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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85) IQ 테스트 멘사 퀴즈와 논술 이야기

“논술은 머리가 좋다고 잘 쓰는 게 아니야”

  • 기사입력 : 2011-06-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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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교에 논술특강을 가면 어떻게 준비하고 글을 써야 할지 몰라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오늘 논술탐험은 퀴즈를 풀며 ‘논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해 볼까 합니다. 그림과 함께 나와 있는 IQ 테스트 멘사 퀴즈부터 풀어 본 뒤에 글을 읽어 보세요. 글의 내용은 지난달 어버이날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교 1학년인 조카와 나눈 대화입니다.




    조카: 얼마 전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IQ 테스트 멘사(MENSA) 문제’라며 퀴즈를 냈어요. 우리 반 아이들이 머리를 싸매며 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모두 틀리고 한 명만 맞혔어요. 그 문제를 삼촌이 한번 풀어보세요.

    (조카는 ‘사형장의 죄수들’이라는 그림을 그려 놓고 문제를 냈다. ☞ 옆에 있는 그림과 문제 참조)

    글샘: 이런,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라고? 큰일났네. 너희 반 아이는 이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얼마 걸렸는데?

    조카: 얼추 20분쯤 걸렸을 거예요.

    글샘: 좋아. 도전해 볼게.

    (종이에 그려진 상황 그림을 보며 이리저리 짜맞춰 보다가 언뜻 논술을 가르칠 때 강조한 얘기가 떠올랐다.)

    그래, 알았어. 정답은 죄수 C구나.

    조카: 와우~! 삼촌, 10분 만에 풀었어요. 혹시 IQ가 얼마예요? 선생님이 이 문제는 IQ 148 이상 되는 멘사 회원들이 풀 수 있는 문제라던데요.

    글샘: 흐흐. 내가 IQ는 좀 높지. 그건 농담이고, 나는 이 문제를 머리로 푼 게 아니고 논리로 풀었어. 논술을 쓸 때 중요한 요소인 ‘배려와 이해’를 접목했다고나 할까.

    조카: 그게 무슨 얘기예요? 그럼 왜 정답이 C인지 설명해 보세요.

    글샘: 앞에 아무도 없는 죄수 A와 B는 자기 모자 색깔이 무엇인지 절대로 알 수 없어. 죄수 C와 D만이 답을 말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거지.

    조카: 그러면 삼촌은 왜 답을 죄수 C라고 말한 건가요?

    글샘: 잘 봐. 죄수 D는 앞에 있는 2명(B, C)의 모자 색깔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흰 모자와 검은 모자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자 색깔이 무슨 색인지 100% 확신할 수 없겠지. 잘못 말하면 자신뿐 아니라 모두 사형을 당하니 입을 열지 못하는 거야. 결국 입을 열 수 있는 죄수는 C뿐이겠지.

    조카: 죄수 C도 자기 모자 색깔을 알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요.

    글샘: 그럴 때 필요한 게 남의 입장을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논리야. 논술에서는 자기 주장만 하면 아무리 논리가 좋더라도 공감을 얻는 글이 되기 어려워. 상대편의 주장이나 생각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 주장의 장단점을 파악해 자기 글에 문제점이나 보완할 점을 제시하는 거란다. 여기서 죄수 C는 죄수 D의 입장이 되어 본 거야. 만약에 D가 본 모자 색깔이 모두 흰색이라면, D는 당연히 자신의 모자가 검은색이라고 말했겠지. 그러나 D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C는 B의 모자색과 자신의 모자 색깔이 다르다고 100% 확신한 거야. B(흰색)와 다른 색이니까 C의 모자는 검은색이지. 그래서 C는 답을 맞히고 죄수 4명이 모두 살게 되지.

    조카: 신기하네요. 제가 IQ 테스트 문제를 냈는데 그걸 논술의 원리로 풀다니….

    글샘: 이건 어떤 사안을 놓고 갈등이나 대립 상황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상대의 입장(처지)을 이해하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느냐의 문제란다. 우리 지역에도 그런 상황이 많았어. 수정산업단지 사안도 그중 하나겠지. 지역을 개발하는 문제에서 환경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었지.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야. 우리 사회에서 개발과 환경은 갈등 구조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거든.

    조카: 그런 갈등 상황을 논술로 쓸 때 학생들이 공부해 두어야 할 게 있나요?

    글샘: 공부라기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게 적절하겠지. 어느 한쪽의 주장만 알고 글을 쓰면 일방적인 시각의 글이 될 수 있어. 그래서 신문을 읽으라고 강조하는 거야. 많은 매체 중에서도 신문은 대립하는 양쪽의 주장이 자세히 나와 있는 ‘세상 읽기 교과서’거든.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신문에서 접한 시사 사안을 활용해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 그게 바로 논술이 아닐까. 결국 논술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논리로 써 나가는 글이라고 해야겠지. 오늘 멘사 퀴즈를 푸는 방법과 연관시켜 논술의 의미를 잘 이해했으면 좋겠구나.

    심강보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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