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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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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104) 고성 (14) 상리면 문수암 ~ 청량사

녹음 짙어가는 수림에서 마음 쉬어가라 하네

  • 기사입력 : 2015-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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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에 있는 상리연꽃공원. 매년 7월이면 홍련, 수련 등 다양한 연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신라시대 의상대사

    창건한 문수암 옆엔

    동양 최대 금불상

    약사여래불 서 있고



    기암절벽 둘러싸인

    보현암서 바라보면

    자란만 섬들 한눈에



    상리연꽃공원엔

    형형색색 연꽃이

    수려한 자태 뽐내고



    단출한 절 청량사

    주지 본공스님은

    지친 마음 달래준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며 가정의 달이고 청소년의 달이다. 5월을 가정의 달과 청소년의 달로 정한 것은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 가정이고, 청소년에게 나라의 장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 공동체가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지고 이어 국가가 무너진다. 가정교육이 잘돼야 학교교육이 잘된다며 밥상머리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싱그러운 5월, 산과 들판으로 나가면 바다까지도 자연의 행복한 어울림으로 반겨준다. 세상도 자연처럼 행복한 어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의 가치가 거창한 것은 아니다. 새벽을 만나는 즐거움에 진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셔도 행복하다. 우리의 행복 가치는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그 가치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로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선 스스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변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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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보살 형상의 무이산 바위.
    문수암·보현암

    수령 30~50년생 편백림이 뿜어내는 갈모봉 산림욕장 ‘피톤치드’를 뒤로하고 왕복 4차로의 국도 33번 상정대로를 따라가다 보면 보현사, 문수암 이정표가 반겨준다. 이내 만나는 무선저수지에는 농사를 기다리는 물이 가득하다. 무이산 문수암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면 상점과 넓은 주차장이 있다. 문수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의 말사이다. 문수암 창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으나 신라 성덕왕 5년(706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됐다. 창건설화에 의하면 의상이 남해 보광산(지금의 금산)으로 기도하러 가던 길에 무이산 아래 무선리 민가에 묵게 됐다. 그런데 꿈속에 한 노승이 나타나 내일 아침에 걸인을 따라서 보광산보다 무이산을 먼저 가보라고 했다. 날이 새자, 걸인을 따라 무이산으로 가서 보니 눈앞에 수많은 섬이 떠 있었고 웅장한 다섯 개의 바위가 눈앞에 펼쳐져 마치 오대산의 중대를 연상하게끔 했다. 이때 한 걸인이 또 나타나서 두 걸인은 서로 손을 잡으며 바위 틈새로 사라져버렸다. 의상이 석벽 사이를 살펴봤으나, 걸인은 보이지 않고 문수보살상만이 나타나 있었다. 꿈속의 노승은 관세음보살이고 두 걸인이 문수와 보현보살임을 깨달은 의상은 이곳에 문수암을 세웠는데, 지금도 석벽 사이에는 천연의 문수상이 뚜렷이 나타나 보인다고 한다. 문수암은 창건 이후 절집의 역사는 전해지지 않으나 많은 고승이 배출됐다고 전한다.

    암자 인근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는데 예전에는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으면서 한려수도에 펼쳐지는 망망대해 풍경을 보는 여유가 있었다. 암자 입구에는 기와를 위쪽으로 옮겨 달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기와 두 개를 들고 올라가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니 청량감이 가득하다. 현재의 문수암 건물은 사라호 태풍 때 붕괴된 이후 새로 지은 것이다. 인근에 1973년 세운 청담대종사의 사리탑도 있다. 청담은 진주 출신으로 연화산 옥천사에서 수계를 받고 청담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1970년 총무원장에 재임했으며 불교계에 많은 공적을 남기고 1971년 11월 15일 나이 69세, 법랍 46세로 입적했다. 문수암은 일출의 명소로 알려져 새해 첫날에는 밀려드는 차량과 사람들로 입구까지 장사진을 친다. 무이산 자락에 있는 문수암이 수많은 세월 동안 제자리에 있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건축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 기술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조금은 불편함이 있어야 편리함에 대한 고마움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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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전 약사여래불.
    문수암에서 1㎞쯤 되는 곳에 10여 년 전에 지었다는 동양 최대 금불상 약사여래불이 있다. 약사여래불은 불가에서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에서 구해준다는 부처로 두 손에 약사발을 들고 있다. 높이가 무려 13m로 동양 최대라고 하는데 웅장함에 주눅이 드는 느낌이다.

