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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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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우값 폭락사태 속 창녕우시장 가보니…

“소값 내려도 매매 안돼” 농민 한숨만
비싼 사료값 감당못한 농민, 개장 1시간 전부터 장사진
“소비자에 판매라도 잘 되게 식육점 가격이라도 내려야”

  • 기사입력 : 2012-01-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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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오전 창녕우시장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송아지가 내뿜는 입김이 치솟는 사료값으로 시름에 빠진 축산 농가의 긴 한숨처럼 보인다. 소 수요가 많은 설 대목이었지만 매물로 나온 많은 소들이 매매가 되지 않았다./김승권기자/


    8일 오전 5시40분, 창녕군 창녕읍 하리 창녕우시장 입구. 아직 개장이 1시간 넘게 남았는데도 벌써 소를 실은 트럭이 긴 줄을 섰다. 오른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키우던 송아지를 몰고온 축산농민 정모씨는 이날 새벽 1시부터 트럭 안에서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다. 칠흑같은 적막 속 정씨와 같은 축산농민들이 소를 싣고 온 트럭들은 계속해서 줄을 이어갔다.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한 중개사는 “다른 장날보다 오늘 소를 훨씬 더 많이 가지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7시, 소 시장이 개장했다.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도 시장 안은 금세 소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날 나온 매물은 한우 송아지 350마리, 한우 150여 마리다. 소들의 긴 울음소리와 함께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 소를 홍보하는 소리가 뒤섞여 우시장을 가득 채웠다.

    설 대목 영향인지 송아지값은 조금 올랐다. 대부분 송아지 한 마리당 100~120만원 선에서 흥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쉽사리 매매가 이뤄지진 않았다.

    소값이 내렸다는 이야기에 시장을 찾은 구매자들도, 비싼 사료를 먹인 소값을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판매자들도 답답한 듯 흥정은 불발이 많았다.

    농사를 짓는 황인숙(60·여·창녕군 용산리)씨는 “소값이 좀 떨어졌다고 해서 집에 새로 몇 마리 키울까 해서 나와 봤는데 소값이 생각보다 싸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황씨는 이날 8개월 된 송아지 4마리를 한 마리당 135만원씩에 사서 돌아갔다.

    비싼 사료값 때문에 소를 처분하기 위해 나온 이들은 거의 반값에 가까운 가격을 부르기도 했지만,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소 5마리를 끌고 온 박정문(69)씨는 “명절 앞이니 판매가 좀 되지 않을까 해서 집에 있는 송아지들을 다 끌고 왔는데 영 팔리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값을 100만원까지 내렸지만, 박씨의 송아지 5마리는 결국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오후 8시께, 1/3가량 소들이 빠지고 사람들도 제법 빠졌다. 축산업주와 중개인들은 설 대목 치고는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이날 매매된 소는 송아지 120여 마리, 소는 80여 마리로 매물로 나온 것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중개인 박종석씨는 “창녕장이 크기 때문에 원래 장이 서면 1시간 안돼서 모두 끝이 나는데, 이건 거의 장사가 안된 거라고 보면 된다”며 “설 앞이라 비육돈은 좀 많이 나갔지만 송아지의 경우 할매, 할배들이 설 앞두고 집에 한두 마리 채워넣으려고 나온 것 말고는 사러 온 업자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적해지자 한숨 돌린 사람들은 새벽바람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커피집 안으로 몰려들었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사료값 폭등과 한우값 폭락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커피점에서 만난 한 농민은 “이제 앞으로 한우는 동물원 가서 보게 될 것”이라며 “사료값이 더 비싼데 누가 소를 키우겠느냐”고 말했다. 옆에 있던 커피점 주인 이모(50·여)씨도 “한우값이 내려서 우리도 장사가 힘들고, 농민들 보기도 안쓰러워 죽겠다”며 “사료값이 한 번 더 오른다고 하는데 그러면 모두 다 죽는 것 아니냐. 판매라도 잘 되게 식육점 가격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소 30마리를 가지고 나와 절반도 못 팔고 다시 트럭으로 몰던 축산업자 오용호(44)씨는 “설 대목이라곤 하지만 큰 소는 너무 값이 내렸고, 송아지도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적자 수준이라 7년째 축산업 하면서 이처럼 힘든 건 처음”이라며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그만두지도 못하고 죽지 못해 하고 있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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