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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남해 바래길 1코스

경남의 길을 걷다 (20) 남해 바래길(1코스-다랭이 지겟길)
지겟길 걸어보소, 마음의 짐 내려두고 싶거든
푸른바다·몽돌해안·다랭이논 풍광은 눈에 담아가고…

  • 기사입력 : 2011-06-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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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 바래길 1코스인 다랭이 지겟길 중 범머리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남해 일대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성민건기자/
     

    보물섬이라는 남해. 남해에는 돈이 지천에 깔려 있다고 한다. 지금쯤은 수확한 마늘이 도로변에 줄지어 널려 있다.

    모두 돈이다. 바닷속에도 돈이 둥둥 떠다닌다.

    남해의 어부들은 이 돈을 떠 담기 위해 아침부터 바다에서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자연의 진리에 순응하면서.

    그런데 보물섬 남해의 이곳저곳을 둘러볼수 있는 탐방길이 8개 코스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남해 바래길이다. 이 바래길의 4개 코스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됐으며, 올해에도 4개 코스가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됐다.

    바래길의 ‘바래’는 척박한 남해섬에서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썰물 때 어머니들이 갯벌에 나가 조개 잡고 미역을 따던 행위를 말한다.

    이 바래라는 행위는 남해 주민들의 힘겨운 삶의 역사와 함께한 기본적인 어로행위이다.

    경남의 걷고 싶은 길에서는 남해 바래길 8개 코스 중 1코스(다랭이 지겟길)와 2코스(앵강 다숲길), 5코스(화전별곡길)를 선정해 3주에 걸쳐 연재한다.




    남해 바래길 1코스인 다랭이 지겟길은 16㎞이며,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1코스 대부분이 남해의 아름다운 섬과 해안선을 조망할 수 있는 구간이다.

    특히 이 코스는 가천 다랭이마을을 중심으로 남해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척박한 생활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지겟길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억척스런 삶을 느낄 수 있으며, 다랭이논 만들기, 써래질 체험, 어촌체험 등 각종 체험과 몽돌해변의 파도를 연인 삼아 걸을 수 있는 길이어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다랭이 지겟길의 첫 방문지는 남해군 남면에 있는 평산항에서 시작한다.

    평산항에는 고려 선종 2년인 1085년 5월께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며 마을이름을 ‘산해’라 불러 오다가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관하에 조만호라는 수군 지휘관이 이곳에 주둔해 이때부터 마을을 평산포(平山浦)라 불러 오다가 1949년에 평산 1, 2리로 분동됐다. 특히 일몰 광경이 장관이어서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마을이기도 하다. 봄에는 마을 고개에 전국의 화가들이 모여들어 바다 풍경을 스케치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해에 12경이 있다면, 평산에는 8경이 있다. 제1경은 나산기암이다. 산에 고동(고둥) 껍데기가 많다고 해서 이름 붙인 고동산 끝자락 바닷가에 있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군상을 일컫는다. 제2경은 호두어화. 갈치, 전어가 많이 나는 평산 앞바다는 밤이 되면 고기잡는 배들의 불빛이 불야성을 이룬다. 아름다운 작은섬, 죽도청풍이 3경이며, 마섬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또한 일품이어서 4경은 마도파성을 꼽는다. 해마다 백로떼가 날아 들어 고고한 자태로 마을을 굽어보고 앉았으니 5경은 성수야학이며, 망치산 달 뜨는 풍광이 일품이니 망치야월이 6경이다. 독야청청 한 그루 소나무 자태도 고고하니 제7경은 관선노송이고, 마지막 8경은 해성고등학교 앞 울창한 숲으로 오리장림이다. 여기다 평산성과 미륵불을 더해 평산 10경으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싱싱하고 팔딱팔딱 뛰는 자연산 활어와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패류를 사려면 평산1리 바닷가로 가면 된다.

    남해군수산업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활어 경매는 남면 해안 어민들이 잡은 감성돔 볼락 농어 노래미 장어 숭어 낙지 문어 등 각종 어류를 대상으로 매월 2, 4주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에 이뤄지고 있으며, 전복 멍게 개조개 피조개 홍합 바지락 해삼 성게 개불 등 각종 패류 경매는 물때에 따라 열린다.

    평산항에서 다음 방문지인 유구마을 가는 길은 바다가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길이다. 저 멀리 바다 건너 광양과 여수 풍경도 희미하게 볼 수 있다. 기암괴석과 섬을 뜯어보는 재미와 함께 확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어 그야말로 “시원하다, 통쾌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바다쪽으로 땅이 툭 튀어나와 있어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범머리.


