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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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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약(藥)인가 독(毒)인가- 류동수(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비뇨기과 교수)

잠재적 위험 있을 수 있으나 치료 이익보다 크지 않아

  • 기사입력 : 2011-08-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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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藥)은 질병이나 부상, 기타 신체의 이상을 치료 또는 완화하기 위해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생물에게 투여하는 물질을 통틀어 말하며, 생물을 죽이거나 해를 입히는 독(毒)도 약의 범주에 포함된다. 약과 독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중세시대의 전설적 연금술사인 파라켈수스는 “모든 약은 독이다. 약과 독의 차이는 단지 사용량이 자기 몸에 맞는지 안 맞는지의 차이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 예로, 주름살을 펴는 것과 같은 미용시술에 많이 쓰이는 보톡스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투리누스라는 식중독균에서 분비되는 보툴리늄톡신이라는 맹독소를 의료용으로 만든 제품이다.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전립선비대증과 남성탈모 치료제로 널리 처방되고 있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계열 약물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악성도가 높은 전립선암으로 진단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전립선암 예방약으로 인가된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을 명기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FDA의 권고는 이 약제가 전립선암을 예방하는가에 관한 임상연구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인데, 전립선암의 발생위험을 의미 있게 낮추기는 했지만 주로 악성도가 낮은 전립선암에만 국한되었고 높은 악성도의 전립선암의 발생은 더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 식약청도 이와 같은 내용을 사용상 주의사항에 추가시키도록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해당 약을 복용하는 중장년층 남성 사이에서는 전립선비대증이나 탈모 치료약을 먹으면 전립선암이 생긴다고 오인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5-알파환원효소억제제가 전립선암의 발병을 직접적으로 높인 것이라기보다는 전립선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숨어 있던 암을 노출시켜 발견율이 높아졌고, 암의 악성도는 세포변형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약이 전립선세포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전립선 전체를 적출해서 조직검사를 해보면 악성도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욱이 FDA의 안전성 서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로 인한 높은 악성도의 전립선암 발생 위험은 그리 높지 않고 더욱이 이러한 잠재적 위험이 전립선비대증 환자에서 이 약제로 치료해서 얻는 이익보다 크지 않다. 다만, 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나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할지 결정할 때 잠재적 위험에 대해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좋은 약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극단의 양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물질이 질병을 치료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매우 까다롭고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여러 단계의 기초 및 임상시험을 거쳐야만 한다. 즉, 실험동물에서 후보물질의 효능과 부작용을 먼저 시험한 후, 건강한 사람과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과 대조하는 대규모의 무작위 임상시험을 최소 3단계 이상 시행해서 통과해야만 비로소 치료약으로서 빛을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후보물질들이 탈락되지만,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나온 약일지라도 지속적인 감시와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게 된다. 만약 안전상의 문제가 새롭게 밝혀질 경우 이를 환자와 의료전문가에게 알려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효과가 탁월하다 하더라도 의료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현대의학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문의약품은 어느 정도의 부작용과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충분한 검증과 감시를 받는 구조 안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의료전문가에 의한 지속적인 관리와 검사를 받는다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류동수(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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