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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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진해 드림로드

경남의 길을 걷다 (26) 진해 드림로드
짙은 안개 깔린 산길은 꿈길을 걷는 듯
안민고개서 바라본 진해만 풍광에 탄성 절로…

  • 기사입력 : 2011-08-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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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객들이 편백림을 지나 하늘마루로 가는 장복하늘마루산길을 걸어가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날이라 드림로드의 한 폭포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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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기 위해 준비하는 내내, 제9호 태풍 무이파(MUIFA)가 먼 바다에서부터 몰려오고 있었다. 꼭 열대지방의 스콜 같은 비가 때를 가리지 않고 땅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끈끈하고 후텁지근한 날의 연속이었다. 이런 날씨에는 물이 많은 곳을 찾아가기보다는 산을 오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늘한 숲이 자리한 가까운 등산로, 인가와 멀지 않고 물빠짐이 좋은 산책길을. 언뜻 머릿속에 떠오른 곳이 진해였고, 진해만을 감싸듯 능선으로 이어진 임도 드림로드가 연이어 떠올랐다.



    진해 드림로드는 모두 4코스로 짜여진 26.4㎞에 달하는 긴 길이다. 보통걸음으로 걸으면 10시간이 소요된다. 제1구간이 장복산조각공원에서 안민고개까지 이어진 장복하늘마루산길, 제2구간이 안민고개에서 천자봉 만장대까지의 천자봉해오름길, 제3구간은 천자봉 만장대에서 백일뒷산까지 이어진 백일아침고요산길, 마지막 구간은 백일뒷산에서 소사화등산까지의 소사생태길로 짜여 있다.

    욕심 같아서는 13㎞가량 되는 제2구간까지 걸어보고 싶었으나 새벽녘부터 쏟아지는 장대비는 탐사팀의 도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듯 보였다.

    기상 상태를 보아가며 구간을 조절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빗물을 닦을 수건과 우산, 비옷을 바리바리 짊어지고서.

    출발은 장복산조각공원에서 시작됐다. 본래 이곳은 헌병초소가 있던 자리로 1979년 태풍 주디가 남부지방을 강타하며 쏟아진 폭우로 거대한 산사태가 발생해 38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비극이 있었던 곳이다. 그 내용을 담은 비석이 공원 한쪽에 세워져 있다. 그해의 아픈 흔적을 지우기 위해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정비사업을 통해 아름다운 조각들이 즐비한 휴식 공간이 탄생되었다. 장복산을 중심으로 서남쪽 일대를 공원화시켜 정비한 땅만 88만평이라고 한다.

    조각공원에는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경남 일대 작가들의 작품이 많으며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 곁들어져 있다. 작품을 가로질러 목조데크가 쭉 만들어져 있어 길을 걸으며 조각을 감상하기에 좋다. 주변의 편백림, 송림 또한 공원과 어우러져 진해구민들의 산책공간으로 인기가 좋다.

    임도는 장복터널과 마진터널 입구 쪽으로 넘어가기 전 장복산 정상 쪽으로 난 편백나무 산림욕장에서부터 시작된다. 공기를 맑게 해 알레르기와 비염 치유에 좋고,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한 편백림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그 빽빽함이 이룬 그늘은 서늘하다 못해 오싹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이 일대에는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조성돼 있어 조용히 걸으며 생각에 잠기기 좋은 길이다. 그래서 이름도 ‘명상의 숲’이다.

    참고로 편백림에 들기 좋은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라고 한다. 너무 이른 아침은 밤새 나무가 뿜어낸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높아 오히려 낮이나 오후보다 산림욕을 즐기기엔 적합하지 않은 시간대다.

    길을 걷는 내내 비가 내리고 안개가 짙게 끼었다. 연신 젖은 몸을 닦고 사진기의 셔터를 멈추어야 했다. 하지만 장복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일 뿐 아니라 곳곳에 배수로를 조성해 두어 물빠짐이 좋다. 또 길도 대부분이 목재나 굵은 자갈로 조성해 신발이나 옷을 버릴 염려는 없다. 폭우 덕에 탐사팀은 드림로드 곳곳에서 콸콸 흘러내리는 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장복산에서 흘러나온 물은 여좌천으로 모여들어 웅천만과 진해만을 통해 망망대해로 나간다고 한다.

    1시간 남짓 오르막길을 열심히 걷다 보면 너른 공터가 펼쳐진다. 여기서 200여m 더 올라가면 하늘마루라는 정자형의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하늘마루라는 예쁜 이름은 산등성이에 자리한 꼭대기라는 뜻으로 시민을 상대로 한 명칭 공모 당선작이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탐사팀이 하늘마루에 가까워가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기 시작했고, 자욱하던 안개마저 걷혀 속천항을 중심으로 한 진해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장관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드림로드를 타고 안민고개에 다다르는 길을 걷는 내내 속천항과 항 중앙에 홀로 떠 있는 대죽도라는 섬이 보인다. 이 섬은 예부터 배들이 먼바다를 항해하다 돌아올 때 방향을 잡게 해주던 이정표였다. 대죽도를 에워싼 채 속천항 곳곳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배들이 냇물에 쓸려 내려온 고무신처럼 앙증맞고 단아해 보였다.

