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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의령 의병길

경남의 길을 걷다 (30) 의령 의병길
의령천 따라 도란도란 역사길 이어지고
내딛는 걸음마다 의병 함성 들리는 듯

  • 기사입력 : 2011-09-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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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암루에서 바라본 정암철교의 모습. 의령군 의령읍 정암리에 있는 정암철교는 함안군과 경계를 짓는 주황색 다리이다.

    남강변에 있는 정암루(왼쪽)와 솥바위(오른쪽).
     


    창원과 멀지 않으면서 이야기가 풍부한 의령 의병길을 소개한다. 의병길은 의령읍 정암리 정암루에서 의령읍 중동 충익사까지 의령천을 따라 걷는 약 5㎞ 구간이다.


    이번 탐방은 시인이자 걷기운동을 펴고 있는 윤재환 충익사관리사무소장이 동행했다. 윤 소장의 해박한 지역사 지식에 걷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출발은 정암루 아래 정암철교에서 시작했다. 조금 위쪽에 있는 79번 국도를 타면서 많이 보긴 했지만 직접 걸어 보긴 처음이다. 밑으로 남강이 유유히 흐르고 읍내 방향으로 오른쪽에는 정암루가 자리하고 있다. 이 다리에서 몇 년 전 박정희 혁명군이 한강을 건너는 모 방송의 드라마 장면을 촬영해 전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정암루로 올랐다. 주변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정암(鼎巖)은 솥바위란 뜻인데, 바로 아래 강물 속에 솥뚜껑을 닮은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반쯤 물위에 드러나 있는데 물밑에는 솥다리처럼 세 개의 큰 기둥이 받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암루는 크지 않은 누각이지만 위에 올라서면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누각 앞 배롱나무와 정암철교가 어울려 멋진 경치를 자랑한다.




    의령은 남쪽으로 남강이, 동쪽으로 낙동강이, 북쪽으로 자굴산이 있어 드나듦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만큼 청정지역이다. 함안의 수박농사가 이 강을 건너오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고 하니 강이 주는 의미가 새롭게 와 닿는다.

    옆에는 의령관문이 있다. 의령관문은 길이 45.17m, 높이 12.87m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전통 한옥지붕의 남대문과 같은 양식이다. 홍의장군 곽재우 기마상이 위용을 자랑하며 이곳이 충의의 고장임을 알려준다. 일대에 의병광장을 조성하고 전망대를 만들었다.

    곽재우 장군은 1592년 4월13일 왜병이 침입하자 “나라를 지키는 일을 관군에게만 맡길 수 없다”며 4월 22일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켰다. 장군은 홍의에 백마를 타고 수천명의 의병을 거느리며 정암진, 기강, 현풍, 창녕, 영산, 화왕산성, 진주성의 전투에서 백전백승, 왜병의 전라도 진격을 차단했다. 정암진에서 곽재우 장군이 수만명의 왜적을 잠복 끝에 몰살시킨 승전지로도 유명하다.


    관문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길을 재촉한다. 자전거도로도 잘 정비돼 있어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다. 백야마을을 지나니 의령천을 가로지르는 백야교가 나온다. 의령천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구룡공업단지와 동동농공단지가, 오른쪽으로 의령읍내가 자리했다. 공단과 농공단지에는 3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탐방팀이 의령천 둔치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백야교를 건너면 도로 오른쪽에 호국참전유공자비가 있다.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용사들에 대한 내용을 적고 있다. 의령천 둔치에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백야교부터 상류쪽으로 1㎞ 거리에는 봄이면 야생유채가 많이 피어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또 꽃양귀비도 자랑거리인데 계절이 안 맞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조금 더 걸어가면 예전 소싸움과 큰줄땡기기 장소가 나온다. 이들 민속놀이를 다른 장소로 옮기면서 관람석은 그 기능을 잃었다. 의령큰줄땡기기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0호. 의병제전행사에 맞춰 3년마다 치른다.


