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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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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여행 ③ 양산 통도사 템플스테이

경남을 가다-체험여행 ③ 양산 통도사 템플스테이
1배, 2배… 나를 닦는 108배
마음을 가다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 기사입력 : 2012-01-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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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가부좌를 튼 채 명상을 하고 있다.
     
    양산 통도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밀양지역 중·고생들이 새벽 3시30분 새벽예불을 드린 후 108배를 하고 있다.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으로 108번 절을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학생들은 마음을 씻는 과정이라며 죽비소리에 맞춰 108배를 마쳤다./김승권기자/
    학생들이 발우공양 후 발우를 깨끗이 닦고 있다.
    학생들이 도자기공원에서 차예절을 배우고 있다.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영축산의 포근한 품 안에 자리 잡은 통도사. 신라 선덕여왕 15년 자장율사에 의해 세워진 천년고찰이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이 있고 유형불교문화재 43점을 보관하고 있는, 우리나라 3대 사찰로 불보(佛寶)사찰이다. 이 고즈넉한 영축총림에 밀양교육청 산하의 ‘위 센터’(Wee Center) 30여 명의 장난꾸러기 중·고생들이 1박2일 사찰체험을 위해 찾아왔다.



    12:00 경내와 성보박물관을 둘러보다

    템플스테이 전용관 도착과 함께 수련복이 지급됐다. 법복을 주섬주섬 챙겨입은 아이들을 인솔해 경내를 안내하는 학인승 두 분의 몸짓이 분주하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한발 물러난 아이들이 얼마나 의젓하게 1박2일을 보낼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통도사는 전통법식에서 벗어나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자유로운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상로전(上爐殿)과 중로전(中爐殿), 하로전(下爐殿)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스님의 설명을 듣는 아이들 모습이 자못 얌전하고 차분하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높이가 12m에 이르는 괘불탱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부처님의 일생을 그린 팔상도와 창건주 지장율사의 초상을 둘러보며 그 휘황한 그림들이 보잘것없는 붉고 검고 푸른 돌이나 광물질을 녹여 만든 물감에 의해 창조됐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박보경(18·밀성제일고2)양은 “고3이 되기 전 새롭게 마음을 다잡기 위해 같은 반 친구들과 오게 됐다”며 관람 내내 진지한 모습이다.



    15:00 만다라 미술에 빠져보다

    템플스테이 전용관으로 돌아온 아이들, 이번엔 색색깔의 연필과 펜으로 빈 밑그림에 색을 채우는 체험을 할 차례다. 일명 ‘만다라 미술’이라 불리는 색칠활동이다. 갖가지 곡선으로 표현된 빈 그림 위를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주욱 한 번에 긋기도 하고 여러 번 나누어 촘촘히 채워도 보면서 갖가지 상념들을 시원스레 놓아보는 정신적인 정화를 경험한다. 머리에 언뜻 떠오르는 생각을 그림제목으로 표현해 보라는 스님의 주문에 ‘행복 안에 숨어 있는 불행’, ‘마당을 나온 암탉’, ‘동전 속 행복한 사람들’ 등 기발한 제목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티베트 사람들은 색색깔의 모래로 작품을 완성한 후 바람에 모두 날려보내며 무념무상을 깨닫는다는 스님의 말씀에 아이들의 얼굴이 순간 뜨악해진다.



    16:30 발우공양, 일미칠근(一米七斤)의 의미

    사찰에서는 밥을 먹는 일상다반사마저도 하나의 체험이 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발우를 앞에 두고 어색하게 반가부좌를 튼 아이들. 자세가 흐트러지면 체하니 허리를 펴라, 다른 사람에게 먹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 빨리 먹지 못할 것 같으면 적은 양만 덜어 먹어라. 이런 까다로운 주문을, 밥상머리에서 이렇게 주의깊게 들어본 적이 있을까? 발우에 된장과 김치, 간장과 산나물로 이루어진 간소하고 정갈한 음식을 덜어내는 아이들이 더없이 신중하다. 쌀 한 톨이 마치 일곱근의 땀이나 되는 듯이 말이다. 탁, 마른 가지를 치는 듯한 죽비소리에 맞추어 일제히 공양을 시작하고 끝낸다. 서툴지만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에서 군더더기 없이 완결된 동작이 만드는 절제와 금욕정신이 조금씩 엿보이기 시작한다. 청숫물에 발우를 깨끗이 씻어내는 설거지까지 마치는 경건한 의식 속에서, 먹는다는 행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작은 가슴속에 싹튼다.



    17:30 범종이 울리고, 예불을 드리다

    천왕문을 지나 하로전의 시작점엔 아침저녁 예불의식에 사용하는 사물(범종, 법고, 목어, 운판)을 걸어 둔 범종각이 자리 잡고 있다. 어느덧 짙푸른 기운이 섞인 저녁 노을이 영축산을 물들이고, 예불에 앞서 치러지는 타종 의식은 엄숙함으로 가득하다. 공양을 마치기 무섭게 범종각 앞으로 날아온 아이들. 듣는 이의 오장육부마저 사정없이 울려대는 종소리에 합장한 손끝까지 와들와들 떨린다. 곧이어 치러지는 예불의식. 11정례와 반야심경, 천수경이 이어지고 경건한 마음이 내는 길을 따라, 수십명 엄중한 스님들이 내뿜는 꼿꼿한 기상을 따라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오늘의 잘못을 뉘우친다.