    진해 근대역사의 중심은 세 개의 로터리다. 제일 큰 로터리인 중원로터리와 해군사관학교 쪽의 남원로터리,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져 있는 북원로터리가 그것이다. 그 외에도 사적 제291호 진해우체국, 365개의 계단으로 유명한 제황산 공원, 등록문화재 제192호 진해역사, 군부대가 자리한 안곡만 일대 등이 진해 곳곳을 빛나게 한다. 지금은 일찍이 발전을 이루었던 서남부권의 구시가지를 벗어나 태백동과 경화동, 이동 일대의 동부권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빠르게 발전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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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마루에서 안민고개로 이어진 길을 등산객들이 우산을 들고 걷고 있다.
    진해 목재문화체험장
    명상의 숲 곳곳에 쉼터가 자리해 있다.
    하늘마루에서 바라본 진해구와 진해만 전경.



    안민고개를 향하는 길 양옆으로는 영산홍과 호랑가시나무, 남천 등 다양한 수종이 쭉 늘어서 있다. 또 곳곳에 편백나무가 군집해 있다. 그 너머 멀리 진해만과 시가지를 바라보는 것이 드림로드 걷기의 백미이다.

    안민고개에 가까워지자 다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안개도 더욱 짙어졌다. 정확하게 출발한 지 2시간15분 만에 제1구간을 다 걸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코스를 걸으려는 욕심이 났지만 도저히 그칠 것 같지 않은 비와 자욱한 안개로 아쉬움을 접고 안민고갯길을 걷기로 했다.

    안민고갯길은 태백동에서 출발해 안민터널까지 이어진 약 4.2㎞의 산책로이다. 탐사팀은 이 길을 거슬러 내려가기로 했다.

    제1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장복산 아래쪽으로 길을 잡았다. 고갯길 양 옆으로는 봄이면 벚꽃 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펼쳐 보일 거대한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진해구 안의 벚나무만 해도 약 35만 그루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은 녹음이 짙은 안민고갯길도 올봄 온통 하얗게 풍경을 수놓았다.

    이 길은 군인 인구가 많은 진해에서 현역에서 물러난 뒤 연금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퇴역 군인들이 여가를 즐기며 산책로로 많이 이용한다고 해 연금고개라는 재미있는 별칭도 지녔다. 태백동 스포츠파크를 지나 진해만 쪽을 바라다보면, 대죽도를 마주한 진해루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탐사팀은 1구간과 안민고개길을 걸어본 것에 만족하고 탐사를 접어야 했다. 드림로드는 작은 오솔길을 정비해 사람과 차가 지날 수 있도록 폭 넓게 만들고 군데군데 화장실도 마련해 편의를 더했다. 4구간을 모두 더하면 장거리이긴 하지만 주로 평탄한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 많아 노인이나 어린이가 걷기에도 그리 힘들지 않다.

    이번 태풍이 세력을 잃고 잠잠해져 갈 무렵, 홀로 또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과 함께 드림로드를 조용히 걸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마산 못지않게 유명한 진해의 아구찜, 대구찜, 해물찜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 보는 것은 어떨는지.

    글= 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답사동행= 배경화 경남문화관광해설사



    ‘드림로드’를 걸으면 만난다 - 진해 목재문화체험장

    장복산 공원 주변에는 사찰이 3곳이나 밀집되어 있다. 이들 모두가 조계종 사찰이다. 처음으로 만나는 사찰은 장복산 입구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포교당인 대광사다. 절 입구 양 옆으로 천도복숭아를 손에 쥔 선녀의 형상을 그려놓은 불화가 인상적이다.

    두 번째 절은 드림로드 중턱에서 만나는 삼밀사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12지상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삼밀사의 특징은 절에 쓰인 글이 모두 한글이라는 것. 현액부터 주련 등 모든 글이 한글이다. 삼밀사에서 눈여겨볼 것은 대웅전 뒤의 500 나한 조각상이다. 1m 남짓한 키의 오백나한들은 각각의 얼굴이나 옷, 표정 등이 모두 다르므로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세 번째로 만나는 진흥사는 드림로드를 중심으로 삼밀사와 마주한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이다. 그 일대가 장복산휴게소 옆으로 조성된 청소년 놀이터 주변을 흐르는 계곡이 있는 곳이라 주변 경관이 좋다.

    드림로드의 제2구간인 천자봉해오름길 아래 쪽으로 진해드림파크로 내려갈 수 있는 임도가 있다. 드림파크는 진해만 생태숲, 광석골 시민공원, 목재문화체험장, 청소년 수련원 네 곳을 연계시켜 테마별 관광코스로 개발한 대규모 시설이다. 특히 희귀식물 90종이 보존된 온실과 약 7만본의 난대림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진해만 생태숲과 나무의 생성과정과 산림문화를 한눈에 학습할 수 있으며 주말에는 직접 목재를 이용해 가구도 만들어 볼 수 있는 등의 다양한 체험교실을 운영 중인 목재문화체험장이 가족 단위의 휴식공간으로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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