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작가칼럼] 오디션 신드롬 유감- 임재도(소설가)

  • 기사입력 : 2011-09-16 01:00:00
  •   



  • 한 케이블 방송에서 시작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무려 200만명에 가까운 국내외의 사람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또한 음악뿐만 아니라 탤런트, 댄스, 오페라 등 예능의 전반에 걸쳐 이 같은 유형의 방송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급기야 이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기성가수들의 기량 대결도 펼쳐지고 있으니 가히 오디션 내지는 경연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필자는 이런 방송 프로그램의 순기능이나 역기능을 평가할 전문적 지식도 그럴 의사도 없다. 다만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각 분야별 전문가가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겠지만, 필자 나름의 생각으로 이렇게 분석해 본다.

    먼저 인간의 본성에는 성취욕이 다른 욕구보다 우월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법 제도 아래에서 이 욕구의 충족은 허용된 경쟁을 통해 쟁취할 수밖에 없고, 이것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긴장감이나 희열감이 오디션 참가자에게는 직접적인 만족을, 시청자에게는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인간의 표현의 욕구 내지는 과시본능이다. 인간은 누구나가 자기의 관심 분야에 대한 견해를 나타내고 예술적 재능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록 과거보다는 그 수단이나 방법이 다양해지고 확대되었다 하더라도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그것은 차단되어 있거나 제한적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자격이나 재능이 있느냐의 여부를 불문하고 일단 참가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욕구에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 이유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등지상주의에 근거한 사행 심리를 들 수 있겠다. 사회적으로 허용된 경연에서 주어진 룰(Rule)에 따라 일등을 하는 것이 부도덕하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인보다 몇 배나 더한 각고의 노력으로 일등을 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고 평가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자기의 재능을 믿고 그러한 각고의 노력을 한 사람들일까? 오디션을 통과하기만 하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행여 요행이나 사행심으로 참가한 것은 아닌가? 자문해보고 반성할 일이다.

    끝으로 방송 매체의 시청률지상주의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 케이블 방송이 전대미문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공영방송이 덩달아 춤을 춘 것은 아닌가? 시청률에 목을 매어 위에서 언급한 대중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은 아닌가? 일반대중보다 더 큰 공익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방송 매체의 관계자 또한 자문해보고 반성할 일이다.

    이 같은 장단점이 있지만, 결국 이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경쟁심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경쟁이란 필연적으로 이기심과 이로 인한 다양한 분쟁을 유발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공정성이 담보되는 건전한 사회와 개인의 존엄성은 경쟁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 각자의 내면의 자아구현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나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류시화 시인이 엮은 잠언시집 중 ‘인디언 기도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제 곧 가을이다. 이 가을, 경연 신드롬에 휩쓸려 오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애쓰고, 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의 가장 큰 적인 나 자신’, 즉 참된 자아, 진아(眞我)를 찾아가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임재도(소설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