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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다문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서정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마산지부 소장)

개인·국가 모두 다양성 수용하는 인식 전환 필요

  • 기사입력 : 2012-04-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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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가 늘씬한 백인 청년이 서울 도심에서 행인에게 길안내를 부탁한다. 대부분의 행인들이 그 청년이 준 메모장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가진다. 짝을 지어 가던 젊은 여성들은 기꺼이 동행을 자청하며 청년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목적지까지 안내할 모양이다. 다음은 피부색이 검은 동남아 청년 한 사람이 길을 묻는다. 그는 행인에게 열심히 말을 건넨다. 그러나 대부분 외면해버린다. 청년은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며 헤매는 시늉까지 하지만 행인들은 무관심하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을까? 청년은 여전히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다.

    일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시각을 다룬 다큐 내용이다. 방송국에서 기획해 연출한 모의장면이지만 백인과 아시아인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히 갈리는 것을 보고, 아시아계가 대부분인 결혼이민여성이 얼마나 많은 무관심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과 결혼이민으로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130만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그중 많은 이들이 국제결혼으로 결혼이민을 온 아시아 여성이다. 최근 몇 년 사이는 동일민족이라는 관념에 의해 쉽게 용인돼 온 조선족 여성들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아시아 국가여성들이 아내와 어머니로 한국에서 거주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의 순혈주의에서 새로운 사회문화로의 변화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이라는 새로운 정책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다인종, 다문화 간의 사회통합은 외국인 배우자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배경이나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것이 차별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인위적인 교육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켜 한국사회에 융합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다. 따라서 결혼이민여성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익숙한 방식만을 고수하기보다는 이민여성의 모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결혼이민 당사자들의 문화적 차이를 개인의 성격문제로 오해하거나 특정 국가만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인식전환의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다문화가족이 사회적 약자라서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가족 혹은 가정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추구할 수 있는 삶의 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즉, 이들의 선택을 존중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다문화가정을 보편적인 가족정책의 틀 속에 위치시켜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혼이민자들만을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대상자로 부각시켜선 안 된다. 국제결혼은 국제결혼을 선택한 남녀 대상자 모두가 적응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결혼이민여성들만이 통합을 위한 적극적 노력의 주체자로 요구받는 현재의 사회 분위기와 제도가 재고돼야 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수가 3만명을 넘고 있으며 그 자녀들의 상당수가 우리들의 자녀와 같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엄연히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국민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들의 대다수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역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다문화가정이 상처 받지 않는 건강한 가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개인과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미디어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편향된 시각을 보면, 언제쯤 사회통합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한민족임에도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차별과 편견으로 지역감정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역감정보다도 더 큰 편견이 존재하는 다문화사회를 어느 정도 포용하고 배려할 수 있을까?

    서정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마산지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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