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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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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중증외상치료시스템 구축 절실하다- 류동수(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비뇨기과 교수)

전문인력 확충·첨단 의료시설 확보 등 정부 지원을

  • 기사입력 : 2011-06-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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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아덴만 여명작전’ 과정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여섯 군데나 총격을 입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데 대해 국민 모두가 기쁘고 가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총상을 입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한번 이륙에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에어앰뷸런스를 띄울 수 있었을지, 다른 환자 진료에도 바쁜 병원 의료진이 총출동해서 수술하고 밤낮없이 돌볼 수 있었을지? 석 선장의 경우가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큰 특수상황이라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석 선장의 성공적인 회생은 우리나라의 중증외상환자 치료와 관리상의 허점과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발전을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40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는 가장 많은 원인이 외상에 의한 것으로, 전체사망률에서도 9.1%로 암과 심뇌혈관질환 다음으로 중요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매년 약 3만명이 중증외상으로 사망하는데, 이 중 1/3 정도는 신속한 구조와 치료가 있었다면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단 총기로 인한 사고뿐만 아니라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등에 의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증외상환자들의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신속한 환자이송과 초기 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석 선장의 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의료 후진국으로 여겨 왔던 오만에서도 석 선장이 응급실에 도착한 지 불과 1시간 만에 최고의 의료진이 모여 수술이 이루어지는 등 환자에 대한 초기 관리가 훌륭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19구급대가 응급의료정보센터의 협조를 받아 최단시간 내 환자이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원화된 환자 이송체계는 개선의 여지가 많고,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이루어지는 일차 치료는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수준 높은 대처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환자가 병원에 긴급하게 도착하더라도 중증외상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의료진과 환자상태를 감시, 조절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이 없다면 이 모든 노력들이 무용지물이다.

    특히 중증외상의 치료를 위해서는 외과계와 내과계 각 분야 전문의료진 간의 유기적인 협력진료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지만 중증외상 치료에 필수적인 첨단 의료장비와 시설을 갖춘 중환자실과 수술실이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젊은 의사들이 소위 3D 진료과로 여겨지는 외상관련 전문의가 되기를 꺼려하고, 중증외상환자를 열심히 치료할수록, 또 중환자실을 많이 운용할수록 적자가 쌓여 가는 현실은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병원과 전문의사의 수를 날이 갈수록 줄어들게 하고 있다.

    결국 중증외상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증외상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센터를 전국 6곳에 설립할 계획을 수립하였지만, 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6000억원에 이르는 설립 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너무 낮다는 평가결과에 따라 당초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중증외상환자의 치료는 애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닐 뿐더러 중증외상센터를 몇 개 만든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별도의 재정지원체계와 건강보험수가의 개선을 통해, 중증외상에 대한 전문인력의 확충, 중환자실과 수술실의 확보, 응급구조인력의 교육 등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 왜냐하면 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살려야 하는 선진의료국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프라이자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류동수(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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