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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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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름띠 덮친 남해군 서면 유포마을을 가다

‘검은 재앙’ 닦아내도 생계는 ‘캄캄’
여수유출사고 10여일 됐지만
해안 갯벌엔 기름 남아있어

  • 기사입력 : 2014-02-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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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군 서면 유포마을에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주민들이 바위에 묻은 기름을 흡착포로 닦고 있다.


    “아이고 마, 광양만에서 기름 피해만 나면 우리 마을이 난리가 난다 아이요! 이게 도대체 몇 번째입니꺼?”

    이맘때쯤이면 바지락 등 해산물 채취로 어촌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해야 할 갯벌에는 하얀 방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저마다 흡착포를 손에 들고 삼삼오오 갯벌을 오가며 암석과 석축을 닦고 있다.

    남해군에서 어촌체험마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남해군 서면 유포마을의 11일 풍경이다.

    지난달 31일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전남 여수시 낙포부두에서 직선거리로 4㎞에 불과한 남해군 서면 유포마을은 조류와 북서풍을 타고 밀려온 기름에 직격탄을 맞았다. 마을 앞 갯벌에 기름띠가 덮쳐 기름 냄새가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하천까지 역류한 기름은 하천 주변과 바위를 검게 할퀴고 지나갔다.

    사고 발생 12일째인 11일 현재 해상의 기름은 주민과 자원봉사자, 해경의 방제작업으로 대부분 제거된 상태이지만 갯벌을 따라 이어진 해안가 제방에는 아직도 방제작업이 한창이다. 제방 아래에는 사람들이 기름 방지막을 설치하고 고압살수기로 연신 물을 뿌리고 있다. 흡착포로 석축에 묻은 기름을 닦고 있다. 일부 석축은 기름이 제거되면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하인준 유포어촌체험마을 사무장은 “유포체험마을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반농반어촌마을이다. 직접적인 어족자원 피해도 피해이지만 청정 마을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 같다”며 2차적인 관광수입 감소를 우려했다.

    유경춘 유포어촌계장은 “양식장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미역, 톳나물 등의 해초류 피해가 있을지 걱정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의 피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백사장과 자갈밭의 기름은 이미 지하로 침투한 상태라 세척이 불가능하다. 정확한 오염 정도는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향후 관광 수입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특히 남해 연안으로 떠밀려 온 기름띠 때문에 지역 경제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남해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판매가 급격히 줄고 있다. 낚시꾼들도 많이 줄었으며, 가뜩이나 불경기로 손님이 없던 차에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이미지 훼손으로 횟집 손님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글·사진= 김윤관 기자 kimy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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