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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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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창녕 ‘개비리길’은 살려야 한다.- 김옥남(시인)

  • 기사입력 : 2011-07-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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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태백시 천의봉 ‘너덜샘(은대샘)’에서 시작해 부산 다대포 하구언에서 끝나는 남한 최장의 낙동강 525km 1300리가 갈기갈기 찢기고 파헤쳐지고 있다. 강이 거대한 담수호로 변하면서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 준 천혜의 절경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그곳에 ‘개비리길’이 있다. 창녕 남지 창아지에서 용산마을까지, 영아지 마을 서편 거대한 암벽 벼랑을 따라 난 소로가 ‘개비리길’이다.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는 “낙동강 1300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길이 개비리길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리산에서 발원해 낙동강 지류이면서도 당당히 강이라 부르는 남강과 낙동강 본류가 합강한 양수리, 주변 함안낙동강 8경을 바라보며 유채밭 강변을 지나면 현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지철교’까지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강 정비로 홍수를 막고 물 부족을 해소하며 수변지역 개발로 경제효과를 얻는다는 정부 국토개발 사업이 운하사업이라는 논쟁 속에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그 때문에 예천 회룡포, 상주 경천대,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 경관이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이미 파괴되었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또 예천 내성천습지, 풍산 마애습지, 구미 해평습지, 김해 화포습지와 창녕 우포늪 등 생물종 다양성이 우수하고 각종 철새들의 낙원이었던,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습지까지도 위기를 겪고 있고 이미 파괴된 곳도 있다. 강바닥을 파내고, 8개의 댐(보)을 건설하고 둑을 쌓아 담수함으로써 금모래밭이 사라지고 저서 생물들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 수만 년 동안 살아온 생물종들이 사라져 버리고 텃새는 물론 다양하게 찾아들던 철새들이 떠나버릴 상황을 상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역대 창녕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창아지에서 용산까지 지방도로를 뚫어 지역민들의 소통을 수월하게 하겠다고 공약을 하였다. 이후 여러 번 개비리길을 뚫으려 시도했지만 겨우 한두 사람 지날 수 있게 난 마삭줄 덮인 암벽 길을 부수고 찻길을 내는 일이 난공사이고 공사비가 엄청나다 보니 번번이 실패하여 개비리길은 오늘날까지 살아 있다.

    지금 정부의 4대강사업에 발맞추어 낙동강변 전 구간 자전거도로를 건설 중이다. 바로 개비리길에도 자전거도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설혹 꼭 뚫을 필요가 있다면 개비리길을 우회하여 자전거 길과 양존시키면 안 되는가? 자전거길 설계 자료를 볼 수 없어 잘 모르지만 벼랑에 자전거도로를 뚫으려면 절경인 절벽을 화약으로 폭파하여 지금 1m 너비도 안 되는 벼랑길을 4~5m 넓혀 포장하고 안전하게 난간을 설치하고, 전망대 및 쉼터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기존 천혜의 경관과 주변 다양한 생물종들로 이뤄진 숲들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개비리길은 국가공인 명승이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역사문화자원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길’로 선정된 길이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낙동강에 이런 비경이 살아 숨겨져 있었다는 것에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환경운동가, 종교인, 문인, 일반시민 등이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우포늪과 개비리길을 생태환경지킴의 성지로 삼아 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에서는 지난해 11월 28일 전국의 회원들이 모여 개비리길에서 제16회 풀꽃본상을 드리며 “남지 개비리길은 낙동강과 함께 영원히 흘러야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환경운동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서 낙동강과 함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있어야 할 자연문화유산인 개비리길을 지킬 수 있도록 관심과 행동을 보여야 할 때다.

    아무리 부수고 짓이겨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삶을 행복하게 하려 한다 하더라도 수만 년 동안 자연과 세월이 만든 자연문화유산 몇 개쯤은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놔둬야 하지 않을까? 그 속에서 사시사철 어제와 오늘 우리 민중의 삶과 애환을 이야기하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아름다운 동화가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랜만에 찾아와 위안을 찾고 싶었던 변해 버린 개비리길 모습에서 더는 상실의 쓴맛을 느끼며 돌아가고 싶지 않다.

    김옥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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