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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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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진정한 의미의 가족계획- 류동수(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비뇨기과 교수)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 절실

  • 기사입력 : 2011-07-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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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가족계획’이라는 말은 ‘피임’, ‘인구 억제’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정부에서는 국민소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인구의 급증이 국가 발전과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가족계획사업을 중요한 국가적 정책과제의 하나로 추진했다.

    남아선호사상이 유독 강한 우리나라에서 산아제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대한가족계획협회(현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와 같은 표어를 내걸고, 대대적인 피임기구 보급과 무료 불임시술을 시행했다. 급기야는 결혼도 안 한 총각이 예비군훈련을 면제받기 위해 정관수술을 받았다는 말까지도 나돌 정도였다. 어쨌든 이렇게 강력하게 추진된 산아제한정책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화사회로 전환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급속히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은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육아와 탁아 문제 등으로 이어져 임신과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젊은이들의 결혼과 성(性), 가정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결혼연령은 점점 더 높아지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갖지 않고 부부 중심의 가족생활을 선호하는 소위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족과 자신들만의 삶을 만끽하며 홀로 사는 싱글족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그 결과, 1988년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인구증가율은 1%대로 급감했고, 2010년 출산율은 1.22명에 불과하게 되었다.

    이와는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노령사회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UN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7%를 넘어서면 ‘고령화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고,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1일 현재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1.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의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되면 노인 부양을 책임지는 정부로서는 재정적 부담이 생기게 되며, 이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서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정도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노인 인구의 급증에 반해,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여기에 지속적인 출산율의 저하는 경제 침체는 물론 사회 전반에 나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 자명하고, 중산층과 빈곤층의 버팀목이 되는 사회보장제도까지 흔들리면서 노후까지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전후의 어렵고 힘든 시기를 버텨 오면서 국가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다하고 이제 은퇴하기 시작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노인들을 국가와 사회가 부양하는 것은 선진국가로서의 당연한 책무이다.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시작된 난관 및 정관복원수술의 보험급여 확대적용은 자녀를 더 갖기를 원하는 부부에게 경제적 부담을 상당 부분 경감시켜 주었다. 물론 의사의 입장에서는 복원수술이 불임시술에 비해 몇 배의 노력과 시간, 경험을 요구함에도 낮은 건강보험수가와 일반인들의 이해 부족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자녀가 두 명 이상 있지만 복원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원하는 부부가 늘고 있는 것 같아 반갑고, 이전까지 무료로 해오던 불임시술을 비급여로 전환해 영구피임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령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사회가 보다 발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고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류동수(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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