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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최전선에서 버티는 무게

24시간 코로나를 만나는 사람들

하루 평균 30건이던 검사 수… 그날 하루에만 2000건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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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진료의ㅣ5분 10분이 중요한 이유

강명구씨는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 진료의다.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진단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한다.

레벨D방호복을 입고 2장의 장갑을 낀 뒤 N95마스크·고글을 착용하고 해야 하는 일이다.

9월 14일 오전 검체 채취를 시작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강씨의 눈가에 땀방울이 맺혔다.

무더위가 꺾여 제법 선선한 날씨임에도 그랬다.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는 검사에서 강씨는 한 타임에 대개 5~10명의 검체를 채취한다고 했다.

20~30분 정도 걸리는 한 타임의 검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는 방호복을 벗을 수 없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진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예약시간을 맞춰서 오진 않는다.

강씨는 "폭염 땐 5~10분이 정말 소중하다"며 "예약시간 잘 맞춰 오는 분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 일한 강씨의 동료들 중에는 호흡곤란·구토·어지럼증·탈수 증상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겨울은 겨울대로 힘들었다. 야외에서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 동안 일하고 나면 온몸이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욱씬거렸다고 강씨는 말했다.

검사자의 검체를 채취를 마치고 방호복을 벗은 강씨의 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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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몸이 가장 힘들었던 날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날은 아마도 그날이겠죠. 전수검사 2000명 한 날"

8월 29일 강씨를 포함 10명 남짓한 의료진이 오전 창원 신월고, 오후 두산공작기계에서 약 2000명의 검체를 채취했다.

강씨는 "검사가 끝난 후에 왼쪽 어깨와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뻐근하면서 통증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ㅣ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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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조용하다가 (서울 광화문 집회) 이후 다시 확진자가 확 늘었잖아요. 그간 노력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아 허탈했죠"

"단순 숫자가 늘어난 것보다 '코로나 종식이 얼마 안 남았구나', '일상으로 돌아가겠구나' 그런 기대가 무너졌을 때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어요"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이 한풀 꺽이고, 장기화되면서 강씨는 "너나 할 것 없이 심리적·육체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다"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병가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ㅣ보건소를 지치게 하는 사람들


코로나 확산으로 증가한 업무만으로 버거운 보건소 직원들을 더욱 지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의심환자여서 자가격리 일자를 통보하고 격리 수칙을 안내하는데, 반말·욕설·고성·폭언·협박 등 거친 언행을 보인 사람들.

확진자가 발생하면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람들.

강씨는 "당사자들도 두려운 마음에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는 하지만, 반복되다보니 직원들도 지친다고 했다.

대인기피증 증상을 호소하는 직원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보건소에서 검사 결과를 조작한 것 아니냐'라거나 '일부 단체를 탄압하는 것 아니냐'며 검사를 거부하거나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대할 때마다 직원들은 정신적 피폐함을 느낀다고 강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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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쏟아지는 확진자… 나·가족·동료 감염될까 두렵다

선별진료소는 코로나를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곳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검사자가 늘수록 선별진료소 사람들의 감염 공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강씨는 "몇몇 직원들이 검사 받긴 했어요. 의심되고 걱정되서.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결과 나올 때까지 마음 졸이고 두려움에 떨고 여러 상상도 많이 했을 거예요"라면서 "저도 열이 나고 몸살 기운이 있으면 덜컥 겁이 나요. 나 때문에 감염되면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가족들 역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그 부분이 검사할 때 심적으로 부담된다"고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 다하는 게 중요"


강씨는 지금 상황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 길의 끝에 다다르는 방법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역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자 맡은 방역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민들께서 철저한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 수칙 준수를 통해 확진자 발생 자체가 예방돼야 방역당국도 힘을 얻어서 일할 수 있다"

방호복 입고도 긴장의 연속… 반년째 잃어버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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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ㅣ그날부터 일상이 바뀌었다

강예현씨는 경남도립 마산의료원 간호사다.

마산의료원은 지역 감염병 전담병원이다. 경남 코로나 확진자는 대부분 여기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강씨는 마산의료원 51병동에서 경증 코로나 확진자를 돌본다. 51병동은 원래 내과 병동이었지만 음압병실이 있어 코로나 확진자를 수용하는 병동이 됐다.

강씨의 일상이 180도 바뀐 건 그때부터다.

"반년째 집과 회사를 오가는 것 외에 다른 일과가 없다"

"매일 확진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직업이다 보니 주변인들이 꺼리기도 하고, 스스로 불안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 여름휴가도 반납했다"

ㅣ방역 경각심… 안팎 큰 온도차에 허탈해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한동안 진정세에 접어드는 듯 했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는 것에 대해 강씨는 걱정과 허탈감이 앞선다고 했다.

"병원 안에선 방호복 입고도 긴장 놓지 못하는데 밖에선 경각심이 낮아 확진자가 계속 늘어 마음이 아프다"

강씨는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한다.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 방호복을 입고 감염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건장한 남성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방호복을 입으면 2~3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화장실도 갈 수 없다.

강씨는 "의료진들은 집과 병원만 오가면서 환자의 치료나 회복을 위해 힘쓰는데 바깥에서는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다 즐기는 등 너무 온도차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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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료원 음압병동(왼쪽)과 51병동(오른쪽)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간호사들.

ㅣ의료진을 지치게 하는 사람들


입원 격리된 확진자들 중 일부는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거친 언행을 보이기도 해 이미 고된 업무로 힘든 의료진의 마음을 더 지치게 했다.

"택배나 배달음식, 커피를 달라고 하는 환자들이 많고 폭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폭언의 경우 처음에는 마음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하도 많이 들어서 오히려 무덤덤해졌다"

심지어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격리생활에 적응을 못해 창문으로 뛰어내리겠다거나 표현을 거칠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강씨는 말했다.

ㅣ의료진을 위로하는 사람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힘이 될 때가 있다.

"지금은 퇴원한 60대 어머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나를 친딸처럼 대해주셨다. 본인 가족 걱정에 눈물을 흘리시다가도, 나를 보면 수고한다고 손을 꼭 잡아주셨다"

강씨는 "우리도 사람인지라 업무가 힘들 때가 있지만, 주변 사람과 환자들의 격려에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고 했다.

이어 "도민 분들께서 일상 생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 등 기본 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모두 함께 코로나를 무사히 이겨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방역 최전선… 피할 수 없는 감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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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마산의료원에서 첫 간호사 확진자가 발생, 직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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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마산의료원 응급실 간호사가 확진되면서 응급실이 임시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