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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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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안상헌 독서경영연구소 소장

“생산적 책읽기로 책 속의 진리 함께 나누고 싶어요”

  • 기사입력 : 2011-08-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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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상헌 독서경영연구소 소장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자신의 집 서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안 소장은 각 분야의 서적 25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한 책 한 권이 출간됐다. 이 책이 바로 ‘이건희의 서재’다. 저자는 이건희와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이다. 저자는 그의 무서운 예지력과 몰입력, 직관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그가 읽었던 책으로부터 유추하고 있다. 고독과 위기의식, 미래지향적 사고가 지금의 이건희와 삼성을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독자들이 미래 사회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갖추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인연이 전혀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으며 지금의 자리에 있는지를 다름 아닌 ‘책’을 통해 분석하고, 전달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는 독서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안상헌(40)씨다.


    안상헌씨는 인터넷 홈페이지 ‘좋은 책 이야기’ 운영자이자, KBS창원 방송 프로그램의 책 소개 코너 진행자, 경남독서포럼 회장, 글쓰기·자기계발 강사 등 다양하게 불린다. 그에게 이처럼 많은 별칭을 달리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책’이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탐독하고 분석해 한 권의 책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든다. 여기까지는 여느 독서 마니아와 같다 할 수 있다.

    안상헌씨가 다른 독서 마니아와 다른 점은 그저 좋아서 많이 읽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 속에 있는 모든 정보를 깨알같이 연구하고 분석해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해 삶의 풍요로움을 더하게 돕는다.





    책벌레보단 책 탐색가

    국내 한 대형서점이 운영하는 독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15.5권, 한 달에 약 1권씩 읽는 셈이다.

    독서 경력 20년의 안씨는 보통 사람이 1년간 읽을 책을 한 달 만에 섭렵한다. 20살부터 지금까지 4000권 이상 독파했다. 소설, 시, 역사서, 추리서, 경제, 사회과학, 자기계발, 시사, 잡지 등 장르 구분없이 닥치는 대로 읽었다.

    유별난 책 사랑은 서재를 만드는 데 이어졌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안씨의 자택에는 2500권 정도의 책이 빼곡하게 들어찬 서재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나마 수년이 지나면서 이별한 책도 많다.

    뛰어놀기 좋아했던 유년시절과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던 청소년 시절에는 책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무료한 대학시절을 보내던 중 마주한 책의 재발견은 그에게 ‘젊은 날의 오아시스’ 같았다.

    1990년 어느 날 20살 안상헌의 눈에 동아리방의 책장이 들어왔다. 무심코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술술 읽혔고 금세 책 읽는 재미에 빠졌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내 책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 시간이 나면 무조건 그는 동아리방의 책장 앞에 서 있었다.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어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욕심이 생길수록 더 많은 책을 읽었고, 늘 책과 함께하게 됐다.

    20여년 후인 지난 2009년 말 독서의 재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독서경영연구소’를 차렸다. 이곳은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하기 위한 연구소다.

    생산적으로 책을 읽으려면 책을 곱게 대해서는 안 된단다. 볼펜을 들고 감명 깊은 곳에 줄을 죽-죽- 그어가며 읽은 뒤 다시 처음부터 읽을 때는 표시된 부분만 중점적으로 본다. 그런 뒤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감상을 곁들이면 그 책은 거의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아무 책이나 막 읽지 마시고 6개월 동안 주제를 정해 그 분야에 대한 책만 읽어 보세요. 누구든 독자이자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공공기관이며 대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독서법과 글쓰기법을 알려주는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건희의 서재’를 쓰기 위해 안씨는 6개월간 이건희에 대한 책 50권을 읽고 또 읽었다.

    글쓰기에 대해 강의를 하는 그도 첫 책을 내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출판사로부터 퇴짜 맞기를 10여 차례, 문고판으로 낼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눈을 번쩍 띄게 하는 멋진 글귀를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면 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글을 썼을까 경외심이 들면서도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는 재미있게 읽고, 가치를 찾고, 의미를 부여해 쓰는 것으로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단다.

    많은 사람들은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을 꺼려하고,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에도 서툴다. 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글로 쓰는 작업을 통해 남들의 기준에 맞춰져 있는 가면을 벗고 나면 글쓰기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가 있고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

    경험한 것을 소소하게 풀어내는 것에서 시작해 나의 생각을 얹어내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메시지를 뽑아낼 수 있고,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도 있으며 이것이 쌓이면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나’의 발견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그가 책읽기와 동시에 집중하는 것은 자기성찰과 자기계발이다.

    그는 성찰을 통해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 의미를 추구하면 본질에 다가가는 길을 찾을 수 있고,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되면 그 재미를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 안씨의 논리다. 성찰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미치도록 나를 바꾸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 안씨는 인생을 길게 보고 조그만 것을 바꾸는 것으로 변화를 시작하라고 일러준다.

    진정한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일단 쓰는 것이 좋다. 자기계발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쓰다 보면 반복되는 것이 있고, 그건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이라는 결론이다.



    책 속의 진리 찾아 나누는 것이 삶의 목표

    올해 말까지 휴직기가 끝나고 나면 그는 다시 본업인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독서경영연구소는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예전처럼 빡빡하게 짜여진 설계도 속에 자신을 가둬 두기보다는 읽기와 쓰기를 통해 정체성과 방향성 좌표만 잡고 흐름에 맞춰가며 살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독서하고 공부해 도출해낸 결과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인생을 탐색하는 데서 가치를 찾고 싶다고 밝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시간의 강의 동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저를 올려다보던 사람들이 읽기와 쓰기를 통해 마음을 열고, 웃는 것을 보면 사회적인 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안상헌 소장= 1970년 창원 출생. 경상대 법대를 졸업했고 대학원에서는 행정학을 전공했다. ‘Meaning 독서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성과향상센터 전문위원, 전북 리더십 클럽 고문, 국민연금공단 HRD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모든 것을 고객중심으로 바꿔라, 자신감, 미치도록 나를 바꾸고 싶을 때, 이건희의 서재 등 12권을 발간했다.


    글= 김희진기자 likesky7@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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