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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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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62) 황강 10 거창군 남상면~ 남하면

높은 산 계곡서 모인 물줄기 거대한 황강 이루고

  • 기사입력 : 2011-07-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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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강으로 흘러가는 감악산 매산저수지.

    일원정
     
     
    세월은 정차역이 없는 기차와 같다. 속절없는 시간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사하는 마음보다 부족함이 가득한 경우가 가끔 있다. 어떤 일을 하다가 목표했던 기대치에 닿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가 하면 자녀의 학교성적이 다른 아이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행복이다. 행복의 가치가 높은 것이 권력이나 부자, 명문대학 진학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제 그 가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신장이식 수술을 해 새 생명을 얻어 각고의 노력 끝에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분의 강연을 들었다. 이분은 자신에게 행복은 돈이 아니라 시원한 물 한 사발 벌컥벌컥 마셔 보는 것이라 했다. 신장이식 수술로 거부 반응 때문에 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 없다고 했다. 조금만 자신을 낮추고 생각해 보면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숙자사당, 일원정

    차창으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황강을 찾아가다 진주에서 차를 돌렸다. 그러던 날씨가 1주일 만에 요술을 부리듯이 폭염으로 변했다.

    황강으로 가는 길은 장마 끝에 오는 무더위가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창문을 열어 들판과 자연을 바라보니 화가가 색칠을 한 것처럼 진한 녹색의 모습으로 변한 자연은 매우 건강해 보였다. 비가 오고 맑은 날씨가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자연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88올림픽고속도로 거창 나들목을 나와서 우회전해 남상면 방향으로 가면 대산교 갈림길이다. 김숙자사당 이정표를 따라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사과들이 줄줄이 달려있는 과수원이 끝나는 마을 낮은 언덕에 사당이 있었다. 마을 입구에 정자나무가 있고 연자방아로 사용됐던 둥근 돌이 마을의 역사와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문화재자료 제126호 김숙자사당은 솟을대문이 있는 양편에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조선 세종 때의 학자 김숙자를 추모하기 위해 1706년에 세워졌다. 김숙자는 김종직의 아버지로 조선시대 학자이다. 과거에 합격해 고령현감, 성균관사예 등을 지냈으며, 세조가 즉위하자 고향인 밀양으로 낙향해 학문에 전념하며 후진을 양성했다. 효성이 지극하고 실천을 중시하는 학문 자세와 함께 남을 가르치기를 좋아했고 길재의 학문을 아들에게 잇게 했다. 사당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정면에 툇마루를 두고 계자난간을 둘렀다. 정문은 정면 5칸 규모의 솟을대문으로 가운데 1칸이 출입문이다. 툇마루에 설치한 아름다운 계자난간을 자연 속에 짓는 전원주택 건축에 활용하면 더 운치가 묻어나겠다.

    매미소리가 여름을 깨우는 대산마을을 벗어나 황강을 따라가는 신원면 방향으로 5리쯤 가면 황강변 도로변에 문화재자료 제78호 일원정이 있다.

    일원정은 1905년 김숙자의 후손들과 유림들이 건립했다. 정몽주·길재·김숙자·김종직·김굉필·정여창·조광조 등의 제사를 지내며 예전에는 서원 역할도 했다. 이들 일곱 선현은 조선시대에 성리학의 정통적인 계승자로 받들어지던 인물들이다. 건물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기와집이며, 전면에 툇마루를 두고 계자난간을 설치했다.

    정자 앞 도로를 건너면 황강 언덕에 김숙자의 신도비가 세워져 있다. 신도비가 있는 황강 언덕에는 느티나무들이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 피서객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비가 온 뒤의 황강은 우렁차게 굉음을 내며 힘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황강을 바라보며 잠시 더위를 식히고 벼가 무럭무럭 자라는 들판 사이를 지나 거창군 남상면 소재지 방향으로 향했다.


    이요정


    이요정, 연수사

    남상면 소재지에서 지방도로 1084번을 따라 약 3km쯤 실개천을 옆에 두고 가면 둔동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마을 방향으로 올라서면 풀이 자란 오솔길 끝에 이요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정재 김수인을 기려서 후손들이 1936년에 건립했으며 산과 물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이요정이라 했다. 정자의 구조는 사방을 계자난간으로 두르고 팔작지붕으로 해 전통양식을 갖추었다. 건물에 단청을 하지 않아 수수한 느낌을 주며, 문짝과 대들보 서까래의 선들이 아름답다.

