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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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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사찰음식의 대가 대안 스님

“좋은 음식은 나를 이루고 마음을 맑게 하죠”

  • 기사입력 : 2011-07-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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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군 금서면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금수암에서 사찰음식의 대가인 대안스님이 손수 담근 장이 담겨 있는 장독대 사이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행복의 조건은 건강이 전제가 돼야 하고, 건강은 식생활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시대가 흐를수록 음식의 종류가 많아지고 먹을 것도 풍족해지고 있지만 현대인들은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잘 먹는 것'이 쉽지많은 않기 때문이다.

    '몸에 거슬림이 없는 음식'으로 마음까지 맑게 해준다는 사찰음식. 그 음식에 누구보다 정통한 대안스님(52)을 만나, 음식에 대한 철학과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난 14일 오후 산청군 금서면,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금수암에서 대안스님을 만났다. 금수암 입구에서부터 장독대 100여 개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대안스님이 손수 담근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은 사찰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귀한 재료이다. 사찰음식은 양념이나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장맛으로 간을 내기 때문이다. 스님은 취재진을 반기자마자 음식을 내왔다. 이곳 금수암에는 평소에도 사람들이 자주 드나든다. 사찰음식에 대한 대안스님의 명성이 알려지자, 음식맛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올 때면, 스님은 손수 만든 음식을 언제든 내어준다.

    정갈하고 담백한 맛이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빚어낸 맛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육류에 길들어진 입맛을 잊게 만들었다. 잡곡밥, 고구마순 된장국, 오이 장아찌, 가지무침, 고추볶음 등 음식들은 소박해 보였지만 단지 객의 허기만 채워주는 것아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주는 기분이다.

    “사찰음식은 몸에 이롭다는 것을 넘어 기운을 맑게 해주고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입니다. 종류는 1000가지가 넘죠.”

    지난 1985년 해인사로 출가한 대안스님은 사찰의 부엌일을 하며 음식을 도맡았다. 당시에는 출가하게 되면 부엌일을 도맡는 것이 순서였다고 한다. 대안스님의 음식맛이 외부로도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학교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강의가 쇄도했다. 음식에 대한 이론 지식이 없었던 스님은 공부를 시작했고 식품영양학과 석사, 박사과정까지 마쳤지만 오히려 사찰음식의 중요성을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스님은 “음식은 정말 중요하다. 나를 이루고 마음을 이루는 것이다”라며 “식욕을 잘 다스리기만 해도 건강해진다”고 했다.

    사찰음식도 궁금했지만 스님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스님이 직접 담근 시원한 식혜를 마시며 하나둘씩 궁금증을 풀어봤다.



    어떤 인연으로 출가하게 됐고 사찰음식은 어떻게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나.

    매번 출가 이야기를 들먹일 때마다 반복해서 떠올려야 하는 기억은 긴박하고 쫓기는 듯하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며칠 되지 않아 해인사 국일암으로 출가를 했으니 말이다. 두려움, 설렘,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셈 치고 가야 견딜 것이라는 여러 수행자들의 지침을 되뇌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행자의 생활을 해나갔다. 어려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형제 많은 덕에 덜 외롭게 자란 막내지만 그래도 늘 어머니의 빈자리는 오래도록 나를 우울하게 했다. 슬픔, 비애, 처절함, 그 많은 허전함이 뼛속까지 박혀서 도저히 혼자 살 수 없었지만 병고로 나이 쉰에 돌아가신 모친의 영향이 자식 낳고 돌보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슬픔을, 내게 결혼하지 않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했다.



    사찰음식의 대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어려움 등 기억에 남는 일화에 대해 언급한다면.

    어려서 시내 거지들도 아침이면 우리 집에 밥 얻어먹으러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랐고 음식 나누는 정을 자연스레 겪고 자랐다. 늘 인정 많은 어머니는 거지라고 해서 마룻바닥에 밥을 내려놓는 일이 없으셨다. 열댓명이 넘는 거지들에게도 작고 둥근 소반상에 상을 차려서 정갈하게 내주셨다.

    출가 초기의 나는 일꾼들이 많은 절집 부엌에서 음식하는 일이 더 많았다.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스님, 우리 밥 안 주고 어디 가세요? 아님 꼭 언제 오시냐”고 물으시는 일꾼들 덕에 나의 솜씨가 늘지 않았나 싶다.

    강원(승가대학)에 4년 동안 살면서 공양물이라고 들어오는 간식들이 대부분 가공식품이었다. 첨가물이 뭔지도 모를 시절이니 그냥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먹었다.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한 학기 휴학을 하면서 기도를 해보니 질병도 먹는 음식과 연관이 많은 것을 그때 알았다. 지리산에 들어가 금수암을 창건하고 천일기도를 하면서 나의 절집음식에 대한 탐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절을 지으면서 일꾼들 삼시 세때를 챙기면서 천일기도를 무사히 마쳤다.



    스님이 개발한 사찰음식은 어떤 것이 있나.

    사찰음식의 레시피는 거의 구전이다. 다행히 살림 잘하시는 노스님과 은사스님 덕분에 절음식을 자세히 익힐 수 있었다.

    밥, 국, 나물, 전, 찌개류, 탕, 죽, 노스님이 출가해 드신 음식은 다 알게 되었지만 만날 그 밥에 그 나물은 질리고, 젊은 탓에 맛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냥 어른들이 좋아하시니 해드리는 수준이었으나 나이도 들고, 지리산에 기대어 살면서 물맛도 알고, 공기 좋은 곳에 사는 일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 줄도 알게 됐다. 몸에 해로운 것이 무엇이고, 몸에 좋은 천연음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나름 연구를 열심히 하게 됐다.

    사찰음식에서 들깨는 마른표고와 다시마 다음으로 중요한 식재료이다. 오메가3와 항산화 물질이 많고 피부에 보습효과가 뛰어나 사시사철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산청에는 어떤 연유로 내려오게 됐는지.

    서울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찰음식점 발우공양의 매장 3개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여러 대학의 특강과 사찰음식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청에서는 금수암 주지와 금당식품 대표를 맡고 있고 서울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장류와 부각, 장아찌류, 마른 나물들을 금수암에서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사찰음식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금수암에서 격주 특강을 할 계획이다. 어차피 자주 내려와야 하니 지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2013년 산청에서 한방엑스포가 열린다. 산청군에서도 역할 지원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 사찰음식점을 내기 위한 사전계획을 하나씩 마무리하고 있다. 내년 6월 프랑스 파리 중심에 있는 갸를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5개월간 한시적으로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식당을 운영하고 2013년에는 정식으로 입점할 계획이다. 세계인들에게 사찰음식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글= 김용훈기자 yhkim@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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