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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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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최저 임금과 자장면 한 그릇-지영(시인)

  • 기사입력 : 2011-08-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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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이은 폭우와 폭서에 지쳐 입맛을 잃고 있던 차에 자장면을 주문하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장면값은 2001년 2500원에서 2011년 4500원으로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1989년에 자장면 한 그릇은 600원이었고 법정 최저임금 역시 시간당 600원이었다. 2008년에 자장면은 3500원이었고 법정 최저임금은 3770원이었다. 2010년도에 자장면은 3500~4000원이었고 법정 최저임금은 4110원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1시간을 열심히 일하면 적어도 자장면 한 그릇은 사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1년 현재 법정 최저임금은 4320원이고 자장면 한 그릇은 4500원이다. 이젠 1시간 열심히 일해도 자장면 한 그릇을 사먹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08년 3월 52개 서민생활 밀접 품목을 MB지수로 지정해 가격 동향을 중점 관리했다. 그러나 MB지수로 지정한 물가상승률이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아지는 등 역효과를 보고 있다. 정부의 각종 물가 안정정책에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 아래로 내려올 기미가 없다. 소비자물가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유통문제와 함께 심리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사회문제로 확산돼 여러 가지 악순환의 고리를 이룰 것이 뻔하다.

    경남지역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전국 평균 4.7%보다도 높다. 농산물이 지난해에 비해 10.6% 올랐고, 쇠고기 값이 내린 반면 돼지고기 가격(42.3%)이 크게 오르면서 6.8% 상승했다. 고등어(34.6%)를 비롯한 수산물도 13.0%나 올랐다. 경유(13.6%), 휘발유(10.3%), 금반지(12.1%) 등 공산품은 물론이고, 도시가스(9.7%), 상수도(8.2%), 시내버스(6.2%) 등 공공서비스 부문과 전세(6.9%)와 월세(3.2%) 등도 일제히 올랐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창원시가 된 지 만 일 년이 지나고 있다.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발전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는 달라지리라고 생각했다. 지금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가 하는 물음 앞에서는 확신보다 의구심이 먼저 드는 실정이다. 안하무인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지 않고서는 한국의 시드니도, 선벨트해양관광허브도시도, 한국형 실리콘밸리도 그림의 떡,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물가가 상승할 때마다 대다수 서민들의 행복 지수는 반대로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장경제로는 한 가족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해야 먹는 문제를 겨우 해결할 수 있다. 사람이 먹는 것만으로 삶을 유지한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고물가 문제는 실업문제와 함께 쌍벽을 이루며 생명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서 어느 한 분야의 일방적인 통제와 간섭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모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도 자율적으로 경쟁과 효율성을 통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실패보다 더 심각한 ‘정부실패’ 문제를 가져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책 담당자와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 네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즉 정부 정책담당자는 강압이 아닌 효율적인 물가 안정 정책으로 소비자물가를 다스려야 한다. 생산자는 주먹구구식의 생산방식에서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생산과 출하량 조절을 위한 설비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유통자는 이윤추구에 앞서 인간적이고 윤리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는 이기적인 매점매석을 하지 말아야 하며 가격이 부당할 때는 과감하게 불매운동을 벌이고, 소비를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서 더 많이 가진 이들은 조금 덜 가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나누어 쓴다면 고물가시대에도 더 많은 이들이 사람다운 품격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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