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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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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세계 두 번째 작은나라 ‘모나코’

지중해 보석 같은 요트·카지노·자동차의 나라
면적은 1.95㎢에 불과하지만…
국왕 존재하는 엄연한 독립국가

  • 기사입력 : 2015-09-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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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왕이 살고 있어 내부 관람은 왕실 휴가철에만 가능한 모나코공국의 왕궁 전경.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는 교황님이 살고 계시는 이탈리아 로마 속 바티칸 시국이다.
     
    그럼 두 번째로 작은 국가는 어디일까?
     
    프랑스의 유명한 여름 휴양지 니스에서 기차로 2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모나코 공국이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국경선 길이는 총 4.4km, 면적은 1.95㎢. 내가 살고 있는 창원시 면적이 743.77㎢이니 창원시가 약 381배나 크다. 창원의 한 동네 크기만한 곳이 나라가 된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프랑스의 한 마을처럼 붙어 있어 국경을 넘는지도 모르게 도착하는 데다 사는 모습부터 언어, 화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프랑스와 똑같아 독립된 국가라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엄연히 통치권자인 국왕이 존재하는 국가다.

    미니국가 모나코 공국이 여행자들에게 인기 만점인 이유는 카지노와 F-1 자동차 경주 때문인데 내가 모나코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여권에 도장 하나를 더 채우기 위해서였다. 여권에 찍히는 나라별 도장이 별거 아닌거 같지만 배낭 여행자가 여권도장 개수에 집착하는 것은 여행자의 또 다른 기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방문한 나라만큼만 여권에 도장을 찍어 달라는 건데, 국경 없는 대륙 유럽이라는 곳은 마치 옆 동네 놀러가듯 나의 여권에 무관심했다.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국경을 통과해도 여권 검사도 없고 출입국 심사도 없다. 그래서일까? 도장을 찍어 주는 모나코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모나코 몬테카를로 역에 내리자마자 여행자 인포메이션으로 직진해 여권에 도장을 받았다. 썰렁하고 시시한 기념도장이었지만 나의 여권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모나코 입국도장을 보니 괜시리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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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궁수비대 교대식 모습.


    시간을 보니 전력질주로 달리면 왕궁 교대식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11시 55분에 열리는 왕궁 수비대 교대식에 늦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다. 동네는 작지만 왕궁은 꽤나 높이 아니 제일 높은 곳에 있던 걸로 기억된다. 왕궁까지 오르는 내내 흐르는 땀을 보며 아니 교대식이 뭐라고 이렇게 달리고 있는 걸까 생각했지만, 막상 왕궁에 도착을 하니 제일 좋은 위치에서 멋지게 감상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았다.

     

    수비대 교대식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이 두 줄로 나뉘어져 교대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쿵짝~쿵짝’ 군악대 연주와 함께 하얀 제복을 입은 위병들이 등장하는 순간 ‘우와~ 멋진데’ 하고 1초 감탄했으나 모나코의 위병들 중 잘생긴 훈남들은 없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고, 생각보다 뚱뚱했다. 왕궁을 지키는 위병들이 잘생겼을거란 착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래도 총을 들고 구호에 맞춰 각 잡힌 움직임은 참으로 멋졌다. 아직도 왕궁에 왕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나코라는 나라가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도 조선이 일제에게 침략당해서 왕족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여전히 왕실이 존재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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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궁광장에서 바라본 모나코 전경.


    왕궁에서 바라본 모나코 항구와 바다의 호화 요트와 때깔 나던 F1경기장의 모습은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잘사는 부자나라임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모나코는 병역과 세금이 없는 독특한 국가정책으로 가혹한 세금폭탄을 피해 유럽 각국의 부자들이 모나코 공국의 국민이 되기 위해 귀화를 하고 있다.