    유구마을을 가다 보면 범머리라는 곳이 나오는데, 바다쪽으로 땅이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마치 뱃머리에 올라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범머리 앞쪽에 서면 그 유명한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유구마을을 지나 한참을 걸으면 사촌해수욕장이 나온다. 마을에 모래가 많다고 해서 사촌으로 부르게 됐는데, 그 덕분에 사촌해수욕장에는 연간 2만여 명의 피서객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촌해수욕장은 50m의 너비에 길이 300m에 달하며 결코 요란하거나 수다스럽지 않고 우리의 사촌(四寸) 같은 수수한 얼굴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22도의 수온과 2m 정도의 수심으로 해수욕을 하기에 손색이 없으며, 300여 년 전에 방풍림으로 심은 굵은 소나무들의 넉넉한 자태도 느낄 수 있다.

    사촌해수욕장 앞에는 보물섬 캠핑장(www.namhae.kr)이 있다. 이 캠핑장은 가족단위, 직장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데, 강당과 취사장, 숙소, 방갈로가 마련돼 있다.



    남해 바래길 제1코스 다랭이 지겟길 중 선구마을에 있는 몽돌해안. 파도에 몽돌 구르는 소리가 일품이다.


    다음 방문지는 선구마을에 있는 몽돌해안이다. 사촌해수욕장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90여 가구의 선구마을에 도착한다. 앞으로는 호수처럼 생긴 바다와 약 1km의 몽돌밭이 장관을 이루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지형에 자리 잡고 있다. 몽돌 찜질이 무좀, 신경통 등에 좋다고 해서 여름에는 가족단위 피서객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몽돌해안가에는 이색적인 푯말이 있다. 몽돌이 너무 앙증맞아 몽돌을 집어가는 관광객들이 많아 “몽돌이지만 저희에게도 가족이 있어요. 저를 데려가지 마세요”라는 표현으로 몽돌 유출을 막고 있다.

    파도가 하루종일 치는데, 이 몽돌이 파도에 일렁이는 소리가 일품이다. ‘차랑 차랑’. 연인과 함께 이 몽돌해안을 걸으면 몽돌에 반하고, 몽돌과 파도가 엮어내는 화음에 반해 그 연인의 사랑이 몽돌과 파도의 천년사랑처럼 영원할 것 같다.

    몽돌이 있는 선구마을은 마을이름이 순우리말인 배구미(배가 많이 드나드는 곳)였는데, 지금은 선구마을으로 불린다.

    선구마을을 지나 항촌마을로 가면 항촌전망대가 나온다. 팔각정 모양에 쉬어가는 곳으로 바다를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의 뒤편에 위치한 구름산의 맥이 남쪽으로 능선을 이루면서 큰 능선을 형성해 오다가 다시 서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매상골에 이르러 주맥이 끊기고 다시 앞산이 병풍처럼 돌출해 풍광이 명미한 형세를 이루고 있다.

    이제 1코스 다랭이 지겟길의 마지막 방문지인 가천 다랭이마을로 가야 한다. 도로를 이용해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교통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구간이다. 가천 다랭이마을 입구 도로에서 아래를 쳐다보면 다랭이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랭이마을에는 가천 암수바위도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 신기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 가천 다랭이마을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다음 편에 하기로 한다.



    ★ 남해 가천 암수바위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중간에는 신기한 바위가 있다. 가천 암수바위다. 다랭이 논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암수바위의 유래를 알고 보면 예사롭지 않은 바위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조선 영조 27년(1751년) 이 고을의 현령 조광진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우마가 다녀 몸이 불편하니 나를 꺼내주면 필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고 했고, 현령이 땅을 파보니 암수바위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후 현령이 미륵불로 봉안했고, 논 다섯 마지기를 이 바위에 바치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어민들은 지금도 이 바위를 발견한 음력 10월 23일을 기해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뱃길의 안전과 많은 고기가 잡히기를 기원하고 있다.

    이 바위는 원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선돌(입석)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기능이 바다와 마을의 수호신으로 확대돼 미륵불로까지 격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도민속자료 제13호이며, 이곳은 오늘날에도 아들을 갖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 암수바위는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양을 한 남해섬의 회음부에 정확하게 위치하고 있다. 새 생명을 탄생시킬 신성한 곳인 셈이다. 높이 5.9m의 수바위와 4.9m의 암바위로 이뤄진 암수바위는 발기한 남자의 성기와 아기를 밴 어머니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글=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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