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공금을 빼돌려 명품 제품을 구입하거나 성형수술 비용 등으로 탕진해 회사를 부도로 내몬 여직원이 구속됐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빼돌린 금액이 무려 16억원이라니 금액도 금액이거니와 여직원이 공금을 유용할 동안에 회사가 아무런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윤리경영이란 어쩌면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고, 도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보편적인 틀 안에서 생겨난 것이며, 경영자와 직원 간의 불신의 폭이 커질수록 그 기업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직장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장소로 생각하고 있는 직원, 직원의 복지에는 관심없이 단지 회사는 본인 소유라고 생각하고 본인의 욕심만 채우려는 경영자. 이러한 기업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하겠다.
지난 2001년 미국의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엔론사태를 기억하고 있는가?
미국의 최대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이 순식간에 비리의 온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이유는 바로 윤리경영에 대한 마인드의 부재였다. 분식회계, 비윤리적 로비활동, 임직원의 부정부패로 얼룩진 엔론은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여 순식간에 파산에 이르렀다.
미국인들에게 존경받던 기업이었던 엔론의 파산 이후 미국 기업들은 기업윤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함을 느끼고 앞다투어 기업윤리 헌장, 기업윤리 강령 등을 만들고 엔론을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비자금, 분식회계 등 뉴스에 회자되는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어 국민들은 기업의 윤리경영 실천이 구호뿐이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기업의 윤리경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기업이 생존하려면 채택해야 할 덕목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글로벌 시대에 진입한 현대에서는 기업의 소비자는 단지 국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각국의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기업이 경제적인 기여의 차원을 넘어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윤리적 기준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진출한 후진국에서의 환경파괴 및 근로자 부당대우 등으로 소비자 단체의 불매운동, 시민단체의 시위 등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또한 기업윤리가 부실한 회사는 회사를 순식간에 경영 리스크로 빠트릴 위험성이 있다.
기업의 윤리성 결여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과징금이나 소송과 같은 직접적인 비용은 물론, 업무의 마비, 종업원 사기 저하, 고객 이탈, 상장기업의 경우 주식 투매 등으로 연결된다.
그렇다고 단지 기업의 경우에만 윤리경영의 문제가 국한되지는 않는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경우 더욱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정부기관이라면 맑고 투명하게 청렴성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도 윤리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전 직원의 윤리경영 실천서약서 제출, 윤리경영 교육 및 부서별 윤리경영 점검 등으로 공공기관으로서의 윤리경영 마인드를 함양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시대의 경영 환경에서는 회사의 이익 극대화 및 매출 성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윤리경영이 회사 내부에 체질화되도록 임직원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 정도면 괜찮겠지’, ‘나 하나 정도면 어때’ 하는 식의 안이한 생각이 튼튼한 제방의 조그마한 구멍으로 작용하여 한순간에 엔론을 무너뜨린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덕복(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