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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14) 거꾸로 가는 역사교육 바로잡기

‘무한도전’을 보고 반성할 사람들은 누구?

  • 기사입력 : 2013-05-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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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 특강’ 편을 방송해 역사교육 문제에 화두를 던진 지난 11일 ‘무한도전’의 한 장면./MBC 제공/



    MBC 예능 ‘무한도전’이 지난 토요일에 또 ‘한 방’을 터뜨렸습니다. 웃음 폭탄이 아니라 메가톤급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했답니다. 국내 인기 아이돌 10팀을 섭외해 진행한 ‘한국사 특강’.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시청 소감 글 중에 “정부가 외면한 역사교육을 ‘무도’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댓글은 압권이었습니다. 이날 무한도전을 보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거꾸로 가는 역사교육을 바로잡는 방안’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글샘: 얼마 전에 우리나라 학생들의 역사인식이 심각하다는 기사가 이슈가 됐어. ‘야스쿠니 신사’가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젠틀맨을 뜻하는 신사’라고 답하는 학생이 나오기도 했지. ‘위안부’가 뭔지 물으니, 독립운동을 했던 곳이라는 대답도 있었고 말이야. 위안부의 뜻을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고작 25%에 불과했다는 기사도 나왔지.

    글짱: 저도 그 기사를 봤어요.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잘못된 것이지, 우리 청소년을 탓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능 필수과목에서 한국사가 빠진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교실에서는 한국사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에요. 지난주 EBS 장학퀴즈에 나온 한 고교생은 오죽헌에서 태어난 사람이 ‘이이’가 아닌 ‘황희 정승’이라고 답하던데요 뭐.

    글샘: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천황을 위해 싸운 전몰자들을 신격화해 제사 지내는 곳으로, 태평양전쟁을 주도한 전범들도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지. 일본의 역사 왜곡이 도를 넘고 있는데도 우리는 학교에서조차 역사교육을 외면하고 있으니 걱정이야. 그런데 ‘무도’가 이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프로그램을 방송해 놀랐단다. 지난달 구조조정의 아픔을 주제로 한 ‘무한상사’ 편을 방송해 가슴을 짠하게 하더니, 또 이런 기획을 하다니 참 대단한 프로그램이야. 고맙기도 했지만, 공교육이 외면하는 역사교육을 예능에서 대신해야 하는 현실이 부끄러웠어.

    글짱: 저는 솔직히 포미닛, 샤이니, 인피니트, 시크릿 등 아이돌 10팀이 나온다길래 봤어요. 그런데 가슴이 찡했어요. 특히 유재석이 안중근 의사 모친의 편지를 읽어 줄 땐 눈시울이 시큰했거든요.

    글샘: 난 말이야, ‘역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준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도 문제이지만, 역사교육을 버린 대한민국은 더욱 큰 문제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더구나.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은 부족한 역사 지식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배워 보자며 특강 형식으로 한 발 더 나아갔지. 배운 내용을 다시 아이돌에게 전달하기로 하면서 ‘한국사 특강’이 만들어졌다고 하더구나. ‘무도’의 김태호 PD가 천재인지, 정부가 무능한지 생각해볼 대목이지.

    글짱: 저는 이날 박명수가 아이돌 멤버들에게 얘기한 말이 생생해요.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부터 말해줘야 한다. 대한민국의 긍지와 자긍심을 먼저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대한민국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지금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글샘: 정부는 당연히 질타받아야 하겠지. 그러한 책임에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있어. 먼저 언론이야. 국사과목 축소 방침이 나왔을 때 강력하게 반대 논지를 펼치지 않은 원죄가 있겠지.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안이하게 넘어갔으니까. 그리고 선생님들도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해 반대 목소리를 더 높였어야 했어. 선생님들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호응받았을 땐 아마 참교육을 외친 초창기였을 거야. 지금이라도 역사교육 살리기 운동에 선생님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해. 학교폭력과 입시문제로 업무도 많고 고민도 상당하겠지만, 선생님들이 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채택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봐.

    글짱: 일본과 중국에서는 역사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글샘: 중국은 1991년에 ‘초중고 역사과목 사상정치교육 개요’를 발표했어. 청소년들이 역사 공부를 통해 중화민족의 전통을 알고 애국주의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 공산당 간부들에게도 역사와 지리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지침을 내렸어. 그래서 중국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국사를 교육하고, 최근 공표된 ‘중·고등학교 역사과목표준’에 따라 2~3개월마다 역사 과목 연구가 담긴 ‘역사 브리핑’을 배포한다고 하더구나. 일본은 초·중·고교에서 일본사를 주로 공부하고 세계사는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어. 대학입시에서는 일본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40%, 세계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26%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와 있지.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에서 앞장서 선택과목이었던 국사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전환한 곳도 있단다.

    글짱: 그러면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방안으론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국회에서는 국제 공조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학교에서 역사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게 더 급하지 않을까. 올해부터 교원임용고시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게 한 건 참 잘한 일이야. 이런 요건을 다른 국가고시에도 확대 적용했으면 좋겠어.

    글짱: 입시만 생각하고 국영수 공부에 올인하고 있는 저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면 공부할 게 더 늘어나겠지만, 그렇게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교육정책에서 역사를 외면하는 바람에 학교 역사수업이 뒷전으로 밀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글샘: 우리에게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만 있는 게 아니야. 중국의 동북공정은 더 무서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어. ‘아리랑’까지 자기들의 문화유산인 것처럼 유네스코에 등록을 시도했으니 말이야. 오늘 논술탐험은 무한도전을 보고 난 뒤 역사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높으신 분들도 이번 무한도전 ‘한국사 특강’을 봤겠지. 이제는 그들이, 아니 정부가 국민에게 응답할 차례야.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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