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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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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김해 재선충 방제현장을 가다

비닐 덮개 파손 등 훈증작업 허술
대동면 백두산 일대 8.5㏊
소나무에 활엽수까지 벌목

  • 기사입력 : 2013-11-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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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 재선충 훈증 비닐덮개가 크게 파손돼 있다.
    김해 대동면 수안마을 인근 재선충 방제작업장에서 현장 인부들이 훈증 덮개를 씌우고 있다.


    올해 전국 23만여 그루의 소나무를 집어삼킨 재선충이 김해에 있는 백두산에도 몰아쳤다.

    26일 오전 10시 20분께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원명사 입구. 백두산 정상에서 보면 울긋불긋한 재선충 감염목이 가장 많은 곳이다. 입구 좌측 산등성이에 놓인 10여 개의 일명 ‘소나무 무덤(훈증더미)’ 탓인지 원명사의 풍경소리가 유달리 스산했다.

    조림예정지로 지정된 이 일대 8.5ha는 재선충 감염목을 포함해 활엽수 등 모든 나무를 벌목하는 중이다.

    사찰 관계자가 가리킨 방향에 잘린 나뭇가지와 훈증더미가 보였다. 훈증은 재선충 감염목을 잘라 쌓고 약품을 바른 뒤 2년간 비닐로 덮어두는 방제방식인데, 이는 목재가 썩는 기간과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산란 방지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10여 곳의 비닐덮개 중 3곳이 군데군데 찢겨 있었다. 방제작업장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1시께 훈증작업이 한창인 김해시 대동면 수안마을 인근으로 갔다. 윙윙대는 기계톱 소리를 들으며 2~3분간 산을 오르자 30명 남짓한 현장 인부들이 나타났다.

    인부들은 소나무 더미 위에만 훈증약품을 뿌리고 있었다. 훈증약품이 소나무에 뿌려지는 순간 고춧가루를 뿌린 듯 매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러나 작업자들의 얼굴에는 마스크조차 없었다. 이 현장에는 2개조, 각 4명의 훈증조가 있고 하루 작업량은 60~80그루 정도다. 나무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 규격에 들어가는 나무를 최대 2그루로 볼 때, 4명이 돌아가면서 훈증약을 뿌리더라도 하루 7~8차례 훈증약품 냄새를 맡아야 한다.

    인부 김수철(85) 씨는 “냄새가 많이 나지만 우린 작업을 많이 해봐서 참고 일한다”며 “재선충 박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부는 “비닐덮개만 잘 덮어두면 솔수염하늘소 성충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데 훈증약을 왜 뿌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인부는 나무더미 위에만 훈증약을 뿌리고 비닐덮개를 그대로 덮고 있었다. 훈증약의 절반은 벌목지 주변에 뿌리고 절반은 나무에서 땅으로 흘러내리도록 뿌려야 효과가 높은 데, 나무더미 위에만 뿌려 효과에 의심이 들었다.

    또 재선충병을 막기 위해 감염 소나무를 자르고 약품을 뿌려 훈증작업을 하고 있지만 훈증작업의 마무리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절 입구에 사는 강순자(55) 씨는 “벌목은 당연하지만 활엽수까지 모두 잘라버려 내년 장마와 태풍이 걱정”이라면서 “나무더미 위에만 뿌리는 등 관리가 안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명사 관계자는 “조림을 새로 하더라도 언제 다 키우겠나”며 “우리가 살아있는 한 지금과 같은 산림을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글·사진=정치섭 기자 su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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