    둔동마을을 둘러보고 왔던 길을 돌아서 남상면 소재지로 오는 길에 효자영릉참봉의 정려비가 있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아버지가 실명해 백약이 무효인 것을 두 아들의 지극정성으로 나았다는 조선시대 선조임금 때의 이야기이다.

    발길을 돌려 실개천 남상교 부근에 영험이 있는 돌이 있다는 대모암 안내판을 보고 찾아가 보았다. 암자 입구 부근 약간 높은 단 위에 돌을 올려놓았는데 세 번 절을 하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돼 있었다.

    감악산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감악산을 넘어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고갯마루에서 전통사찰 연수사 이정표를 보고 1km쯤 가니 연수사 일주문이 반겨주었다. 주차장 부근 고목나무에 사슴벌레 2마리를 보았다. 일주문에서 일직선으로 된 계단을 따라 대웅전으로 이어져 있었다. 일주문 옆에 수령 600년의 노거수 은행나무가 연수사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었다. 은행나무 주위에는 자연석으로 쌓아올려 둥글게 올린 막돌 탑들이 놓여 있었다.

    대웅전 앞에 있는 연혁에는 신라 예장왕 3년에 감악조사가 세웠다고 하며 조선 숙종 때 벽암선사가 중창을 해 사세를 크게 일으켰다고 한다. 이곳 약수는 푸른빛이 돌고 연중 온도가 변하지 않으며 중풍에 효과가 있어 신라 헌안왕이 치료를 했다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약수는 시원하고 맛이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강의 또 다른 감악산 발원지라 하겠다. 중수기에 보면 1874년 김동철이 주축이 돼 대적광전을 비롯한 사찰을 중수했으며, 7년 후인 1891년에 유학자와 신도들이 함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절을 중수했다고 전하고 있어 종교를 떠나 거창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대웅전이 북향으로 앉아 있지만 앞에 서면 거창 읍내가 고스란히 품 안으로 들어오는 풍경이다.


    윤경남 선생 생가


    심소정


    윤경남 선생 생가, 심소정

    88고속도로 거창 나들목에서 국도 24번을 따라 남하교를 건너 남하면 양항리 방향으로 여정을 잡으면 황강변을 따라 소나무 숲이 나온다. 남하교 아래를 흐르는 물줄기는 거창의 높은 산과 계곡에서 모여 거대한 황강을 만들고 있었다.

    실개천을 따라 양항리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영호 윤경남(1556~1614)생가가 있다.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 2동의 건물만이 남아 있지만, 한때는 위풍당당한 사대부 집안의 건물이었음을 짐작게 해 준다. 건물의 기단은 모두 자연석을 쌓아서 만들었고, 이 기단 위의 자연석 주춧돌에 나무를 깎아 기둥을 세웠다.

    심소정은 마을 입구에서 강변을 따라 100m쯤 가면 황강이 보이는 언덕에 있다. 조선 세종 때 단성현감을 지낸 윤자선이 1450년 낙향해 이곳에 정자를 건립하고 산수를 즐기며 학문을 연마하던 곳이다. 건물은 정면 4칸, 측면 2칸으로 전면에 툇마루를 두고 좌측 2칸은 대청, 우측 2칸은 방으로 구성돼 있고, 계자난간이 있는 누마루 형식으로 돼 있다.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올해 여름휴가에 자연과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주는 문화유산과 함께한다면 더욱 좋은 가정교육이 될 것이다.


    여행 Tip. 맛집

    ▲울산식육식당: 심준섭. ☏ 055)943-9571. 거창군 가조면 마상리 322-1. 쇠고기 등심(200g) 1만8000원. 불고기(200g) 1만원. 육회(400g) 3만원. 주인이 목장을 경영하며 직접 재료를 공급하니 수입고기를 먹을 일은 없다. 거창 생산 재료로 조리를 하며 감칠맛이 난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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