    의령공설운동장 외벽에 의령의 상징인 수박과 소싸움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공단교 왼편으로 의령공설운동장이 자리하고 있다. 운동장 외벽에는 수박과 소싸움, 큰줄땡기기, 애호박 등 의령 특산품과 의령 민속놀이 그림이 있다. 위쪽으로 갈수록 수량이 많고 수변이 잘 정비되어 있다. 징검다리도 놓여 있어 정취를 더한다. 4월이면 영산홍이 절경을 연출한다. 하천이 어는 겨울에 썰매장을 조성했더니 인근에서 하루에 500~600명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의령 구름다리는 자굴산에서 발원한 의령천과 벽화산에서 발원한 남천이 합류되는 곳에 놓여져 있다. 주탑 높이 45m, 다리 높이가 19m인 구름다리에 올라서면 의령천과 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의병길의 자랑인 구름다리에 당도한다. 이곳은 자굴산에서 발원한 의령천과 벽화산 기슭에서 발원한 남천이 합류되는 삼각지다. 예부터 의령의 ‘서천(西泉)’이라 불리던 곳으로 구룡(九龍)이 남산의 동쪽에서 노닐고 갔다 하여 지금도 구룡마을이 있다.

    구름다리 주탑에서 동쪽으로 정암진 솥바위가 있고 솥바위 반경 30리(12km)에 부자가 난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 삼성그룹 호암 이병철(의령군 정곡면), 효성그룹 만우 조홍제(함안군 군북면), LG그룹 연암 구인회(진주시 지수면) 회장이 나왔다. 동쪽 해뜰 무렵 솥바위 쪽을 바라보고 기원하면 아홉 용의 기운을 받아 부자가 된다는 이곳에 구름다리를 세웠다.

    세 곳에서 출발해 가운데 주탑에서 만나도록 설계돼 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다. 지금은 충익사와 의령천, 남산 산림욕장을 연계한 관광명소가 됐다는 설명을 듣는다.



    구름다리 위에서 앞쪽으로 덕곡서원이 보인다. 퇴계 이황을 향사하기 위해 건립한 곳이다. 의령 가례촌은 퇴계의 처가가 있던 곳으로, 퇴계는 이곳을 비롯 인근의 함안, 진주 등지의 유림들과 학문적 교류와 강론을 하면서 큰 영향을 주었다. 퇴계와 곽재우의 인연도 예사롭지 않다. 곽재우의 부친이 퇴계의 사촌처제와 재혼을 했고, 곽재우는 남명 조식의 외손녀와 결혼했다. 곽재우가 의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정신적 기반들을 더듬어 볼 수 있다.

    구름다리에서 내려 남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 충익사 쪽으로 길을 잡았다. 남산은 해발 321m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충익사 옆에는 내년쯤이면 개장할 의령유물전시관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내부 전시공사와 주변 조경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는 임진왜란 관련 자료 등 800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사진 위부터 의령 충익사 기념관의 곽재우 장군 기마상 그림, 의병탑, 홍의장군 곽재우 기마상.




    의병길의 종착지 충익사(忠翼祠)에 도착했다. 충익사는 사당과 기념관, 충의각, 관리사무소, 의병탑 등이 있다. 사당에는 망우당 곽재우(1552~1617)와 그 휘하 장병들의 위패를 모셨다.

    곽재우는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에서 출생했다.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우고 왜란 이듬해 성주목사, 진주목사, 경상우도방어사, 함경도 관찰사를 역임했다. 1972년부터 추모행사를 해오고 있으며, 1978년 사당을 마련했다. 충익사 준공 때는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해 기념테이프를 자르기도 했다. 충효(忠孝)를 통치이념으로 내세웠던 그였기에 이런 행사까지 챙겼던 모양이다.

    기념관에서 신비한 체험을 했다. 곽재우 장군의 기마상이 사람의 걷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신비한 기마상’이 있다. 실제 기마상이 따라 움직인다. 착시현상 같은데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충익사의 또 하나 볼거리는 앞마당에 있는 모과나무. 경남도 기념물 제83호인데 안내판에는 높이 12m, 둘레 3.1m, 수령 280년 정도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모과나무라고 설명했다. 충익사 안내 팸플릿에는 높이 8.5m, 수령 약 500년으로 추정된다고 돼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18m 높이의 의병탑은 곽재우와 17의병장을 상징하는 18개의 둥근 반지 모양과 횃불을 상징하는 양 기둥으로 조형화했다. 의병탑 참배를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모두 2시간 넘게 걸렸다. 의령 의병길은 자녀들과 함께 힘들지 않게 가볍게 산책하고, 역사공부도 할 수 있는 곳이다.


    글=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탐방 안내= 윤재환 충익사관리사무소장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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