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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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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98) 고성 (8) 개천면 청광리 박진사고가~옥천사 청동북

고택에도 절에도 여유로운 가을이 길손을 맞더라

  • 기사입력 : 2014-10-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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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 개천면 청광리 박진사고가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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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사고가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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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사고가 솟을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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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사 옥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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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사고가 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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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사 명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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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제495호 옥천사 청동북




    10월은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황금들판에는 벼가 익어가고 있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가을꽃들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결실과 풍요를 한아름 안겨주는 가을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 7월 찾았던 고성군 회화면 녹명마을 숲을 찾았다. 숲 인근에 있던 깨진 불망비는 수렁에 빠져 있던 반토막을 끌어올려 붙여놓았다.

    불망비의 사연이야 알 수 없지만 깨진 것보다는 본래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흉하지 않았다. 그러나 덕암마을 앞 숲에 있는 서낭당은 아직도 잡초에 묻혀 있어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어 아쉽다.

    1002번 도로를 따라 개천면으로 가는 고개를 넘으면 청광리 박진사고가가 정겹게 반겨준다.

    ◆ 청광리 박진사고가·영오삼베마을

    옛 농협창고가 있는 마을앞 주차장에서 가을걷이해 콩을 말리는 농부의 손길에서 넉넉함이 묻어났다. 마을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한눈에 길게 뻗은 담장이 집 주위를 감싸고 있는 고가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높은 담장을 두르고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았고 담장에 기왓조각을 섞어 한껏 모양을 내었다. 박진사고가로 들어가는 솟을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마을 끝자락 우물이 있는 정자나무 아래 평상에서 아낙네들의 두런거리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 입구를 물어보려고 찾아갔다.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떨며 망중한을 즐기다 길손을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평상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옛날 속담에 권하는 장사 밑지는 일 없다고 해서 올라갔다. 마을의 전망대 같은 평상에 앉으니 박진사고가가 한눈에 보이고, 한복순(71) 할머니가 서둘러 물을 끓이더니 커피를 한 잔 내왔다. 성의 없는 종이컵이 아니라 도자기 컵에 접시를 받혀 정중하게 대접했다.

    가을을 재촉하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일어서려는데 가마솥에 콩을 삶고 있다고 한사코 먹고 가라 했다. 이영순(70) 할머니는 서울에서 살다 3년 전에 남편 고향이라 귀향해서 농사를 짓고 산다고 했다. 농촌생활은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복잡한 도회지 생활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점심까지 먹고 가라는 후한 대접을 사양하고 박진사고가로 향했다. 옆문으로 들어가니 인기척은 없고 견공들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박진사고가는 밀양 박씨의 옛집으로 대대로 진사와 효자가 태어났으며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의 형태를 잘 갖추고 있었다. 안채와 사랑채로 지어진 고택은 조선 후기에 지어져 일제시대 고쳐 지은 것으로 안채와 사랑채 2동, 곡간채 2동, 대문간채로 구성돼 있다. 솟을대문에는 효자정려 현판이 붙어 있었다. 정려는 국가에서 효자·충신·열녀 등이 살던 동네에 붉은 칠을 한 정문을 세워 표창하던 일로 신라 때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로 이어졌다. 안채는 앞면 5칸·옆면 2칸으로 부엌, 방, 대청, 갓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안채를 중심으로 동쪽에 담장을 둘러 별당처럼 안사랑채를 배치했다. 마루에 앉으면 원림이고 마음을 편하게 한다. 사랑채에 현대식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고택체험으로 활용해도 불편함이 없다. 실용성과 전통성이 잘 조화돼 있고 전통 한옥의 멋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영오면사무소 홈페이지에 정겨운 시절을 떠올리는 길쌈이야기가 있어 오동삼베마을을 찾아 가을 길을 따라갔다. 지방도로 1002호선 도로변에 있는 거대한 안내판을 보고 들어가 오동마을은 쉽게 찾았다. 삼베는 삼한시대부터 의복을 해결해주는 중요한 식물이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고향마을 농가에서 삼을 많이 재배했다. 마을 앞 하천변에서 사람들이 모여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불을 피워 땅에 삼을 묻고 수증기를 이용해 삶아 냈던 추억이 있다. 지금이야 마약으로 분류돼 허가 없이는 재배조차 할 수 없는 삼이지만 정겨운 길쌈문화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으나 실망감이 컸다. 오동삼베마을 입구에서 길쌈을 보러 왔다고 했더니 주민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민의 안내를 받아 길쌈소리가(家), 오동장수센터 표지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1, 2층 구석에 모아 쌓아놓은 길쌈 기구들이 천덕꾸러기가 돼 있었다. 마을주민들도 삼베마을의 명맥이 끓어진 지 오래 됐다고 하며 안내판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했다. 건물 내에 방치돼 있는 민속자료들이 더 이상 소실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가을이 가득 내리고 있는 인근 연화산 옥천사로 향했다.



