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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63) 황강 11 거창군 거창읍~ 남하면

굽이굽이 물길 따라 누각과 정자들이 발길 붙잡고…

  • 기사입력 : 2011-08-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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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미 독립만세 기념탑
     
     
    8월은 휴가의 계절이다. 휴가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도 휴가가 일상화됐다. 대부분 아이들의 성화에 떠밀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떠나게 된다. 여름에 떠나는 휴가는 보통 물이 있는 계곡이나 바다로 가게 되는데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게 되니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불친절과 바가지요금에 마음을 상하고 오는 경우가 있다. 휴가 문화가 일부 변하기는 했지만 재충전의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 휴가는 새로운 문화를 만나고 좋은 체험을 하는 기회로 하면 좋겠다. 미리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준비한다면 분명 전과 다른 알찬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떠나는 기행도 생각해 볼 만하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경우라면 넓은 세계인으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책과 언론을 통해서 만난 세상을 우리와 다른 문화를 체험하도록 한다면 자신의 진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거창= 우리땅 순례를 쓰면서 한 고장을 11번 넘게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거창은 산이 좋고, 그런 산 사이로 굽이굽이 물이 흐르고 있으니 곳곳에 유난히 누대와 정자가 많아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오늘날 거창을 대표하는 것을 꼽으라면 해발 1000m를 넘는 병풍처럼 늘어선 산과 주름처럼 겹쳐지는 곳에 생겨난 계곡을 꼽을 수 있지만 가장 으뜸 문화유산은 앉을 자리 설 자리를 보아가며 서 있는 누각과 정자들이다.

    거창문화원에서 펴낸 ‘문답식 거창역사’(1995)에 의하면 누각은 창충사의 양진루, 위천 수승대 구연서원의 관수루, 북상 모리재의 화엽루, 웅양 포충사의 자전루, 거창향교의 춘풍루가 있다. 누각과 정자를 보통 누정이라 하는데 누각은 공공 목적이 강하고 정자는 사사로운 목적이 강하다. 거창지역엔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정자가 있었으나 현재는 90개가 있다. 건축물로 이루어진 것은 68개이고 나머지는 큰 느티나무, 돌무더기 정자로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그늘에서 쉬는 수음정이다. 덕유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위천이고 거창읍내를 흐르는 물줄기는 영천이다. 이 여러 갈래의 하천이 모여 영호강이 되고 합천으로 흘러가며 황강이 된다. 많은 계곡과 냇가 곳곳에 늘어선 정자들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산실이다. 기회가 온다면 풍광이 빼어난 정자에 앉아 망중한 여유를 즐기며 답사를 하고 싶다.

    이제 거창을 떠나 영호강을 따라 합천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느슨해지는 황강 답사글을 보며 독자들이 식상 해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라도 야무지게 알고 가자는 오기가 발동했다. 창원에서 거창의 위치를 보면 사각형의 꼭짓점과 반대편 꼭짓점에 있어 답사를 갈 때마다 어느 길로 갈지 망설이게 된다. 수학적으로 계산을 하면 대각선으로 가는 길이 빠를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대구 또는 진주 방향의 고속도로를 이용 하는 것이 빨랐다. 물론 가는 길을 계산하는데 도로가 같은 조건은 아니었다. 때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학적 계산처럼 직선으로 사는 것보다 곡선으로 둘러가며 사는 것도 행복할 때가 많이 있다.

    어림잡아 황강을 쓰면서 삼십 번은 답사를 해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줄잡아 십여 차례 밖에 답사를 하지 못했다.

    거창에서 행복한 일도 많았다. 답사를 하면서 점심을 먹다 중년이 된 제자 이학종(43)군을 20년 만에 만나 반가웠고, 높고 깊은 덕유산 자락 산골 사과보다 민들레가 더 아름다운 과수원에서 만난, 자연을 닮은 동갑내기 김유용은 처음 만났는데도 황토방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제주도 현장체험 연수 중에 방을 썼던 거창 마리초등학교 정시균 교감 선생님과도 가끔씩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거창박물관의 구본용 학예사, 거창군청 김정중씨도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황강의 발원지를 찾는다고 추운 겨울날 첩첩산중을 헤매는 것을 보고 스스럼없이 노인정으로 불러 따뜻한 된장국 점심을 주던 가북면 개금마을 어른들도 잊을 수 없다. 일일이 언급을 하지 못한 분들도 많이 있다. 이런 좋은 인연이 있어 우리땅 기행은 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거창생태공원