    19:00 명상, 그리고 스님의 말씀

    예불을 마친 아이들 모두가 눈을 감고 허리를 편 채 가부좌를 틀었다. “사물을 보듯 나를 바라보아라, 답을 찾기가 쉽다”는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한 스님의 말씀. “그 단계가 지나면 너희 마음에 맺히는 것이 없어질 것이다”는 더 어려운 말씀도 하신다. 하복부에서부터 명치를 지나 코까지 가득 숨을 들이마시고 조금씩 내뱉는 호흡법을 연습한다. 그리고 스님의 말씀에 따라 마음의 혼란을 가라앉히고 화내고 슬퍼하고 기뻐했던 과거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수행 속에서 통도사의 짙은 밤이 내리고, 그렇게 천년고찰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03:00 아침 예불과 108배, 부모은중경 강경

    이튿날 새벽, 종소리가 산사를 깨운다. 어느덧 서른 명의 말썽꾸러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옷을 입기 분주하다. 아직 중천에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차가운 새벽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예불을 드린다. 예불 후에는 스님의 죽비소리에 맞춰 108배를 올릴 차례. 108번뇌를 끊어내는 수행의 첫걸음인 108배. 벌써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의 투덜거림이 들린다. 하지만 스님이 1배, 2배 몸을 굽히기 시작하자 하나둘 따라하기 시작한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뻐근하게 아파오고 겨드랑이와 목에는 땀이 배기 시작한다. 108배가 끝나자마자 부모님의 은덕을 마음에 새기며 ‘부모은중경’을 펼쳐 강경을 시작한다.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한 지 열 달이 되면 비로소 아이가 태어나게 되나니 만일 효순한 아들이라면,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나오므로 어머니의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 만일 불효할 자식이라면 어머니의 아기집을 손상시키고 손으로는 어머니의 심장이나 간을 움켜쥐며, 다리로는 어머니의 엉덩이 뼈를 밟아서 어머니로 하여금 마치 천 개의 칼로 온 몸을 찌르고, 만 개의 송곳으로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느니라. 이처럼 어머니는 고통 속에서 자식을 낳아 주신 은혜 외에도 열 가지 은혜가 더 있느니라….”



    08:00 서운암에 오르다

    아침식사 후 통도사 전체를 가장 잘 관망할 수 있는 암자라 알려진 서운암에 오른다. 다리가 아플 만한데도 박정호(14·세종중1)군은 “힘들지만 기분은 참 좋다”며 앞서 나간다. 극락암을 거쳐 쭉쭉 뻗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길을 오른다. 멀리 서운암이 보이고, 된장을 담근 수백 개의 장독대와 들꽃축제 때 꽃물을 들이는 데 쓰이는 들꽃화단이 보인다. 서운암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16만 도자 대장경이 모셔져 있는 장경각. 목판과 달리 불이 붙지 않아 보관이 용이하다. 미로 같은 장경각 통로를 함께 걸으며 장경판들이 내뿜는 신비로운 기운을 한껏 마셔 본다.



    09:30 도자기 만들기

    이제부터는 통도사를 떠나 지역 예술인들과 연계해 진행하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해 볼 시간이다. 통도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도자기 공원으로 간다. 도예가 김동흥씨는 “마음이 똑발라야 그릇도 비틀어지지 않고 깨지지도 않는다”며 마음가짐에 관한 당부를 먼저 한다. 손끝이 꽁꽁 얼어붙는 추운 날이지만 소매를 걷어붙이고 황토덩이를 잡고 덤벼드는 모양이 기세등등한 젊은 예술가들 같다. 찻잔, 밥그릇, 항아리 등 그 소재도 각양각색이다. 김서정(18·밀성제일고2)양은 “와인잔을 만들려 했는데 개밥그릇같이 되어버렸다”며 깔깔거린다.



    12:30 차를 마시며 예절을 배운다

    드디어 체험 프로그램 마지막 시간인 다례시간. 들썩대던 장난꾸러기들, 은은한 녹차향 앞으로 다가서자 어느새 잠잠해진다. “차를 마실 때는 먼저 배꼽 근처에 찻잔을 가져가 그 색깔을 음미하고 코에 가져가 향기를 맡고, 귀한 것을 아껴 먹듯 세 번에 나누어 마셔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조심조심 잔을 들어올린다. 달콤한 다식도 하나씩 입에 넣어 와작와작 씹어본다. 손진주(18·밀성제일고)양은 선생님 눈을 피해 친구들과 “건배!”를 외치며 차를 원샷하기에 여념이 없다. 서른 명의 의젓한 장난꾸러기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진다.




    ★ 이렇게 생각한다- 통도사 템플스테이의 장점

    “마음과 몸이 한곳에 존재하도록 도와주죠”

    효진 (통도사 연수과장)

    간혹 템플스테이를 종교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있다. 그런 마음조차 모두 놓아보기를 바란다. 다양한 종교를 가진 구성원이 모여있는 대학이나 기업체에서도 이곳을 찾는다. 그 이유가 바로 템플스테이는 마음과 몸이 오롯이 한곳에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통도사에는 17개의 암자와 성보박물관, 울창한 송림이 갖추어져 있고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해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소는 설법전 아래 템플스테이 전용관이며 365일 가능하다. 참가비는 1박2일 5만원, 하루 연장 시 2만원이 추가된다. 간편한 복장에 세면도구가 필요하다. 단체도 가능하다. ☏ 382-7182


    글=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경남을 가다-체험여행’의 체험 아이템과 체험마을을 추천받고 있습니다. ☏ 055)210-6090 경남신문 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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