간 이내의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연극촌, 밀양의 전통 고가(古家) 등 시골 아낙들의 넉넉한 인심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출발은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밀양연극촌에서 시작한다. 다양한 야외공연장과 성벽무대 등 종합예술 현장을 간직한 밀양연극촌은 매년 여름 연극의 도시로 변한다. 이 변신을 위해 요즘 한창 준비 중인 밀양연극촌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된다.

    밀양연극촌을 나와 본격적인 길을 떠나면 된다. 밀양연극촌 정문 앞에는 용호정, 가산저수지가 적힌 표지판이 서로 반대쪽을 가리키고 있다. 가산저수지의 표지판을 따라갔다.

    가산저수지를 향하는 농로를 따라 서있는 가로등부터 눈길을 붙잡는다. 사람의 얼굴 표정을 그려놓은 등이 양쪽에 늘어서 있는데, 웃는 모습, 삐죽거리는 모습 등의 표정이 출발부터 잔잔한 재미를 준다.

    연극촌 주변에는 또 다른 볼거리 연꽃단지가 조성돼 있다. 보통 7월 개화하는 연꽃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자리 잡은 연잎과 드문드문 눈에 띄는 수련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산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나무테크 전망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는 팔각정.


    연꽃단지를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야트막한 야산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는 가산저수지를 향하는 길목. 이곳 중턱 즈음 나타난 갈림길에서 오르막으로 향하면, 가산저수지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전망대 치곤 꽤 넓게 만들어 놓은 데크에서 저수지를 내려다보면 멀리 넓게 펼쳐진 저수지와 멀리 퇴로마을, 그 뒤의 산등성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전망대를 내려와 저수지길로 내려서면, 드넓은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저수지 둘레를 따라 만들어놓은 농로를 따라 걷게 된다. 약 10여 분 걸으니 시골의 논·밭을 마주하게 됐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저수지의 풍경과 논과 밭에서 풍기는 흙냄새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흡사 여름방학 시골 할머니댁을 찾아가는 것처럼 작은 설렘이 느껴졌다. 여기에 ‘찌륵, 찌륵’ 우는 풀벌레 소리까지 더해지니 영락없는 한적한 시골 분위기가 풍겨난다.


    가산저수지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오솔길을 만나게 된다.


    저수지를 따라 정겨운 시골길 분위기의 길을 약 10여 분 더 걸으면, 고가(古家)촌인 퇴로마을을 만날 수 있다. 탐방로에는 퇴로마을 안내표지판이 따로 없다. 그저 저수지길만을 따라 걷다 보면 자칫 퇴로마을을 지나칠 수도 있다.

    저수지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수지 위에 짓고 있는 나무데크 공사현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건너 보이는 마을이 퇴로마을이다.

    퇴로마을은 요즘 고가 체험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원래 여주이씨의 큰 고가가 있었던 곳인데,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면서 이를 활용해 마을 전체가 고가 체험마을로 변모했다.

    성벽과 고가들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게 고풍스러운 기와집과 이색적인 돌담길이다. 마을 주민들이 만들었다는 약 100m 길의의 황톳빛 돌담길은 ‘어찌 저렇게 일정하게 쌓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반듯하니 예쁘게 쌓여 있다. 그 중간에 높이 솟은 4개의 돌무더기도 퇴로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퇴로마을 입구는 이팝나무가 식재돼 있어 가로수 역할을 한다. 보통 5~6월 이팝나무 꽃이 핀다고 하는데,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퇴로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저수지 탐방로에 올랐다. 다음 코스인 용호정을 향해 가는 길이다. 저수지 맞은편 숲길을 따라 서있는 나무들이 길 위에 자연의 그늘을 만들어 준다. 편안한 마음으로 평탄하게 저수지를 둘러싼 길을 걷는다. 그런데 이 구간을 지나면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을 접하게 된다.

    용호정이라 적힌 표지판을 보고 저수지길을 따라 걸었더니 길이 끊어지고 만 것. 저수지길 중간 소나무 숲길로 들어가 야산을 넘어서야 하는데, 안내표지가 없다 보니 그저 길따라 걸어야 했다. 이리저리 산길을 헤매다 겨우 빠져나왔더니 월산마을이 나타났다.

    정해진 코스대로라면 위양마을을 지나 용호정을 거쳐서 와야 하는데, 산길을 이리저리 헤매다 이 두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정확한 안내표지판이 없다는 게 이번 구간의 아쉬움 중 하나였다.

    월산마을에서는 곧장 밀양연극촌으로 향한다. 농로를 따라 15분가량 걸으면, 출발지였던 밀양연극촌에 도착하게 된다.

    월산마을에서 연극촌까지 걷는 약 15분이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나름의 볼거리와 재미를 가져다 준다.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간직한 이 곳에는 깻잎, 고추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비닐하우스 주변 둔덕에 길게 심어 놓은 푸른 보리가 계절감을 느끼게 한다. 밭과 밭 사이를 지나는 수로에는 도시에서 보기 어려웠던 개구리의 뛰노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댁에서 뛰놀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도시에서 찌들었던 삶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이번 코스에서 얻을 수 있는 덤이다.

    글=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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