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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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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내 삶의 웰빙, 휴식이 되는 휴가- 이은혜(이은미술치료·기업교육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4-08-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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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다. 회색빛 가득한 공간을 떠나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초록빛으로 다독일 수 있다는 기대에 마음은 벌써 출렁이는 바다에 닿아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처럼 잠을 자면서도 잔 것 같지 않은 듯, 쉴 틈 없이 열심히 살아왔기에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이다.

    그럼에도 모처럼의 휴가가 진정한 휴식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어떤 방법으로 휴가를 보내야 몸과 마음이 회복될 수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늘 웰빙의 조건으로 휴식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바라는 휴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고, 휴식의 방법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저 남들처럼 펜션을 예약하고 삼겹살을 준비하거나, 좀 더 계획적인 사람들은 휴일을 맞추고 적금을 부어 낯선 미지의 나라로 휴가를 떠날 뿐.

    떠나지 못한 나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시원한 생맥주나 한잔하자고 전화를 걸지만 저 너머에선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부재중 메시지만 들려온다. 스페인으로, 인도로 각자 꿈꾸던 여행지를 찾아 길을 나선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이 세상 어딘가로 떠나지 못한 초라한 내 모습이 서글프고 잠시 동안은 내 삶이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우울해지기도 한다.

    먼 나라 여행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건만 남들이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주관과는 상관없이 주류의 삶에서 밀려난 듯한 소외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럴 땐 세상 어디에서도 중심이 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슬퍼지고, 상대적인 가치에 매몰돼 길게 늘어선 타인들의 줄에 아무 생각 없이 편승하는 나의 끝없는 어리석음이 싫어지기도 한다. 행복과 불행, 웰빙과 찌질한 삶, 큰 아파트와 작은 아파트라는 세상의 잣대에 눈치보며 살아가는 나는 언제쯤이면 당당해질 수 있을까?

    며칠 전 머리를 비우기 위해 동해바다를 찾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하늘빛을 닮은 바다빛, 속이 시원해지는 씩씩한 파도소리는 여전했지만 그날의 동해바다는 나에게 전혀 힐링스럽지 못했다.

    스트레스로 씩씩대는 나에게 파도소리는 시끄럽기만 했고, 한적함을 더해주던 갈매기 울음소리는 징징대는 나를 닮은 것 같아 짜증을 돋우었다. 마산보다 훨씬 양이 적다며 생선회에조차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보며 진정한 휴식과 평안은 내 마음 밖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어렵고도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진정한 휴식이 되는 휴가란 내가 어디에 있든 “지금 여기, 이 꽃 자리”에서 느긋하게 숨을 쉬듯 마음을 쉬는 일일 것이다. 물론 유명한 맛집을 찾고, 좋은 사람들과 술 마시고 노래하는 쾌락도 소중한 휴식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휴식’이란 내 마음의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고 필요 없는 생각들을 비운, 그렇게 편안하고 여여한 상태가 아닐까? 장자가 사랑하는 ‘소요유’의 의미와 같이 나를 얽어매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천천히 자연 속을 거닐 듯 그렇게 자유로운 마음으로 즐기는 참 웰빙의 휴식. 8월의 여름 밤, 시원한 참 휴식을 즐기는 단꿈을 꾸어 보자.

    이은혜 이은미술치료·기업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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