    ▲거창생태공원= 영호강이 흐르는 강변 언덕에 녹음 속에 솟아있는 심소정을 나오면 홰나무, 백일홍, 향나무와 한 아름 되는 노송으로 이루어진 숲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강을 따라 상류로 잠시 걸음을 옮기면 김용마을 입구에 거창생태공원이 있다. 거창 하수처리장 최종 방류수를 유입해 부들, 개구리밥, 연, 미나리 등을 심었는데, 정화기능이 뛰어난 이 식물들은 질소나 인 등을 흡수해 수질을 맑게 정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생태공원은 홍수기에는 유수지 역할도 하고 있으며 연못, 관정, 정자, 솟대, 산책로 등 12가지의 시설들이 있어 생태교육에도 좋은 장소가 되고 있고 황강을 맑게 유지하는 기능도 하고 있었다.



    파리장서비


    ▲거창의 자존심 3·1독립만세, 파리장서비= 김병직, 어명준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거사 장소를 3월 20일(음력 2월 19일) 가조면 장기리 시장으로 정했다. 이날 정오가 되자 약 400∼500명의 장꾼이 모여들었고 두 사람은 시장 중앙에서 태극기를 높이 들고 독립만세를 선창했다. 3월 22일에는 가조·가북면의 주민 약 3000명이 장기리 만학정 앞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 독립만세 운동으로 일본헌병의 총탄에 순국한 사람이 5명이고 부상자는 4명이었다. 투옥된 사람이 6명이고 고문과 태형을 당한 사람이 100여 명에 달했다. 가조면의 살피재에 그날의 의거를 기리고자 기미 독립만세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거창읍 상림리 침류정 뜰에는 ‘파리장서(巴里長書)’비가 있다. 파리장서운동이란 3·1운동을 전후해 유림들이 연서로 파리평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보낸 독립운동이다. 유림들이 총 단결해 세계 여론을 환기해 호소하자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 운동은 거창유림 곽종석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애국정신을 기리고자 1977년에 파리장서비가 세워졌다.



    무릉리 정씨고가


    영빈서원 솟을대문


    ▲무릉리 정씨고가, 영빈서원=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영호강을 따라 내려서면 거창군 남하면과 남상면을 이어주는 다리다. 남하교를 건너면 강변 첫 번째 마을이 무릉리이다. 마을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온통 콘크리트 포장이어서 반사열 때문에 땀이 비 오듯 했다. 무더운 것은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문화재 이정표를 세심하게 초행길 여행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었다. 길을 물어보려고 해도 요즘 시골마을에서 사람 만나기가 매우 어렵다. 정씨고가 대문 앞에 있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알았다. 정씨고가는 숙종12년(1686)에 처음 건립한 것을 1924년에 중수한 것이다. 건물 배치는 경사지에 기단을 높게 축조해 대지의 안쪽 높은 곳에 안채, 바깥쪽 낮은 곳에 사랑채를 배치했다. 안채를 돌출시켜 ‘ㄷ’자형 평면외부에 마루를 두르고 계자난간을 설치했다.

    영빈서원을 찾아 마을을 몇 바퀴 돌다가 구멍가게에 들어가 아낙에게 물으니 귀찮은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기품이 있어 보이는 솟을대문이 반겨주었다. 영빈서원은 1744년 창건됐으며 정면 4칸, 측면 1칸 반 규모의 팔작기와 지붕이다. 인근에 새마을운동 깃발이 날리고 있는 노인정이 있어서 서원 관리가 잘 되고 있었고 아이들이 방문을 하면 교육과 설명도 병행하고 있었다.


    ★ 여행 TIP 맛집

    △육모정산장: ☏ 944-5145. 정미자. 경남 거창군 남하면 대야리 1428번지. 추천음식: 메기매운탕. 메기버섯전골. 메기시래기찜. 주인의 오래된 요리 경험과 솜씨는 손님의 입맛을 높여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손님들의 다양한 취향에 따라 음식 맛을 맞추어 조리해 준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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