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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2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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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천년문화축전 D-9] 팔만대장경, 이 정도는 알아 둡시다

필생 500여명이 3년 넘게 공들인 작품
차곡차곡 쌓으면 백두산보다 높아요

  • 기사입력 : 2011-09-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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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스님들이 대장경 인경 작업을 하고 있다. 인경은 팔만대장경을 책으로 편찬하기 위해 종이에 인쇄하는 작업을 말한다./김승권기자/


    올해는 팔만대장경이 조판된 지 천 년을 맞이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45일간 합천군 가야면을 중심으로 경남도와 합천군, 해인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장경천년문화축전이 열린다. 팔만대장경. 이 아름다운 문화유산은 무엇이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새로 만든 대장경= 최천희 경남음협회장이 창작한 ‘오페라 대장경’의 도입부는 대장경이 몽골군에 의해 불타 소실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기에는 먼저 숙지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 숨어 있다. 현재 우리가 문화유산으로 간직하고 있는 대장경은 고려 선종 4년에 완성됐던 대장경이 1232년 몽골군에 의해 소실된 후 1251년 고종에 의해 새롭게 제작된 장경판이다. 앞서 만든 대장경이 ‘초조대장경’, 새로 제작된 대장경이 ‘팔만대장경’(재조대장경)으로 불린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팔만대장경은 현존하는 목판대장경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이 목판 덕분에 세계 각국에 불교가 전파돼 연구와 확산을 도왔으며, 당시 인쇄술과 출판물에 끼친 영향도 지대하다. 이런 우수성을 인정받아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확정됐고 2007년에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어마어마한 규모= 팔만대장경의 정식 명칭은 고려대장경이다. 그런데 왜 ‘팔만’대장경이라는 이름이 더 널리 알려져 있을까? 바로 경판 수가 8만여 판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해인사 대장경판 보존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8만1350개의 판이 해인사에 보존돼 있다고 한다. 전체 무게가 230여t, 쭉 이어 붙이면 약 60㎞에 달하며 차곡차곡 쌓으면 약 320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다.

    ▲한 사람이 쓴 듯= 이런 방대한 양의 목판에 대장경을 새기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기간이 필요했다. 조판사업의 책임자였던 논산 개태사의 주지 수기대사를 비롯해 500여 명의 필생과 각수들이 3년여의 시간을 꼬박 대장경 제작에만 매달렸다. 이들은 초조대장경, 거란과 송나라의 대장경을 비교 검토해 각 문구에 어떤 글자가 적합한지 결정하고 고증하는 작업을 거쳐 한 장에 23줄, 한 줄에 14자를 새기는 힘든 작업을 이어갔다. 글씨체가 일제히 구양순 필체로 통일돼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정기간 필생들이 필체교정 교육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판목을 살펴보면 마치 한 사람이 쓴 듯해 추사 김정희는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마치 신선이 내려와서 쓴 것 같다’고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만들었다= 남해의 관음포, 대사리 지역이 대장경을 조판했던 장소다. 밀물, 썰물의 차가 커 목재 운반에 유리하면서도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해 노출의 염려가 없었다. 목판에 쓰일 목재는 지리산에서 벌목한 나무들이 쓰였다. 섬진강을 따라 운반된 나무는 1~2년간 바닷물에 담가 놓았다가 경판 크기로 자른 후 소금물에 삶았는데, 이 과정에서 재목의 진액이 빠지고 소금기가 표면에 흡착돼 습도가 낮을 때 목재가 갈라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건물을 지어 그늘에 두고 또 다시 1년 동안 바람에 건조시켰다. 한 글자를 잘못 새기면 수년간 제작해온 목재를 버려야 했으므로 경판에 글자를 새길 때에는 온갖 정성을 쏟아야만 했다. 전국의 실력있는 각수들이 모여 이 작업을 했는데, 한 글자를 새길 때마다 한 번씩 절을 했다고 한다. 글자를 직각으로 파면 쉬울 것을 한 획마다 45도 각도로 빗나가게 새겼다. 이는 목판에 전달되는 팔과 손의 힘을 분산시켜 글자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 세심한 작업이었다. 숙련된 각수가 경판 한 면을 새기는 데 약 5일의 시간이 걸렸다.

    ▲천년 보존의 비밀= 아무리 뛰어난 문화재라도 보존이 잘 되지 못하면 무용지물. 도대체 천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장경은 어떻게 보관됐던 것일까? 그 비밀은 해인사의 장경판전에 숨어 있다. 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 벽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붙박이 실창이 있다. 벽면 아래 위와 건물의 앞과 뒤의 살창 크기를 달리함으로써 공기가 실내에 들어가서 아래위로 돌아나가는 순환시스템을 갖춰 실내가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또 바닥은 깊이 파서 숯, 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를 뿌렸다. 우기에는 바닥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기에는 습기를 뿜어 자동적으로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판이 새로 새긴 듯하고, 나는 새들도 이 집을 피해 기와지붕에 앉지 않으니, 실로 이상한 일이다’고 묘사했다.

    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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