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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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기금과 예술인의 삶- 김 산((사)경남민예총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1-08-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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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

    지역 가수로 살아가면서 해마다 100회 이상을 공연한다. 많은 이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먹고사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일어나면 작업실 주위엔 새소리가 정겹고 어제 했던 공연을 생각하며 기타를 잡고 새로운 곡 작업을 한다.

    어제는 관객과의 호흡이 정말 좋았고 노래하는 내내 힘든 줄 모르고 열창을 해서 그런지 새 곡도 마음에 든다.

    공연이 뜸한 겨울이 오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예술인 복지지원금이 있어 공연을 많이 하지 않아도 생활하기가 어렵지 않고 또 괜찮은 공연을 기획하면 지자체에선 언제나 지원금을 아끼지 않는다.

    #2. 여전히 배고픈 베짱이

    그런데 잠시 꿈을 깨고 현실로 돌아와 보자.

    아이 학비와 생활비를 매일 걱정해야 하고 요청하는 대부분의 공연은 재능기부의 형식으로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최 측은 예산이 적다는 이유로 출연료를 조금만 깎아 달라고 하거나 이번은 중요한 행사이니까 도와 달라는 애원의 눈길을 보낸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행사를 하고 이래저래 나누고 나면 몇 푼 되지 않는 출연료가 지급된다. 이렇게 받는 수익도 한 달에 몇 번 되질 않는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생활이 힘들다.

    현장 노동자들만 비정규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인은 그 길을 선택함과 동시에 비정규직 예술인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예술인들은 겸업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3. 우는 놈 한 번 더 때린다더니

    대부분의 문화예술활동과 예산이 중앙(서울)위주로 지원되면서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의 예산 배정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많은 예산을 책정하다 보니 문화, 복지 예산까지 줄이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경남의 경우 공연예술 예산이 지난해 보다 줄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 도의회 추경예산 본회의에서 환경, 평화, 통일 문화예술 관련 추경 예산안을 전액 삭감하는 일이 있었다.

    한나라당 소속인 사람들을 만나면 문화예술이 최고 우선돼야 한다고 하면서 평화미술제와 같이 전국 단위의 주요한 행사 예산을 삭감해 버린 것이다. 평화미술제는 제주, 광주에 이어 3번째로 열리는 전국적 미술행사인데 말이다. 이런 이율배반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우는 놈 한 번 더 때린다더니 우리가 길거리에서 얼마나 울어야 될지 가슴이 아려온다.

    #4. 술 중에 가장 좋은 술은 예술이다.

    이 말이 우스게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말이다. 요즘은 문화예술이 21세기의 주류라는 말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노래하며 먹고 사는 나 같은 쟁이들에겐 참 듣기 좋고 힘이 되는 말이다.

    예술이 이젠 밥이 된 시대가 왔다. 생활비의 일부를 공연 관람비로 정해 시간 내어 문화생활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이제는 많이 늘어났다. 그리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난 오늘도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라는 백창우의 시를 읊조려 본다.

    김 산((사)경남민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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