    군대도 안 가도 되고 세금도 없다니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참 좋아하겠구나 싶었다. 이렇게나 작은 나라의 항구인데도 포스가 엄청났다. 조용한 어촌마을의 느낌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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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없이 발길 따라 걸어 다녀도 충분히 매력적인 나라였다. 우연히 발견한 공중화장실의 겉모습에 홀딱 반해서 이곳의 정체가 화장실인지 카페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외관이 꽃으로 가득해 화장실답지 않게 아름다웠지만 유럽의 여느 나라처럼 이곳 또한 유료 화장실이었다는 사실. 세금도 없는 나라가 화장실은 유료라니? 유럽의 유료 화장실 문화는 알면서도 매번 그 야박함에 배신감으로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지중해 바다를 만나기 위해 항구를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더니 눈앞에 코발트빛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 폭의 그림이었다. 지중해의 햇살과 바람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겁 없이 두 발을 내리고 바다를 바라보다 생각보다 강한 파도에 신발 한 짝이 젖고 말았다.

    신발도 물에 젖었겠다 이때다 싶어 작정하고 지중해에 두 발을 적셨다. 파도가 칠 때마다 두 발을 스치고 가던 푸른 기분.

    두 발로 지중해 바다를 거닐던 달콤한 휴식은 모나코에서 얻은 생각지 못한 작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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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구에 정박돼 있는 요트들.


    항구쪽으로 걸어나오자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이 주변 일대가 떠들썩했다. 무슨 큰 행사라도 열리는지 엄청난 인파들이 항구 쪽에 몰려 있었고 방송국에서 나온 취재 열기 또한 아주 떠들썩했다. 엄청난 취재 열기의 주범은 바로 F1 자동차 경주 선수들이었다.

    다들 선수들이 머무르는 부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 지르고 야단이었는데 나만 적응 안되는 열기였다. ‘F1 선수들이 이토록 인기가 많다는 말이야?’ 나 홀로 의아해하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기 위해 기자정신을 발휘했다.

    그러다 보면 하나라도 건지게 마련인데 딱 걸렸다. 페라리 소속 선수들이 지나갈 때 용기 내어 기념 촬영에 성공을 한 것이다.

    사실 F1의 F자도 모르지만 처음 보게 된 지중해 바다 옆 F1경기장은 너무나도 멋졌다.

    이곳에서 드라이브를 하는 사람도, 경주를 감상하는 사람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적의 경기장이었다. 거리를 활보하던,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올 법한 멋진 자동차들의 행렬에 쉼없이 눈이 돌아갔다. 자동차 전시장도 아닌데 값비싼 자동차들이 길에 막 굴러 다니고 아무 곳에나 주차돼 있었다. 지붕도 없이 뻥뻥 뚫려 있는데 거리 한복판에 세워두고 쿨하게 가버리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나라 전체가 F1 경기를 위해 들썩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지중해 휴양지를 생각하고 모나코에 왔더라면 자동차가 메인이 돼버린 이곳을 다소 실망스런 눈길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도시 곳곳이 자동차의 나라로 느껴질 만큼 도로의 대부분이 경기장으로 활용되던 모나코의 도시 풍경이 새롭고 신선했다.

    나에게 멋진 자동차는 없었지만 두 발로 뚜벅뚜벅 스포츠카가 지나간 그 길을 걸었다. 한여름에는 휴양지로 변신하는 몬테카를로 해변에는 자동차만큼 멋진 요트들이 정박해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파란 바다 위를 시원스레 달리던 요트를 보니 부러움이 절정에 다다랐다.

    여권에 도장 하나 더 받으러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구경까지 한 날이었다. F1경기장과 화려한 스포츠카, 럭셔리한 요트, 카지노 그리고 지중해와의 첫 만남이 첫 키스처럼 아찔하게 멋들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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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 자동차 경기장 입구.


    물가가 비싼 모나코보다 20분 떨어진 프랑스 니스 숙소를 잡고 당일여행을 하는 편이 좋다. 기차나 버스로 20분이면 모나코에 도착할 수 있다.

     여권에 기념 도장을 받기 위해서는 잊지 말고 여권을 챙겨 나가야 한다.(모나코 몬테카를로 역내에 있는 인포메이션에서 받을 수 있다.)

    워낙 작은 국가이다 보니 도보로 충분히 여행할 수 있으나 해양박물관 앞에서 출발하는 꼬마기차를 타면 주요 관광지를 순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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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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