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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문화 ‘헬경남’에 부쳐

  • 기사입력 : 2015-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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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마산 창동예술촌 내 시네아트 리좀에서 경남 영화 다양성을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가 열린 극장 안에는 탄식이 맴돌았다. 맥 빠진 표정과 불안한 시선이 탁자 위를 오갔다. 처음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후 대응 방안을 생각해보는 순서로 진행하려 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이야기는 현재 처한 현실에 대한 절망 섞인 진단이었다. 한 명 한 명, 말을 꺼낼 때마다 두꺼운 벽이 올라섰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얼마 전 한 신문의 기고에서 2002년 월드컵 때 응원단에서 피어난 거대한 문화와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썼다. 그는 ‘헬(지옥)조선’을 언급하며 그 예언이 헛말이 돼버린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현재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자리잡은 ‘헬조선’. 청년들이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 그 구조를 지닌 대한민국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스크린수가 전국 4, 5위를 다투지만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없으며, 상영하는 영화의 종류도 적은 곳, 영상위원회가 유명무실하고, 지자체는 영화 촬영장소 중심의 지원을 하는 경남은 어떠한가. 영화 관람 측면에서는 지옥이다. 좌담회에서 나온 ‘탈피’, ‘변화’, ‘절망’ 등의 단어와 곧잘 어울렸다. 스크린·영화관·관람객 수가 많아 외형적으로는 ‘영화천국’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 빠져나오기 어려운 ‘경남’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생겼다.

    그러나 황 문학평론가는 다행스럽게도 “지옥에 대한 자각만이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래서 난 예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글을 끝맺었다. 안도했다. 사비로 영화관을 짓고,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들락거리며 상영정보를 확인하는 일, 독립 영화제를 개최해 도민들에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지역을 담아 영화로 만들어내고 알리는 일. 이 모두가 그 지옥을 정확히 자각하기 위한 일들로 읽혔기 때문이다.

    이제 이 자각하는 이들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 극장이 많던 창동에 도내 유일 예술영화전용관 ‘시네아트 리좀’이 곧 개관한다. ‘리좀’은 뿌리줄기에서 나온 말로 합리성과 효과를 우선 추구하는 위계적 가치와 대비된다. 수평적이고, 전환과 이동, 다양성을 특징으로 가진다. 리좀의 성질처럼 도민에 다채로운 움직임을 불어넣어 헬경남을 벗어나는 운동의 중심축이 되길 바란다.

    이슬기 (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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