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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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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고운맘 되기 (18) 무한질문

  • 기사입력 : 2015-10-02 19: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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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이 묻는다.

    "엄마, 저거 뭐야?"

    "응, 이건 의자야. 우리가 앉는 거지."

    1분 후 딸이 또 묻는다.

    "엄마, 저거 뭐야?"

    "응, 의자야."

    1분 후 딸이 또 묻는다.

    "엄마, 저거 뭐야?"

    "방금 말했잖아, 의자, 의자, 의자라니깐."

    좀처럼 안된다. 세 번을 참기가 이처럼 힘들다니. 딸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난 엄마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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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의 질문, 이건뭐야/

    20개월 딸아이는 요즘 질문을 달고 산다. 아이는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모양이다. 아직 말이 서툰 딸의 질문은 주로 "뭐야?" "왜?" "뭐해?"로 요약된다. 질문을 던질 때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동자와 오목한 입을 바라보면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이 생긴다. 언제 이렇게 커서 질문까지 하는가 싶어서 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대체로 첫 질문에는 정성스레 답을 한다. 그런데 질문이 세 번 이상 반복되거나, 바쁠 때 자꾸 질문을 쏟아낼 때면 문제가 발생한다. 건성으로 대답을 하거나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거나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지 말자고, 모든 것이 새로운 아이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궁금하겠느냐고, 친절하게 답을 해주자고, 매번 다짐을 하지만 좀처럼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이론과 현실은 늘 괴리가 있지만, 특히 육아에서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난 늘 바쁘다. 엄마가 된 후 그리고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복귀한 후 나는 매일을 전쟁처럼 치러내고 있다. 아침에는 내 출근 준비와 아이 어린이집 등원 준비까지 하느라 시간에 동동대고, 퇴근 후에는 밀린 집안일과 아이 재우기에 동동거린다. 주말에는 대청소를 해야 하고, 양가 집안 행사와 밀린 약속들이 줄을 잇는다.

    IMG_3488.jpg

    /엄마, 이건 뭐야? 풀이야./

    나도 안다. 깨끗한 집안보다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러나 자꾸 모든 일에서 아이와의 시간은 후순위로 밀린다. 집안일을 하고, 또는 뭔가를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딸과 놀아줘야지라고 생각하지만, 해야 할 일을 끝내 놓으면 아이와의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매일 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만지작 거리면서 내일은 더 많이 놀아줘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작심 1일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도 난 또 다짐한다. 내일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질문에 4번은 친절하게 대답해주겠다고.

    내일 또 못지키면 뭐 어떠랴. 내일 모레는 더 낫겠지. 아이는 질문을 반복하고, 엄마는 후회를 반복하고. 그러면서 아이는 아는 것이 많아지고, 엄마는 후회를 줄여가겠지. 그렇게 아이도 엄마도 성장하는 것 아니겠는가.  조고운 기자(방송인터넷부)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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