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학교 논술수업] (21) 교과수업에서 논술하기- 낙태 찬반 토론

‘그 남자의 책임’ 영상물 본 후 모둠별 열띤 토론
(낙태문제 다룬 ‘지식채널e’ 프로그램)

  • 기사입력 : 2011-06-22 01:00:00
  •   

  • 김해 월산중학교 학생들이 모둠별로 낙태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하고 있다./월산중 제공/
     
     
    중학교 3학년 과학 1단원은 ‘생식과 발생’이다. 생물이 어떻게 자라고 자손을 남기는지 알아보는 단원이다. 세포분열에서 사람의 임신과 출산까지 배운다.

    과학과 수업 모형에는 과학-기술-사회(STS: Science-Technology-Society) 수업 모형이 있다. STS 교육 운동은 학문 중심의 과학 교육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식 위주의 교육이 만들어낸 인간의 비인간화에 대한 반성에서 등장했다. 지나치게 학문적이거나 전문적인 지식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의 일상생활 및 사회적 경험과 관련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과학을 가르치고 판단력과 문제 해결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사회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과학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회적 현상을 직면했을 때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STS 교육의 목표이다.

    ‘생식과 발생’ 단원을 마칠 무렵 심화 학습으로 낙태에 대한 찬반 토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낙태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낙태에 대한 찬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낙태 찬반 토론을 해 보게 한 것은 낙태에 대해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라는 입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 낙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인식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도움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또한 자료를 찾고 역할을 분담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토론을 하기 전 수업시간에 EBS ‘지식채널e’에서 방영된 ‘그 남자의 권리’라는 영상물을 보여줬다. 이 영상물은 2006년 미혼부에게 양육비 지급을 규정한 미국에서 24세에 미혼부가 된 한 남자가 원치 않은 임신의 경우 여성들은 낙태, 입양, 양육 중에서 선택하는 순간이 있으므로 남성들도 재정적 책임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건 걸 계기로 미혼부의 책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다루고 있다. 이 영상물은 특히 남학생들에게 낙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 반을 네 개의 모둠으로 나눠 대표를 정하고 찬성과 반대를 배정했다. 토론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적어 찬반 입론→ 질문 둘→ 답변→ 반론→ 질문 둘→ 답변→ 총론 순서로 발표하도록 했다. 반론 준비를 할 때 상대편 입론이 부실할 경우를 대비해 상대편 입장의 일반적인 주장을 조사해 이에 대해 반론을 준비하도록 했다. 발표 평가표를 만들어 발표하지 않는 학생들이 평가하도록 했다. 토론 후 글쓰기는 과제로 제시했다. 열 반 중에 아홉 반에서는 1차시에 찬반 토론 2회가 끝났고 한 반만 2차시였다. 학생들 발표 중에서 미흡한 것은 반론이었다. 입론에 들어가야 할 자기 주장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 글은 학생들이 찬반 토론 후 쓴 글의 일부분이다.


    ☞ 학생 글 1  먼저 미혼모 인식 개선부터…

    70년대만 해도 낙태는 인구 증가 억제 대책의 일환으로 권장됐으나 요즈음은 대표적인 찬반 토론의 주제가 될 만큼 논쟁거리가 됐다. 낙태는 왜 일어나는가? 첫째로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을 들 수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대표적인 예로 아이가 딸일 경우 낙태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허무한 이유인데 요즈음은 점차 없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미흡한 청소년 성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미혼모의 대부분이 학생 때 임신을 하게 되는데 올바른 성에 대한 지식과 피임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우리나라는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불법 낙태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불법 낙태 수술을 하는 의사를 고발한 일이 있었다. 법에서도 낙태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폭행이나 생명에 위험한 경우에 그렇다. 도덕적으로 보면 낙태는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도덕적 시선을 벗어나서 보면 낙태 금지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낙태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불법임을 알고서도 위험한 수술을 받고 있으며 단속도 아주 허술하다. 또 원치 않은 임신일 경우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는 물론 산모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이를 낳더라도 산모가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울 능력이 없는 경우라면 입양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된다. 반대로 낙태를 허용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잘못된 성의식으로 악용될 것이다.

    바람직한 해결법은 없는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미혼모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인식의 개선이다. 우리 사회는 그들을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게 생각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올바른 성교육을 하고 미혼모에게 직접 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일반인과 같이 줘야 한다.


    ☞ 학생 글 2  생명을 가진 것은 모두 존중돼야

    낙태에 대해 반대한다. 낙태는 살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낙태가 불법임에도 낙태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그리고 낙태를 할 때 산모의 몸에 낙태 후유증과 자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은 낙태를 한다. 그리고 태아도 생명체인데 낙태를 하는 것은 살인이다. 산모는 낙태 후 자신의 아이를 죽였다는 것으로 정신적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기형아라고 낙태를 한다. 기형아라고 해서 세상에 태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한 생명으로서 너무 억울한 일이지 않은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을 존중해야 한다. 태아는 뱃속에서 엄마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태아는 산모가 자신을 낙태하기로 결정한 순간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본능적으로 슬퍼하고 산모와 같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낙태를 허용해 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하게 된다면 출산율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 아이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능력이 되면 그때 아이를 가져야지, 능력도 되지 않고 나이도 어린데 성관계를 가졌다면 그것은 잘못된 문제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낙태를 해야 할 이유도 있다. 성폭행과 같은 경우나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고 남성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낙태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난 낙태를 반대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낙태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피임 교육을 강화해 애초에 낙태할 경우를 줄여나가야 한다.


    배종용(김해 월산중 교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