    인근 보현암은 작은 절로 아주 조용하다. 보현암 뒤편 절벽에는 부처 돌상이 모셔져 있는데 석가모니, 보현보살, 문수보살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바위에 큰 부처가 새겨져 있다. 법당에서 문을 열면 불상이 바로 보이는데 법당에는 불상이 없다. 보현암이 있는 수태산 자락은 기암절벽이 절집 뒤편을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아래로는 고성 자란만과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담스님께서 절집이 들어설 길지라고 하는 말을 듣고 1983년 제자 휴암당 정천스님이 창건했다. 정천스님은 10년 전에 입적을 했고 지금은 성해스님이 보현사 주지로 있다. 일설에 따르면 백담사로 가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으로 오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권력의 무상함을 본다. 보현암은 약사여래불상을 지나 문수암에서 1㎞ 정도 거리 수태산 자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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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대웅전.
    상리연꽃공원·청량사

    우리 땅 순례를 하다 보면 늘 허둥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국도 33번을 따라가다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에 도착하면 도로 양쪽을 화려한 꽃들이 단장한 상리연꽃공원 마을이다. 수태산 등산로 안내판이 있고 주변에는 도심에서나 볼 것 같은 찻집들이 있다. 상리연꽃공원은 2004년 사용할 수 없게 된 늪지를 활용해 1만4333㎡ 터에 수련, 홍련, 백련, 노랑어리연꽃 등 갖가지 연꽃을 심어 조성됐다. 인근 생명환경농업단지와 연계해 시골 들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1.6㎞ 구간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청정들길로 만들었다. 매년 7~8월이면 홍련, 수련 등 다양한 연꽃들이 화려한 형형색색의 수려한 자태를 보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리연꽃공원에서 하일면 방향으로 가면 금방 대한불교 조계종 청량사와 솔향기 명상센터의 이정표가 있었다. 절집 초입에 이르니 계곡 물소리가 들리고 지난겨울 미얀마에서 봤던 끝이 뾰족한 막돌탑이 줄지어 있었다. 텅 빈 주차장 입구에 ‘묵언 명상 중. 차는 세우시고 발걸음은 가만! 가만!’하는 문구에 바람 소리보다 더 조용히 대웅전으로 향했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깊은 물소리만 들릴 뿐 사람의 인기척은 없었다. 전각도 단출하게 대웅전과 산신각뿐이고 대웅전 앞에까지 곳곳에 텃밭이 있고 퇴비와 포대가 여러 곳에 쌓여 있었다. 대웅전 아래쪽에 정감이 가는 요사채가 있어 가만가만 내려서는데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스님이 일을 하다 넉넉한 미소로 다가와 차 한잔 하자고 했다. ‘어! 묵언 중인데’라고 생각하며 선방으로 들어서니 황토방의 따뜻함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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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주지 본공스님.
    본공(本空)스님은 승복을 갈아입고 찻물을 끓이며 10년 전에 자신이 살려고 절박한 마음으로 솔향기 명상센터를 위해 절집을 지었다고 했다. 당시 주5일제 근무가 시작되면서 일을 하기 위해 쉬는 공간이 필요했고 참선, 명상, 염불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다는 것이다. 본공스님 스스로의 치유공간이었다. 2002년 토지를 구입하고 굴착기를 사서 손수 토목공사를 하고 기초를 다져 2005년 절집을 지었다. 주차장 구석에 있는 녹슨 트럭을 보며 웬 고물차량이냐고 했더니 청량사 절집을 만드는 데 가장 효자 역할을 했단다. 스님의 혈액형을 물어보니 AB형이라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물소리를 들으며 스님과 찻잔을 나누다 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고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스리랑카에 가면서 만났던 청년들과의 아름다운 인연이며 미얀마를 다녀와서 절집 입구에서부터 탑을 쌓게 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본공스님처럼 소탈했던 정왜스님과의 인연을 이야기했더니 뜻밖에도 송광사에서 정왜스님과 함께 지냈다고 했다. 그 후 본공스님도 정왜스님과 인연이 끓어졌다고 했다. 스님과 나눈 대화를 모두 지면에 옮길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점심공양을 하고 가라고 하는 것을 사양하고 나오는데, 쉴 곳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환영한다고 했다.

    (마산대학교 입학부처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청량사 공양간. 청량사 ☎ 055-672-1404, 본공스님 ☎ 010-3593-7899. 고성군 상리면 삼상로1610(척번정리 198). 공양주의 손맛이 정갈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본공스님은 도심을 떠나 산사에서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언제나 찾아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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