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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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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싶다] 김해천문대

밤하늘엔 별빛, 발아래엔 불빛

  • 기사입력 : 2011-09-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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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천문대를 찾았는데 기상이 좋지 않아 별을 관측하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분성산 정상(해발 375m)에 위치한 천문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도심 야경이 일품이다.(카메라 니콘 D3, 셔터속도 1/15초, 조리개 f3.2, 감도 3200, 플래시 사용.)

    커다란 주망원경이 설치된 제1관측실.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에게는 먼 이국땅에서 험난한 뱃길을 뚫고 온 아리따운 왕비가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 첨단 항해장비도 없던 그 시절, 그녀는 어떻게 정확하게 뱃머리를 잡아 가락국에 상륙할 수 있었을까? 이 의문을 김해시 어방동 분성산 정상에 자리한 김해천문대를 찾아가 풀어 보자.


    ★가야 비비단의 맥을 잇다

    이떤 이들은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앞선 물음의 답은 바로 ‘별자리’이다. 후대 사람들은 허황후가 밤바다 위에 뜬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대양을 항해해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그녀의 후손들이 진례 토성 위 상봉에 첨성대를 쌓았다는 설이 전해져 오고 있으며, 지금도 그곳을 ‘별을 보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비비단이라고 부른다. 김해천문대는 1998년 지어져 2002년 2월에 개관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대전시민천문대와 영월별마루천문대와 같이 직접 시민들이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시민천문대이며, 영남에서는 유일하다.



    ★별 보기 전에 전시동부터 둘러보자

    천문대는 별을 보는 곳인 만큼 개장시간도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다. 김해천문대는 분성산 등산로를 기준으로 전시동과 관측동으로 나뉘어 있다. 별을 보기 전 먼저 전시동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전시동 내부에는 우리나라 천문관측의 역사를 보여주는 입체영상, 태양계 각 행성에서 자신의 몸무게를 잴 수 있는 중력실험장치 등 10여 개의 천문 교육 전시기구가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전시동의 하이라이트는 천체투영실이다. 천체투영실은 지름 8m의 둥근 반구형 스크린에 밤하늘의 별을 재현한 영사기가 설치돼 있고, 그 아래에 관람객들이 좌석에 앉아 인공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곳에는 천체 관측에 관해 전문적으로 해설을 해주는 ‘별자리 해설사’가 있어 30분 동안 해당 계절에 볼 수 있는 별자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현재 낮시간에 3회, 밤 8시 이후 2회 상영하고 있으며 밤이 길어지는 9월 말부터는 2회 정도 상영을 늘릴 계획이다.

    전시동 외관 형상은 알 모양인데, 김수로왕이 알에서 태어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전시동을 둘러봤다면 옥상에 올라 김해 시가지를 내려다보자.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그런 장관이 따로 없다. 맑은 날에는 불모산과 양산 물금읍까지도 보인다.



    ★밤하늘을 보자, 별을 따자

    관측동은 천체망원경을 설치해 육안으로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한 건물이다. 커다란 주망원경 2대가 제1·제2관측실에 각각 설치돼 있고, 6대의 보조망원경이 보조관측실에 있다. 돔 형태의 지붕과 보조관측실의 큰 지붕이 미닫이문처럼 스르르 열리며 광활한 밤하늘의 민낯이 드러나는 장면은 정말이지 한번 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관객이 직접 별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맞춰 놓은 대상을 관찰한다. 태양계의 여러 행성과 성운, 성단, 별을 볼 수 있으며 음력 4일부터 17일 사이에 방문하면 달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늘 별을 볼 수는 없다. 별을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그날 밤의 구름 양, 습도, 바람의 세기 등에 따라 늘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날씨가 흐린 날은 관측동 문을 아예 열지 않는다. 이번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잦고 흐린 날이 많아 제대로 망원경을 작동시킨 날이 단 이틀뿐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해 질 무렵부터 찬바람이 불고 쌀쌀해지면 그날은 별을 관찰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가기 전에 알아둘 것

    인제대 후문을 지나 분성산 능선을 가로질러 천문대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는 차를 타고 갈 수 없다. 차는 입구에 주차하고 700m가량 꼬불꼬불한 산길을 걸어야 한다.

    낮시간에는 주로 학생 단체관람이 많지만 저녁엔 많은 연인들이 산책 겸 별을 보며 사랑을 속삭이러 오는 인기 있는 데이트 코스로 변한다. 또 산악용자전거 라이더들이 애용하는 트래킹 코스이기도 하다. 천체투영실과 관측동 망원경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http://astro.gsiseol.or.kr, ☏337-3785


    ★별 보기 좋은 계절

    많은 사람들이 여름이 별을 관찰하기 좋은 계절이라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별 보기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다. 봄은 황사가 심하며 여름은 밤이 짧고 우기가 길어 청명한 하늘을 보기 어려운 반면 가을, 겨울은 큰 변동 없이 맑은 하늘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가을철에 가장 보기 좋은 별자리는 페가수스 자리다. 이 별자리는 안드로메다 자리와 겹쳐 있는데 10월 말쯤 초저녁 무렵 머리 위에 사각형 모양으로 또렷하게 뜬다.

    글=김유경기자·사진=김승권기자 도움말=김해천문대장 전한구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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