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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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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우리가 살고 살아가야 하는 창원- 박현오(논설실장)

창원시의회 ‘시청사 쟁탈전’·마산 분리 등 갈등 해결방안 찾아야

  • 기사입력 : 2013-05-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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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3일 밤 9시께 창원시의회에서는 ‘시청사 쟁탈’이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창원시청 소재지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처리를 두고 마산지역의 시의원들은 5시간이나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었다. 와중에 배종천 의장이 순식간에 의장석에 뛰어올라 창원지역 의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조례안 가결에 대해 이의가 없는지를 묻고 통과를 선언했다. 졸지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를 막아내려는 마산지역 의원들은 배 의장 뒤에서 옷을 잡아당겨 목이 졸리는 모습이 연출됐고, 한 시의원은 무술에서나 나올 듯한 빠른 몸놀림으로 의장석 위로 올라가 주먹으로 위협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상황은 끝이었다. 물론 영화 상황이라는 표현은 상황 전개가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라는 것이다.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짧지만 어이없는 이날의 상황은 구 창원지역 시의원과 마산지역 시의원이 느끼는 거리감이 얼마나 멀고도 먼 것인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한 뿌리로 지역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고, 글로벌 시대에 맞게 행정구역의 축소로 소모성 경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창원, 마산, 진해의 통합이 끝 간 데 없는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창원은 창원대로 시청사를 내줄 수 없다고 맞서고, 마산은 마산대로 시청사를 마산으로 가져가야겠다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진해는 나름대로 틈바구니에서 이득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 아무도 답을 내줄 수 없다. 다만 시간만이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만이 든다. 이 대목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전국적으로 시·군 통합을 추진하면서 다른 곳은 모두 무산되고 창원-마산-진해만 통합되면서 이런 갈등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원망마저 든다. 성남시의원들이 쇠사슬을 두르고 반대, 결국 관철시켰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2010년 7월 통합창원시의 출발은 표면적으로 메가시티를 지향하는 거창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뒤에 내재된 문제들을 뒤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은 시의원들이 의회에서 통합찬성을 하도록 밀어붙였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1997년 상영된 영화 ‘레트로액티브’가 생각난다. 영화는 단 20분의 과거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범죄 심리학자 카렌은 텍사스 고속도로에서 프랭크와 레이앤이라는 젊은 부부의 차에 동승하게 되고, 아내 레이앤이 간통을 한 사실을 안 남편 프랭크가 권총으로 아내를 살해한다. 카렌에게도 권총이 겨누어지자 탈출, 우연하게 들어간 시간여행 연구소에서 조금 전의 일어난 일들을 바로잡아 보려 한다. 하지만 4차례나 시간여행을 하고, 문제는 꼬여만 가 결국 물러서는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과거로의 여행 영화 ‘백투더퓨처’는 여러 가지 내용 중 잘못된 과거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110만 메가시티 창원시민들은 창원시의회에서의 일들을 지켜보고 있다. 답답한 마음 이를 데 없다. 어떤 답을 낼 수도 없다. 마산지역 시의원들은 초조하기만 하다. 힘들어하는 마산경제를 살리기 위해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안 중 하나인 시청사 마산이전을 창원지역 시의원들이 내놓지 않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시청사를 현재의 위치로 한다고 함에 따라 당한 느낌마저 준다. 이참에 창원시 사업예산 중 50%를 10년간 무조건 배정할 것을 주문하면 마산이 좀 좋아질까. 내년 지방선거는 다가오는데 뾰족수는 보이지 않는다. 마산지역의 분리도 그렇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20분, 아니 긴 과거로 여행을 가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아볼까. 아니면 더 과거로 떠나 볼까. 우리가 살고, 살아가야 하는 창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답답하다.

    박현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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