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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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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지역 대기업과 경남은행 인수 컨소시엄- 허충호(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3-08-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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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대기업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가 있게 한 주역이라는 긍정적 인식과 가진 자의 논리와 거대 자본 영업력을 무기로 약자를 압박하는 기업집단이라는 부정적 시각이다. 전자는 경제기반이 전무했던 시절,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기업가정신으로 척박한 경제의 토양을 기름지게 한 공을 인정하는 것이고, 후자는 거대기업군으로 성장한 이후 막강한 금력으로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꾀하는 과정에서 시장경제와 중소기업의 토양을 ‘산성화’했다는 결과론적 비평이다.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의 존재를 부정하고 살 수는 없다. 대외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팩트(fact)를 외면할 수는 없다. 이미 한국사회는 대기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이야기는 일단 접고 민영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경남은행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경남은행의 민영화와 관련해 지역 환원론의 물결이 거세다. 도민자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격문이 지면을 장식한다. 외부자본에 넘어갈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공성(攻城)을 앞둔 장수의 비장함까지 묻어 나온다.

    유사 논지의 글을 가필하는 것은 지면낭비다. 이제 ‘경남은행 지역 환원 촉구 100만인 서명 운동’에 착수한 지 불과 보름 만에 경남도민과 울산시민 35만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는 기록을 토대로 보다 실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와 노동조합이 지난달 13일 경남은행 지역 환원 촉구 경남·울산 범시도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부에 지역정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철저한 정치논리에 따른 시민선전전이다. 귀추가 주목된다. 부대상황으로 진행된 투자의향조사 결과에도 눈길이 간다. 지역 자본 컨소시엄 1차 투자의향서를 마감한 결과 801개사에서 모두 1조 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는 결과가 나왔다. 712개사가 20억 원 미만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회신해 왔고 100억 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기업도 10개에 이른다. 진정성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꽤 의미 있는 숫자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이 있다. 열대야에 뒤척이다 밤을 샌 것처럼 찌뿌드드하다. GRDP기준 전국 3위의 경남에서 경남연고의 은행을 두고 진행되는 입찰에 경남에 포진한 대기업들이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대기업의 참여 여부가 무슨 의미를 갖겠느냐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섯 가지 정도의 의미가 있다.

    정부당국은 경남은행이 중소기업군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될 경우 사금고화할 개연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많은 수의 중소기업군과 소수의 대기업이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이런 우려를 대부분 지워낼 수 있다. 그게 첫째 의미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외국계 주주 지분율이 60~7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이 참여할 경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합작한 ‘토종은행’에 기여해 국부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경남은행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는 인근 부산은행의 BS금융지주나 대구은행의 DGB금융지주에 각각 롯데와 삼성이 지분참여를 하고 있는 현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 2개 은행은 경남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금융그룹이다. 대항세력에 비슷한 체급의 선수가 포함돼 있다면 훨씬 유리하지 않겠는가?자본투자 의사를 밝힌 협력업체들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조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역에 기반을 둔 대기업이 지역의 협력기업과 협력적으로 보조를 같이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해당 대기업의 지역 내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이다.

    경영전략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평가받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신시아 몽고메리(Cynthia A. Montgomery) 교수는 “훌륭한 목적은 가치를 높인다”고 했다. 경남의 대기업들이 경남은행 인수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좀 더 넓은 안목에서 보면 ‘훌륭한 목적’일 수 있다.

    허충호(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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