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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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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몸에 좋고 보기 좋은 집 (5) 창원 동읍 월잠리 동월마을 오진열·강정희씨 집

전원생활 꿈꾸던 동갑내기 부부의 ‘사랑家’

  • 기사입력 : 2012-10-18 01:00:00
  •   
  •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연상케 하는 창원 동읍 월잠리 동월마을 오진열·강정희씨 주택. 오두막이 찾는이에게 여유로움을 준다.
    동판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거실.
    오진열 씨의 남다른 축구사랑이 사인볼에서 느끼게 한다.
    2층 옥상에 설치한 테라스.



    앞으로는 동판저수지 품고

    뒤로는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의 하얀 집


    부부 침실 창문으로 보는

    동판저수지에 해 지는 모습

    항상 여행 온 것 같아


    2층 옥상과 테라스에 가면

    밤에 손님들과 수다 떠는 사랑방이…


    아침에 눈 뜨면 물안개 환상적

    밤엔 달 뜨는 것

    집안서 볼 수 있어



    창원시 의창구 동읍 월잠리 동월(東月)마을.

    일명 소쿠리 땅이라 불리는 이곳은 앞으로는 동판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200년이 넘은 당산나무를 중심으로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마을 전체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이 마을 가운데 언뜻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연상시키는 집 한 채에 연일 사람들로 들끓는 곳이 있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동갑내기 부부 오진열·강정희(50) 씨 댁이다.


    ■2년 만에 내 땅을 찾다

    수십 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하던 오 씨 부부는 도심 생활을 청산하고 전원생활을 하자고 마음먹은 지 2년 만에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았다.

    원칙은 우선 집 앞이 탁 트여야 하고, 회사가 있는 창원까지 출퇴근하기 멀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상 앞이 탁 트인 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또 창원 인근 땅값이 치솟아 쉽게 땅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아내 강정희 씨가 동읍 일대를 둘러보던 중 동월마을에 들렀다가 동판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지금의 땅을 만나게 됐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이 땅은 예전에 주택이 있었지만 오래전에 쓰지 않고 버려둔 곳이었다.

    집 바로 앞에는 감나무밭이 있어 다른 건물이 들어설 일이 없어 시야가 보장되고, 집 뒤로는 마을회관이 있어 자연스럽게 마을주민과 친화될 수 있는 적지였다. 또 집에서 동읍 25호선 국도를 타면 창원시내까지 25분밖에 걸리지 않는 것도 맘에 들었다.


    ■동판저수지를 집으로 끌어들이다

    오 씨의 집은 대지 891㎡에 건평 138㎡의 2층으로 아담하게 지었다.

    1층에는 부부 방과 아들 방 등 3개, 2층에는 딸 방 1개를 넣었다.

    집을 크게 짓는 것을 원치 않았던 부부는 대신 거실 천장을 높여 공간을 넓어 보이게 했다.

    무엇보다 집 어디에서든지 동판저수지가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부부 침실에서도 왼쪽 큰 창문을 통해 동판저수지에 해가 지는 것까지 볼 수 있어 “항상 여행 온 것 같은 분위기”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특히 건축주와 설계자가 합의해 집안에 동판저수지를 끌어들이자는 취지에서 부부침실과 거실 사이 공간에 중형 연못 같은 수족관을 만들어 밋밋할 수 있는 분위기에 포인트를 주었다.

    거실과 부엌에서도 수족관 고기들이 노는 것을 보도록 했다.


    ■마당 넓은 집 … 사람 끊이지 않는 집

    현재 창원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오씨는 축구광이다

    넓은 대지에 집은 작게 짓는 대신 잔디가 깔린 마당을 넓게 한 것은 마당에서 아들이나 지인들과 족구를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아내의 욕심(?)은 남편의 축구 욕심에 밀려 마당을 내어주고 대신 조그만 텃밭을 만들었다.

    또 마당 한편에는 오두막집을 지어 마당에서 운동 후 손님들과 막걸리도 한잔할 수 있게 꾸며놓았다.

    오 씨의 집에는 하루 걸러 손님이 찾아온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부부의 성격도 있지만 오 씨의 집이 놀기에 안성맞춤인 조건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초저녁에 마당에서 놀다가 2층 옥상과 테라스에 가면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묘한 야외 공간이 있다

    밤늦은 시간 마을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사랑방인 셈이다.


    ■일 년간의 전원생활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집짓기는 5개월 만에 완성하고 8월 입주했으니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오 씨 부부의 전원생활 일 년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삶의 질이 달라졌다. 눈을 뜨면 동판저수지에서 나오는 물안개가 환상적이고, 밤이면 동월이란 마을지명에서 알 수 있듯 동쪽 하늘에 달이 떠 서쪽으로 지는 것을 집안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행복하다.

    처음에 낯가림을 하던 마을 사람들은 이제 대문 안에 상추나 부추, 감을 던져주고 가고, 아내 강 씨도 시내 나가는 길에 목욕 가거나 미장원 가는 할머니들을 모셔다 주는 것도 일상이 됐다.

    봄이면 온통 주변 나무에 새잎이 돋아 연초록빛이 아름답고, 가을이면 단풍이 멋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매일 깎아줘야 하는 잔디 때문에 힘이 들기도 하고, 하얀 집에 거미줄을 치는 거미가 밉기도 하다.

    무엇보다 겨울이면 높은 천장 때문에 빈 공간이 많아 추워 난방비도 많이 든다. 그럼 어떠랴. 대학 때 만나 23살에 결혼한 오 씨 부부는 반평생을 같이하며 항상 사람냄새 끊이지 않는 예쁜 집도 마련했다.

    앞으로 아들과 딸이 결혼하면 빈터에 한 채를 더 지어 같이 살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갖고 있다.

    글=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설계사에게 듣는다 / 건축사무소 시토 하동열 소장


    이 집은 2011 경남도 우수주택으로 선정됐다. 도심이 아닌 읍면지역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이란 취지에 맞았기 때문이다.

    애초 건축주가 바라는 것은 집을 크게 짓고 싶지 않으니 마당을 많이 남겨 달라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특별한 요구는 없었다.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신경 쓴 것이 채광과 조망이었다.

    거실을 비롯해 집안 어느 위치에서도 하루종일 해가 들어와야 했고, 동판저수지가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마을 앞에 동판저수지가 있지만 집안으로 끌어왔다. 그것이 수족관이다.

    하얀 외벽은 고탄성 수지 페인트를 칠해 방수도 되고 쉽게 청소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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