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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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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진주 가좌산 산책로

경남의 길을 걷다 (23) 진주 가좌산 산책로
숲길 따라 이어지는 댓잎소리·새소리…
편백림 걷노라면 몸도 마음도 시원

  • 기사입력 : 2011-07-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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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시 가좌산 산책로를 찾은 시민들이 15m가 넘는 왕대나무가 빼곡한 대숲 사이로 이어진 목재데크 산책로를 걷고 있다./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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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 장거리 출장 취재는 부담스럽다.

    우선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을 뿐더러 걷기도 힘들다.

    그래서 아껴둔 곳이 있다.

    도심과 가까이 있으면서 아름드리 숲속을 자랑한다.

    거기다 나무공부까지 할 수 있는 진주 가좌산 산책로를 찾았다.

    이곳은 국립산림과학원 산하 남부산림연구소의 가좌시험림으로, 경관이 수려하고 수목이 잘 가꿔져 있다.

    진주시에서 2009년 테마별 숲길을 조성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진주의 걷고 싶은 길 10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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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산림연구소 박종열씨의 안내로 돌아봤다. 가좌산 산책로는 창원에서 가자면 진주시 초입 경상대학교와 연암공업대학 사이에 잇대어 있는 길이다. 산책로 코스는 석류공원 주차장을 기점으로 대나무 숲길~어울림 숲길~맨발로 황톳길~고사리 숲길~석류공원으로 돌아온다. 약 4㎞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해발 30~110m 정도로 산책하기에 적격이다.

    가좌시험림은 29㏊로 시험림 24㏊, 수목원 1㏊, 묘포 0.3㏊, 부지 등 3.7㏊로 대나무, 삼나무, 편백, 비자나무 등의 인공림(96%)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남부지역의 산림 유전자원 보존과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죽림·죽종견본원, 수목종합전시원, 삼나무·편백 내한성 개체 증식포, 지역수종전시원, 품종보존원, 분재원, 약용식물원, 남부소득자원전시원 등이 들어서 있다.

    연암공대 입구 수목종합전시원에서 길을 나섰다. 평일인데도 산책하는 시민이 많다. 수목종합전시원에는 0.8ha에 내공해수종, 조경수종, 유실수종, 유지수종 등 545그루가 심어져 있다.

    목재데크를 따라 걸으면 청풍길이 반긴다. 산책로 주변에 차나무를 심었는데, 지난 겨울 이상기온으로 동해를 입어 잎이 많이 말랐다. 청풍길을 따라 10여 분 올라가면 가좌 산책로의 백미, 대나무 숲길이 나온다. 1970~1972년까지 3년 동안 7.9ha의 죽림과 1970~1972년, 1980~1984년까지 2회에 걸쳐 죽종견본원 0.3ha를 조성했다. 죽림에는 맹종죽과 왕대, 솜대 등이, 죽종견본원에는 가좌시험림에 황문죽 등 126종, 연구소 내 시험림에 구갑죽 등 46종이 있다. 중복수종을 제외하면 모두 131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이 중 중국 아열대 임업연구소에서 109종을 도입했으나, 검역과정에서 상당수가 죽고 67종을 살렸다고 한다.



    대나무밭을 옛날에는 생금전(生金田)이라 했다. 살아 있는 금밭이라 할 정도였으니 수익성이 대단했다는 뜻일게다. 쓰임새가 많았으나 지금은 플라스틱에 밀려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연구소는 조경수 활용과 수액채취, 댓잎차 개발 등 부가가치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목재데크 오른쪽에 구획을 나눠 종별로 심었다. 대나무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탄성을 지른다. 남부산림연구소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모아 ‘대나무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맹종죽 사이 목재데크를 따라 산책로에 들어선다. 15m 이상 쑥쑥 자란 울창한 대나무 숲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람에 부딪히는 댓잎 소리가 청아하다. 빗방울까지 가늘게 떨어져 운치를 더한다.


