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금요칼럼] 도로명주소에서 보는 홀수 짝수의 음양-황화철(창원문성대학 경상학부장)

왼쪽은 양이므로 홀수 번호, 오른쪽은 음이므로 짝수 번호 부여

  • 기사입력 : 2012-08-03 01:00:00
  •   


  • 정부가 국민 편의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도로명주소가 2011년 10월 31일부로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번을 사용하는 옛 주소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번주소는 약 100년 전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번지수만 가지고는 장소를 찾아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주소지는 굉장히 긴데 찾는 데는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긴 했다.

    새 주소인 도로명주소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도로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건물에 규칙적으로 번호를 붙여 찾기 쉽게 되어 있다고 한다. 도로에 번호를 매길 때 도로의 시작 지점에서부터 도로의 끝 지점까지 20m 간격으로 건축물 순서대로 왼쪽에는 홀수, 오른쪽에는 짝수가 부여된다. 따라서 홀수인 주소는 차량 진행 방향 도로를 중심으로 왼쪽에 있다는 의미이고 짝수 주소지는 차량 진행 방향으로 오른쪽에 있다는 뜻이다.

    왜 왼쪽은 홀수이고 오른쪽은 짝수일까? 홀수는 양을 뜻하고 짝수는 음을 뜻한다. 짝수는 짝을 이루기 때문에 음의 성질이다. 이미 짝을 이뤄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 적극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이다. 진취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이다. 반면에 홀수는 짝을 이루고 나면 늘 하나가 남는다. 그 하나가 또 다른 짝을 찾으러 나아가려 한다. 남자들이 항상 바깥을 기웃거리는 심리도 여기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몇 해 전에 동구권 유럽에 간 적이 있다. 거리에 꽃다발을 든 남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꽃을 좋아하는 유럽 사람들은 남자들이 마음에 둔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이라 한다. 꽃을 선물할 때는 반드시 홀수로 선물한다고 한다. 꽃꽂이를 할 때도 꽃을 홀수로 꽂는 것이 원칙이다. 왜일까? 홀수는 양의 수이기 때문이다. 활기차고 열정적인 기운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왼쪽은 왜 양이고 오른쪽은 음일까? 해는 동쪽에서 뜬다. 해 뜨는 쪽이 양의 방향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한낮이면 남쪽에 있고 오후가 되어 저녁이 되면 서쪽으로 태양이 기운다. 그리고 해가 지면 어둠이 찾아온다. 어두운 쪽은 북쪽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내가 서 있는 쪽에서 왼쪽이 동쪽, 오른쪽이 서쪽, 머리 위에 해가 떠 있으니 남쪽, 땅을 딛고 있는 쪽이 북쪽이 된다. 이것은 풍수에서 사용하는 패철에도 적용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지도와 서양의 나침반 방향과는 기준점이 다르지만 시계방향이라는 것은 같다.

    좌청룡 우백호라는 말은 왼쪽이 청룡, 즉 푸른 용이고 푸른색은 동쪽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오른쪽은 백호, 흰 호랑이로 흰색은 서쪽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음양으로 볼 때 동쪽은 양이고 서쪽은 음이다. 예전 조선시대의 벼슬에서도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한 직급 높은 직위이다. 풍수에서 볼 때 산 자는 왼쪽이 높고 죽은 자는 오른쪽이 높다. 죽음은 음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묏자리는 높은 사람이 오른쪽에 있다.

    좌양 우음의 예는 우리 문화 곳곳에서도 알 수가 있다.

    “전하 종묘사직을 돌보소서.” 사극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종묘사직을 보면 종묘가 정궁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왼쪽에 위치한 것은 조상과 역대 왕의 신위를 모시고 있기 때문에 양의 위치에 있는 것이고 국토의 신(神)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을 관장하는 사직은 정궁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땅은 음이다. 외국어에서도 땅에는 여성형 관사가 붙고 하늘에는 남성형 관사가 붙는다. 종합적으로 보면 왼쪽은 양이므로 홀수 번호가 붙는 것이고, 오른쪽은 음이므로 짝수의 번호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음양의 법칙은 외국 주소지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나저나 도로명주소인 새 주소 시행으로 원래 정부가 의도한 대로 편리한 길 찾기가 되었으면 한다.

    황화철 창원문성대학 경상학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