    ◆옥천사 대웅전·옥샘

    자방루 왼쪽의 조그만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직사각형의 중정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정면 6칸의 적묵당이 우측에는 탐진당, 앞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 다포식 팔작지붕의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 우측 옆으로는 팔상전과 옥천사의 유래가 됐다는 옥샘이 있는 옥천각 그 옆에 금당이 있고 왼쪽에 명부전이 있다. 대웅전은 절의 중심에 있으며 석가모니 불상을 봉안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효종 8년 (1657)에 용성화상이 중건 후 여러 차례의 수리를 거쳤다. 앞면 3칸·옆면 2칸이며 팔작지붕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고 있는 공포는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계 양식이다. 내부는 2단으로 된 우물천장이고, 불단이 있으며 그 뒤에는 탱화가 걸려 있다. 대웅전 앞에 서면 마당 건너 자방루가 내려다보인다. 옥천사 절 이름의 유래가 됐다는 옥천샘은 항상 마르지 않고 수량과 수온이 일정하다. 이 샘물은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져 와 옥천사에 오는 사람은 물을 마시고 간다. 현재 옥천각을 세워 보존하고 있다. 옥천사의 전설에 따르면, 옥천샘은 신기하게도 매일 일정량의 공양미를 흘려주었는데, 어느 날 한 스님이 더 많은 공양미를 얻기 위해 바위를 깨뜨리고 샘을 헐었더니 공양미는 물론 물까지 끊겨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후에 또 다른 스님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자 다시 샘물이 솟고 덩달아 연꽃 한 송이가 피어나면서 신통한 약물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중병에 걸린 사람들이 몰려와 목욕까지 하는 바람에 다소 영험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옥천의 영험함을 믿고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엄숙한 절집에서 입가에 웃음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즐겁다.



    ◆옥천사 명부전·청동북·지장보살도·시왕도

    명부전은 영혼을 재판하는 곳으로 영혼들을 편히 잠들게 하는 곳이다. 1730년(영조 6년) 옛 궁선당지에 건립됐고, 조선 중기에 중건했다. 1894년(고종 31년) 동학농민운동으로 불타 이전했고, 오른쪽 건물에 축성전의 현판을 걸고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다고 전해진다. 청동북은 반자라고 하는데 금속으로 만든 일종의 타악기이다. 금고 또는 금구라고도 하며 절에서 대중을 모으거나, 급한 일을 알리는 데 사용한 도구이다. 이 반자는 지름 55㎝, 너비 14㎝로, 표면에 굵고 가는 선으로 4개의 테두리를 둘러 4개의 원을 만들었다. 중심원에는 6개의 둥근 연꽃열매가 돌출돼 있으며, 그다음 원에는 연꽃잎이 겹쳐서 도드라지게 새겨 있다. 고려 고종 39년(1252)에 제작됐다. 지장보살도 및 시왕도는 1744년 효안의 주도하에 11명의 화승들이 참여해 그려졌다. 현재는 제1진광대왕도와 제2초강대왕도가 사라졌고, 지장보살도 1점, 시왕도 8점이 남아 있다. 이 9점의 불화와 함께 옥천사에는 1744년 효안이 제작한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가 전했으나, 현재 도난당해 남아 있지 않다.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고 유물전시관에 있다. 유물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으나 사찰의 협조를 받았다. 봄부터 순례를 했던 옥천사를 떠나 인근 암자로 향한다.

    (마산제일고등학교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 맛집= 사랑채가든 : ☏ 055-585-9252. 함안군 여항면 내곡리 446-3. 오리 1마리 3만3000원. 생선모듬 8000원, 시골밥상 6000원. 인근 텃밭에서 길러낸 채소로 밥상을 차리며 푸짐하고 친절한 주인 내외의 한없는 정성이 마음 가득히 밥상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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