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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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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밝은 세상 만들기 봉사활동 배구한 경남안경사회 회장

“희미한 세상 밝히는 일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

  • 기사입력 : 2011-07-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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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한 경남안경사회 회장이 운영 중인 마산 크라운 안경점에서 진열된 안경을 닦고 있다.
     

    “물질이 아닌 마음을, 자기가 가진 것을 조건 없이 기증하는 것이 진정한 봉사입니다.”

    어릴 적 홀어머니 밑에서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배구한(62) 경남안경사회 회장은 커서 돈을 벌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결심을 했다.

    1984년 4월 마산에 안경원을 개업한 이후 27년간 소외된 어르신, 학생, 복지시설 원생들에게 시력 검사를 해주고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전달했다. 풍족하게 살진 않지만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나눠줌으로써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지독한 가난에 울다

    배 회장은 의령군 아근리 가리실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3살 되던 해인 1952년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님과 같이 힘든 생활을 하던 1960년 흉년까지 겹쳐 중학교 3학년 1학기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친구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했지만 지게를 벗 삼아 농사를 지어야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독학으로 천자문, 명심보감을 익혔고 연합통신 강의를 통해 중등과정을 수료했다.

    힘든 나날 속에서 앞으로 부자가 되면 농촌에서 고생하는 농민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도움이 돼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배고픔이었다. 양식이 없어 쑥, 나물, 칡뿌리를 캐 먹는 것이 예사였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어느 해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친구와 함께 무작정 대구로 가서 안경테 제조공장에 취직, 피팅(fitting) 포장 같은 일을 배우며 안경사의 꿈을 갖게 됐다.

    결혼해 마산으로 와서 크라운맥주 공장에 근무하다 부산에서 안경테 공장을 하는 분의 소개로 1984년 4월 크라운안경원을 개업했다. 그해 경남대학교 내 안경원 분점도 열면서 생활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안경 수천개 기증

    이때부터 안경원 수익금 일부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고향 의령 군민 중 가난해서 안경을 착용하지 못하는 어르신과 학생, 교회나 성당, 노인당, 마을회관, 낙도지역, 어르신 위안잔치 등을 찾아가 안경을 맞춰 줬다.

    신마산 대내동, 해방촌을 찾아 문패 1만개를 만들어 일일이 부착했다. 경남대 재학생 부모님 200여 명을 초청해 크라운맥주 공장, 대우 국민차, LG가전공장, 창원의 집 등을 견학시키고 식사도 대접했다.

    지난 1987년에는 낙도 의료봉사단에 시력측정기 등 장비를 싣고 동승해 낙도 주민들에게 시력검사를 해준 후 안경을 선물했다.

    농약으로부터 눈을 보호할 수 있는 농사용 보호안경 1만3000여 개를 의령군수에게 전달했으며, 내 고향 등불 밝히기 사업에도 동참해 의령군 1개 읍과 12개 면을 매년 찾아 시력을 검안하고 돋보기를 나눠 드렸다. 부림면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면사무소 출입문을 통제하고 이틀간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의령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합천군 창덕면, 창녕군 유어면·대지면 등 시골마을 곳곳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안경을 무료로 전달했다.

    지금까지 낙도 주민, 노인정, 경로당, 노인회관, 지역교회, 관공서, 학교 등에 기증한 노안경, 보안경, 돋보기 등 각종 안경은 수천 개에 달한다.



    나는 안경사다

    1988년부터는 봉사활동 영역을 넓혔다. 신마산파출소 청소년선도위원을 맡아 경남대 주변에서 청소년 탈선 방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회장이 되어서는 어려운 주민에게 쌀과 라면을 전달했으며,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어버이날이면 어르신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고 소년소녀가장, 복지원, 고아원, 성로원, 결손가정, 무료급식소, 복지회관 등을 찾아 헌신적으로 노력봉사도 했다.

    안경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했다. 지금까지는 이웃돕기에 힘썼는데 안경사 회원들에게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경남지부 마산분회장, 재무이사, 총무이사, 부회장을 거쳐 2006년 경남안경사회장으로 선출됐다.

    발로 뛰면서 경남지부의 위상을 높이고 회원들의 권익 신장에 노력한 결과 2008년 전국 16개 지부 중 경남지부가 최우수 지부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원들에게 최고의 기술력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안경사가 되어 달라고 당부한다.

    새로운 기술 연마와 국민 눈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고 국제교류 증진과 산학협력을 통한 안경산업 세계화에 적극 참여하고 연구 노력하는 안경사가 될 때 국민의 눈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인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라는 것이 안경사로서 그의 지론이다.

    오랜 기간에 걸친 봉사활동이 차츰 알려지면서 수상으로 이어졌다.

    마산시민이 드리는 봉사상(2001.5.2), 의령군민 봉사상(2002.4.23), 보건복지부 장관상(2007.4.7) 등을 받았으며 지난 4월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9회 보건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얼마 전엔 30년간의 봉사활동과 안경사회 활동을 고스란히 담은 ‘봉사하는 마음은 아름답다’라는 책자를 펴내기도 했다.

    지난 6월 23일 마산대우백화점 19층 대우그랜드뷔페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사)대한안경사협회 이정배 회장, 김채용 의령군수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축하인사를 건넸다.


    배구한 회장이 안경렌즈의 도수를 확인하고 있다.


    30년간 뚝심 봉사

    배 회장의 삶은 어린 시절 경험했던 가난 극복에서부터 넉넉지 못한 가운데서의 봉사활동, 경남안경사회 회장이 되기까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눈앞에 닥친 시련과 어려움을 뚝심으로 극복했다.

    그는 “일이 복잡하게 꼬이고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훨씬 수월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박을 기대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소처럼 뚜벅뚜벅 부지런하게 나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문제 해결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도 30년간 꾸준히 해왔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매년 2~3차례 이상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었다.

    그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봉사활동과 함께 장애인과 소외계층들이 함께 웃는 복지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배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길을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나눠준 마음보다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된다. 결국은 ‘내’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 행복해지는 길이다”고 말했다.

    그는 희미한 세상을 밝게 만들고 있는 안경사다.

    글= 양영석기자 yys@knnews.co.kr

    시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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