    울창한 편백림 사이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맨발로 황톳길


    대나무 숲길이 끝나면 어울림 숲길이 나온다. 무성한 편백림 사이로 아기자기하게 목재데크를 설치했다.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를 양껏 들이마신다. 피톤치드는 성인의 심장과 폐기능 향상,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한다. 또 스트레스 완화 및 노화방지 등 각종 성인병 예방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 미로 느낌이 들도록 격자형 포켓공간을 만들어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어울림 숲길이 끝나자 물소리 쉼터가 탐방객을 맞는다. 중간에 꽤 넓은 운동장이 있고, 한쪽에는 헬스기구와 지압보도, 세족장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맨발로 황톳길’이 반긴다. 황토는 신진대사 작용을 원활히 해 노화 방지, 혈액순환 촉진, 해독과 정화작용을 한다. 비가 내려 맨발로 걸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백로들이 풍경길 전망대 아래의 대나무숲에서 서식하고 있다.


    이때 숲속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새소리. 둔탁하며 시끄럽다. 예사롭지 않은 소리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소리의 주인공을 만난다. ‘풍경길’ 전망대에 올라서면 가좌산 산책로의 또 하나의 볼거리, 백로떼를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에 연암공대와 대나무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나무숲에 백로떼가 자리 잡았다. 백로는 전 세계에 12종이 있고 우리나라에 5종이 있다고 한다. 중대백로가 가장 대표적인 백로로, 순백색이며 등에서부터 꼬리까지 비옷 모양의 장식깃이 있다.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4~6월에 2~4개의 알을 낳는다. 백로는 진주시의 시조(市鳥)다. 희고 깨끗해 청렴한 선비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시를 상징하는 백로가 이렇게 대밭에 떼지어 있으니 시민들에게는 여간 행운이 아니다. 백로들의 놀음에 눈을 떼지 못한다.

    전망대 앞쪽에는 심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고로쇠 나무가 줄지어 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길을 나선다.

    가좌산 산책로는 숲속이라 그늘 져 걷기에 좋고, 나무 위로 시원한 바람소리가 사색에 잠기게 한다. 솔바람에 문득 단풍이 지고 있는 11월 늦가을인 듯한 착각에 빠진다. 생각을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사리 숲길을 지나니 가좌산 정상 0.5㎞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어치와 큰오색딱따구리가 울음소리를 내면서 탐방객을 경계한다. 자신의 영역을 침입한 외부인의 출현에 언짢은 모양이다. 갑자기 굵은 비가 떨어져 마음이 급해진다. 함께한 사진기자의 노고가 많다.

    가좌산 정상인 줄 알고 갔더니 망진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망진산까지는 40~50분 거리. 일행은 갔던 길을 되잡아 나와 지역수종전시원 쪽으로 길을 튼다. 이곳은 시험림 내 관리도로를 중심으로 주변 사면에 기능별로 다양한 나무를 심어 조성하고 있다. 양옆으로 3열씩 잘 정돈되어 있다. 조성한 지 얼마 안된 어린 수목이지만 몇 십년 뒤에는 지역의 명물이 될 것이다. 나무마다 이름을 새긴 돌을 세웠다. 돈이 많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효과는 떨어진다. 수종 특성 등을 잘 알 수 있도록 그냥 나무 명찰을 했으면 학습효과도 높을 것이다.

    석류공원 꼭대기의 망원정에 올라서면 남강과 어우러진 진주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책로의 종점인 석류공원을 찾았다. 진주 8경 중 제4경이다. 석류공원은 진주시를 상징하는 꽃인 석류꽃에서 딴 것이라 한다. 공원 입구에 높이 11m의 인공 수직폭포가 있다. 암벽 곳곳에 소나무를 심어 운치를 더했다. 밤이면 시시각각 빛이 변하는 멋진 폭포 야경을 볼 수 있다. 꼭대기에는 망원정이라는 팔각정이 있다. 굽이쳐 흐르는 남강과 남강을 끼고 있는 도로, 도동 시가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비봉산과 뒤벼리, 선학산이 보이는데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도 보인다고 한다.


    남부산림연구소 내 남부산림과학관에서는 다양한 산림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석류공원 맞은편에 자리 잡은 남부산림연구소를 찾았다. 연구소의 총 부지는 4.3ha에 달하며, 시험림·수목원·온실 등을 갖추고 있다. 2005년에 개관한 남부산림과학관은 1171㎡로 전시실과 표본실 등이 있다. 5290여 점의 산림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숲 해설가의 도움을 받아 산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자녀와 함께 다녀오길 권한다.


    글=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답사동행=남부산림연구소 박종열씨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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